'재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거듭 말을 바꾸며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정부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기존 협정문 체결(서명) 절차와 재협상을 따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미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지난 21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재협상의 내용이 아니라 협정의 체결 자체에 목매달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한미FTA 전면 무효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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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 FTA 재협상을 시작하자 한미FTA 저지 범국본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한미FA 전면 무효화"를 주장했다. |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틀간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재협상은 미 행정부가 지난 16일 미국의 민주당과의 합의로 발표한 신통상정책을 한미FTA에 반영할 것을 정부측에 공식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19일 “미측이 제안한 추가협의 범위나 수준은 신통상정책의 내용과 유사하며 노동과 환경을 제외한 5개 분야(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부조달, 항만 안전, 투자 )의 제안 내용은 기존 협정문의 내용을 명확히 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한다”면서 “협상의 균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재협상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과 환경’을 중심의 신통상정책을 필두로 한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는 자국의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들에 의한 미 민주당의 ‘면피성 요구’라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외교통상부앞에서 열린 범국본 기자회견에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미국은 세계에서 노동권이 가장 취약한 나라이며 온실가스 감축하기로 하는 교토협약을 탈퇴한 나라에서 노동과 환경 문제로 재협상을 하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하며 “지난 13일 미국 방문길에 미하원 청문회에 참석해서 직접 들은 미국 의원들의 요구는 자동차분야나 쇠고기 분야에서 얻어올 게 없으면 한미FTA를 비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협상은 끝난 적이 없고 계속되고 있으며 이번 재협상도 이달 30일 맹목적인 묻지마 체결을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라며 “버시바우 미 대사가 이런 현실을 증명해주었다”고 역설했다. 심 의원은 “버시바우 미 대사는 노동권을 비롯한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는 4월 2일 타결 이전에 한국정부에 이미 다 전달된 것이었다고 해명한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이달 30일로 예정된 기존 협정문에 대한 서명을 재협상과는 무관하게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범국본은 “정부가 ‘협정의 내용’이 아닌 단지 ‘협정의 체결 그 자체’에 목매달고 있을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협정문에 서명하게 되면 비대칭적인 한미간의 역학관계상 이를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워지며 재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카드를 쓰기도 어렵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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