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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설

입시선발에 집착하는 대학들

[사설]

최근 대학입시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교육부와 사립대학간 갈등으로 시작했지만 여기에 국립서울대가 가세했고 최근에는 사립대에서 교육부의 내신 50%반영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입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그동안 미봉책과 임기응변으로 봉합되어오다가 입시를 불과 몇 달 안남기고 폭발직전에 있다.

 

그러나 2008입시생들이 내신경쟁으로 우정까지 파괴해가면서 애써왔는데 입시를 불과 몇 달 앞둔 지금에 와서 사립대학들이 ‘내신 4등급이상이면 모두 만점 처리 한다’는 전형요강을 발표하는 것은 그간의 사정이 어떻든 너무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며 특수목적고, 강남지역고교, 비평준화명문고의 집착이 지나친 것이며 국가정책을 정면 무시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고교등급제 파동이 있고 난후 2008 입시 제도를 발표하며 내신중심의 입시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학들의 자율을 인정함으로써 이런 상황이 발생할 여지는 늘 있어 왔다. 대학의 자율은 분명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사회적 책무를 고려한 자율보다는 선발의 자율만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서울대의 통합논술도입, 특기자 전형 확대, 정시 수능우선 선발 확대 등 양자 간 협의를 통해 수용한 상태여서 대학들이 ‘교육부가 지금까지 협의를 해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며 억울해 할만도 하다. 그러나 사태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학들의 학생선발 욕심이 주원인이다. 대학들이 우수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요구는 타당하다. 그러나 우수학생의 개념이 지나치게 학력에만 치중되어있어 그동안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주입식교육에 매몰되어 부작용을 끼쳤다.

 

그런데 지금 대학들은 학생선발요소로 학생의 학력뿐만 아니라 학생의 배경까지 고려하고 있는듯하다. 이는 수능우선선발비율을 점차 늘리는 데서도 드러난다. 지난 봄, 각 대학들은 정시전형에서 수능우선선발을 2007년 평균 7%내외였다가 2008년 입시 평균 20%정도로 확대했다.

 

그러나 수능성적결과를 분석해보면 지방보다는 수도권학생,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 부모가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부모를 둔 학생들이 50점 이상 높기 때문에 지방학생, 소외계층학생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학입시 1차 관문으로 수능성적을 전형요소로 채택한 대학들이 내신 4등급성적까지 만점처리 한다면 고교 3년동안 학생들이 이룬 성취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학교교육과정은 수능대비중심으로 다시 종속되고 말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들은 줄기차게 고교 간 학력차를 들먹이며 대학입시 3불 폐지를 주장했는데 고교 간 학력 차는 학부모간 경제 배경 차, 학부모등급제로 귀착된다. 지금도 이름난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에는 강남지역학생들이 절반이 넘는다. 아무리 교육이외의 영역에서 시장논리가 판을 친다 해도 교육은 교육의 원리로 나가야한다.

 

대학입시에서는 학생이 전국 어디에서 공부를 했건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우수하게 성취했으면 같은 자격을 주어야지 그 학생이 어떤 부모만나 어느 곳에서 공부했는가로 학생 등급, 고교 등급을 나누겠다는 대학들의 욕심은 결국 학부모등급을 나누겠다는 것으로 서민학부모들의 피눈물을 쏟게 하는 처사이다.

대학입시에서 학부모등급제를 하겠다는 대학들의 요구는 옳지 않다. 대학들은  최소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시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대학들은 지금 무작정 버틸때가 아니며 선발경쟁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경쟁을 할 수 있도록 2008 대학입시전형을 재고해야한다.

시민사회신문

 

제9호 19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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