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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설

문제투성이 한미FTA와 정권의 오류

[사설]

국민 모두는 행정부간 합의된 한미FTA가 재협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재협상을 한다고 한다. 그간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여러 분야에 대해서 반대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잘된 협상’이라고 정부가 강조한 것 때문에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다. 따라서 재협상을 하게 되면 그나마 얻은 것조차도 빼앗길 것이 많은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공개된 협정안을 보면 이러한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하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재협상이 없다고 했는가? 아마 재협상을 할 경우 그 나마의 것들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현재의 분위기 상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지금의 협정보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후퇴된 내용으로 갈 가능성이 크며, 이 결과는 현 정권 혹은 추진세력에게 결정적인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그 실체적 부담이 정권과 추진세력에 있지 않고 현세대 및 향후 세대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공개된 협정문 안을 살펴보면 지식기반 사회를 외치면서도 그것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문제, 통일경제를 내다보면서 준비하고 있다는 개성공단 역내인정문제, 한국의 특수성에 있어서 한국적으로 해결하고자하는 부동산관련 문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문제, 식량주권문제를 검토하지 않은 농업에서의 세이프가드 문제는 물론 이번 협상에 있어서 이익을 가장 크게 했다는 자동차 산업 등등 모두가 문제투성이다. 이와 같은 것들은 당장 국민생활, 주권의 문제와 충돌되고 있으며 미래 한국경제, 나아가 민족의 문제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권차원의 성과만 급했지 다른 것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미 협상은 절차나 방식, 그리고 내용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이 없다고 강조한 것은 잘못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재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예측이 되지 않는다면 국회 비준과정에서 협상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정부는 이제 그 공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 다만 이때에도 국회에서 신속하고 충분한 검토가 될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자료와 그동안 취득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는 그동안 잘못된 협상을 이끌어 온 속죄의 의미도 포함된 것이다. 즉 협상내용이 이와 같다면 더 이상 행정부가 나서서 홍보하고 국민여론을 찬성 쪽으로 이끌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회에서의 검증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FT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나아가 각 당은 12월 대통령 선거전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더욱이 거대 야당은 FTA 협상을 찬성하고 있고 부서진 여당은 믿을 수 없다. 현재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룹은 시민사회와 일부 국회의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건이 상정될 경우 비준(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참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는 철저한 검증을 위한 입장을 천명하고 검증을 위한 민간중심의 기구를 서둘러 출범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

우리는 국제협상에서의 통상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있는 미국을 ‘나쁜 국가’로 규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례를 전 세계적으로 목격해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에 대한 준비를 더욱 치밀하게 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정권이 크나큰 오류 가운데 하나다.

시민사회신문

 

제6호 19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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