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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보라바이트'를 아시나요?

일본시민사회 프런티어[4]

<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새로운 흐름 ‘커뮤니티 비즈니스’
‘볼런티어+아르바이트’ 형태 봉사 확대
사회적 기업·시민기업·사업형 NPO

요즘 ‘보라 바이트’를 모집하는 광고에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이것은 자원봉사의 뜻인 ‘볼런티어(volunteer)’와 ‘아르바이트’의 일본어적 합성어이며,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면서 비영리적 목적의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원래 무상봉사인 자원봉사에 ‘사례’가 오고가는 애매한 상황이 현실적으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최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CB, community business)’의 붐을 타고, 확실하게 개념화된 것이라 하겠다.

CB란 ‘비즈니스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지역 주민이 지역의 과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활동’으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형식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과제에 힘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는 자원봉사와 공통되지만, 수익성을 염두해 두고 돈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기업활동과 같다. 이른바 이들 양자의 중간적 존재로 ‘사회적 기업’ ‘시민기업’ 또는 ‘사업형 NPO(비영리 단체)’등으로 불릴 때도 있다. 이들에 채용되는 아르바이트가 바로 ‘보라 바이트’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최근 CB가 넓혀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비롯된 복지문제나 환경, 교육, 실업문제 등 원래 행정 기관의 책임이었던 과제를 지역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안정적이고 책임있게 실천하기 위해 단순한 시민운동이 아니라 활동 자금의 조달로부터 조직 형태까지를 체계화한 비즈니스의 형태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이다. 또 80년대에 시작된 구미에서의 CB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 스위스, 독일 등의 활동 사례가 빈번하게 조사 연구의 대상이 되고 그것들이 직접 수입된 것도 사실이다.

‘보라 바이트’가 뜬다

CB의 분야는 기본적으로 기존 시민운동의 분야와 동일하다. 따라서 종래의 자원봉사적인 시민운동을 어떻게 비즈니스적으로 체계화할 것인가, 어떻게 다양한 사업을 접목시켜 서비스를 운용, 수익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아이디어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어떤 CB가 성공하는지에 관한 사례연구나 콘테스트의 개최, 행정 기관에 의한 모델 사업의 지정이나 재정적 지원, 실험지역의 지정 등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 민관에서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CB의 예로서는 지역의 문화행사나 스포츠 시설 등에서의 대회, 학교행사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 식기 이용 대신 재활용 식기의 대여 사업을 전개하고 이에 따른 쓰레기의 감량에 공헌한다는 사례 등이 있다. 또 독자적으로 뉴스레터나 회보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신문사나 방송사와 제휴하여 지역발행 신문의 1페이지나 주1회의 방송 시간을 시민단체가 담당하고 시민운동에 관한 정보발신이나 정보교환, 장소를 만드는 사례 등이 있다.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 전문조직으로 관민이 협동하여 설립된 TMO의 활동이나, 시민단체에 의한 지역통화의 발행 등도 CB의 주요한 예다.

주식회사 커뮤니티 택시

기후현(岐阜縣) 다지미시(多治見市)에서는 2003년에 지역 시민과 기업이 공동 출자하여 승용차 9대를 보유하는 ‘커뮤니티 택시’이라는 CB가설립되었다. 이것은 특히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를 목적으로 택시 업무와 출장의 편리업무를 겸업하는 CB이다. 지역의 시민들이 택시의 이용 가치를 복지 서비스에 활용하고자 ‘시민 택시 구상’을 만들고, 흑자의 경영을 달성한 사례다.

이 CB에서는 일반 택시 회사보다 10%정도 싼 요금제, 회원제도에 의한 할인, ‘door-to-door’(택시 문으로부터 집 현관까지)라는 개호 서비스, 그리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구입 및 배달하는 편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친절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어 시내거주 70세 이상의 고령자 약 30%(3천500명)가 회원등록을 해 현재는 택시 20대에 버스 3대를 소유, 약 50명의 사원을 고용하기까지 이르렀다.

택시나 버스 등의 운송업과 복지 서비스를 혼합시킨 CB는 최근 전국적으로 넓혀지고 있는 분야다. 이 사례 외에도 집의 청소나 수리, 집안일 도우미, 페인트 칠 등을 시간제로 정산하는 편리업무를 하는 사례나, 지역통화의 활용이나 지역의 음식점과의 제휴를 실현한 사례, 개호 자격을 가진 운전기사나 여성 운전기사 등이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다양한 사례 등이 주목 받고 있다.

친환경 카 셰어링(car sharing)

친환경 카 셰어링(car sharing)이란 이름 그대로 지역 주민이 승용차를 공동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의 양이나 이용을 절감함으로써 환경이나 교통 문제에 공헌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을 낮추고 지역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몇 명에서 몇 십 명 단위의 지역 주민이나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회원등록을 하고 온라인으로 이용 예약을 한 후 공유 주차장에 주차시킨 차를 IC카드로 인증하여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스템이다. 이러한 운용체계가 실제로 일본 내에서 20개 정도 활약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마네현(島根縣) 돗토리시(鳥取市)에서는 2003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자동차회사, 재활용 업자 등이 협력해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유를 연료로 전환 이용 하는 ‘에코 카’를 지역에서 공유하는 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폐유를 처리 업자에 가져가면 지역통화와 교환할 수 있고, 그것을 사용해서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지역통화는 지역의 슈퍼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폐유연료도 다른 용도에 판매해서 수입을 얻게 된다. 환경보호와 교통 완화, 커뮤니티 형성이 동시에 실현된 매우 흥미로운 CB이다.


미우라 히로키 한국관광대 전임강사

 

제9호 16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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