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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일본형 복지 시스템 '소규모 다기능 시설'

일본시민사회 프런티어[5]

 

<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고령자복지와 시민사회 고민
노인 입장에서 추진, 효과 증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은 일본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정 문제의 하나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2배에 가까운 약 21%인 고령화률(총인구에 대한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비율)은 앞으로도 급상승하여 오는 2015년에는 26%, 즉 4명에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될 것으로 추계되어 있다.

한편 시민단체의 활동으로서 가장 집중되는 분야도 또한 복지 분야다. 일본의 경우, 등록된 약 3만개의 NPO법인(민간비영리활동법인) 중, 주요한 활동 분야로 복지를 지정하는 단체는 약 50%에 이른다. 확실히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이들 시민단체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인지가 일본 시민사회의 최대의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초적 사건이 지난 2000년 4월의 ‘개호보험제도도입’이었다. 이것은 1994년의 ‘한신(阪神) 아와지(淡路) 대지진’에 이어 현대 일본 시민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 제도는 40세 이상에 대한 강제 가입식의 사회보험이며, 지방 자치단체에서 인정된 ‘사업자’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 대하여 이용료의 10%을 이용자 개인이 부담한다는 보험제도다.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성격의 사업자가 있고, 어느 사업자의 서비스를 받을 것인가의 선택은 이용자의 권리가 된다.

많은 시민단체가 이러한 ‘사업자’로서의 인정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개호보험제도의 실시이후 복지 서비스 활동은 급속히 활성화되었다. 복지와 기타 사업을 혼합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그리고 복지를 중심으로 한 ‘마치즈쿠리(마을조성)’도 이 일환이다. 개호 보험제도의 도입에 의해 시민사회와 일체화된 고령자복지 시스템이 형성된 것이다.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

최근 이러한 복지 시스템에 또다시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0년 이후 개호보험제도의 재정적 문제 및 개호를 받은 고령자 쪽의 심리적 문제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003년에 정부에서 ‘지역포괄 케어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비전이 제창되었는데 이것은 병원이나 노인시설 등 큰 시설에서의 개호가 아니고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집에서, 그리고 지역 내에서 간호하는 방향으로의 제도를 전환시킨 것이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의 핵심이 바로 ‘소규모 다기능시설’이다.

이것은 ‘개호를 필요하게 되어도 오래 살고 정드는 지역이나 자택에서의 생활을 유지하고 존엄을 가지고 자신답게 살고 싶다’라는 고령자의 마음을 소중히 하자는 것을 이념으로 고령자의 생활지역에 밀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시설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고령자가 시설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개호를 자유롭게 받거나, 일시적으로 숙박하거나, 긴급시나 야간에 자택으로 ‘헬퍼’를 부른다거나, 자택에서의 생활이 어려워 졌을 시 그곳에서 살거나 하는 등, 이용자나 가족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거점시설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고령자의 이동 거리나 서비스의 효율을 고려하여 한 시설에 대해서 이용 등록자는 최대 20명 정도, 숙박은 최대 9명, 이용자 3명에 대해서 1명 이상의 스탭 배치, 식당, 거실, 독실, 욕실 등의 기본시설의 설치가 법제도화 되었다. 게다가 고령자를 위한 생활 필수품을 상비하는 ‘편의점’적 기능이나, 수예품 등의 작업장, 취미 서클이나 평생 교육의 운영, 탁아시설 등 다기능화가 도모되었다.

복지시설은 지역에 밀착할 수 있도록 소규모로 하며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나의 시설에 많은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모델로 ‘일본형’의 복지 시스템으로서 현재 정착하고 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촉발

‘소규모다기능시설’의 등장에는 한 시민단체가 기존의 복지 시스템에 대해 도전을 했던 배경이 있다. 도야마현(富山縣) 소재의 NPO법인 ‘코노유비 토마레(여기에 모여라)’의 활동이 그것이다. 어느 간호사가 병원에서의 근무 중 자택에서의 생활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개호를 받아야 하는 사정으로 인해 자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령자가 많다는 것, 그리고 고령자와 아이가 함께 있으면 ‘리하빌리테이션 효과’ 등 서로 이점이 있다는 것 들을 실감했다. 그 생각을 몇 명의 간호사와 함께 공유한 다음에 퇴직 후 고령자 및 장애인의 개호 그리고 유아육지를 동시에 하는 소규모다기능시설을 1993년에 건설한 것이다.

그 때까지 복지제도는 고령자는 고령자만, 장애인은 장애인만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활동 시작 시기에는 행정기관으로부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보험제도의 이용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택지에 있는 보통 민가를 개조하고, 소규모이자 가정적인 시설을 만들고, 아기에서부터 노인까지, 또 장애에 유무에 관계없이 받아들이는 복지 서비스에 공감대가 형성되자 같은 활동이 지역적으로 서서히 퍼져 갔다. 그 결과 지역밀착형이며 연령 차이를 넘은 공생(共生)을 중시한 새로운 복지 서비스의 모델로서 일본 전국에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현재 하루 이용자는 약 30명, 고령자, 아이, 장애인이 각각 약 10명정도다. 여러 가지 자격을 가진 직원이 28명, 자원봉사자가 약 100명 등록되어 있다. 이용 요금은 개호의 정도에 따라 하루 2천500엔(약 2만원)으로부터 3천700엔(약 3만1000원). 그 외 90%는 보험으로 보조되어 10%가 이용자 부담이 된다.

고령자가 유아를 보살피고, 어린이들이 활기차게 놀고, 장애인이 거실의 테이블에서 손작업을 하거나,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돕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도 다수 참여하고 여러 가지 자격을 가지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한다. 큰 시설에서는 할 수 없는 이용자와 스탭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실현한 것이다. 아주 작은 시설인데도 불구하고 ‘코노유비 토마레’에는 지금도 일본 전국에서 시찰이나 문의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사람에 의한 선구적 아이디어와 실천이 주위의 NPO나 정부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법제도의 토대를 형성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령화사회에 대응하는 일본형의 복지 시스템이라고 불리기 까지 성장한 아주 귀중한 예다.


미우라 히로키 한국관광대 전임강사

 

제10호 12면 2007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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