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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역동하는 말레이시아 시민사회

아시아미디어회의 열린 콸라룸푸르에 가다[2]

지난달 31일까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미디어회의에 참석한 김레베카 객원기자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인권지도자를 만나 말레이시아 민주화의 현재와 미래를 듣고 왔다. 말레이시아 민주주의지원재단 회장이자 마하티르식 불균등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인민정의당(PKR) 소속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과 인권단체 ‘말레이시아민중의목소리’(SUARAM) 사무국장 얍쉬이성(Yap Swee Seng)이 그들이다. 안와르는 한때 집권당 차세대 주자였지만 주류 이슬람세력의 미움을 받아 축출당한 뒤 내년까지 일체의 정치활 동을 금지당한 바 있으나 현재 당 안팎을 정비하고 '말레이시아 노동헌장 ' 제정을 주창하는 등 야권 정치인으로 활동 재개하고 있다.
얍쉬이성 사무국장의 ‘SUARAM’은 지난 1989년에 생긴 인권단체로 말레이시아 시민사회 공간을 확장시킨 단체란 평을 받고 있다. /편집자  

“마하티리즘은 그냥 단순한 권위주의”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인민정의당(PKR) 정치인

-내년 총선 참가를 선언하면서 정계 복귀한 걸로 알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치에 스스로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바다위 정부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말레이시아 정계 활동은 BN(국민전선) 정부로 인해 많이 제한 당해버린 상태라 한계가 많다. 하지만 더 나은 말레이시아를 위한 어젠다, 특히 아직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말레이 다수보다는 부패한 소수 말레이국민연합(UMNO) 소속 고위층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 신경제정택(NEP)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지금 새로운 경제정책을 법제화하기에 최적기를 맞고 있다. 내가 구상중인 ‘말레이시아 경제 어젠다’는 인종과 상관없이 말레이시아 빈곤층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말레이시아를 역내 경쟁국들과 다시 대등한 위치에 올려놓을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소위 ‘동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리던 다른 아시아 호랑이들로부터 우리나라는 많이 뒤쳐져버렸다.

 

싱가포르와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현재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우리의 5배가 넘는다. 앞선 경제정책은 실패했고, 그 결과 현재 바다위 정권은 그 실패한 정책의 누수지점을 막지 못하는 미약한 개혁만 추구해 또 다른 실패에 이르고 말았다. 가령 이스칸다르(Iskandar) 지역개발사업은 말레이시아 경제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수하지 못하는 미약한 조치에 불과하다. 또 반부패 조치도 말만 무성했지 실질적으로 보여준 것은 거의 없다. 나는 그동안 이런 중요한 점과 또 공정한 미디어, 사법부 개혁 등 의제를 갖고 정부를 끊임없이 밀어붙여왔다.

- 소위 ‘마하티리즘’이 말레이시아와 아시아에 끼친 영향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마하티르는 공직에 있는 동안 시민사회 제도(구조) 전체를 조직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정통성을 구축했다. 억압적인 구류조치를 비롯해서 온갖 강제수단들을 사용하고, 9·11사태 직후부터 국내 반대파를 더욱 탄압하는 새 선거법을 통과시키며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봉쇄했다. ‘마하티리즘’이란 용어는 쿠부텍(Khoo Boo Teik)이 그의 책 ‘마하티리즘의 역설’에서 사용한 이래 유명해졌다. 이 개념은 여러 가지 이즘을 다 포함한다, 민족주의, 자본주의, 이슬람, 권위주의 등. 내 생각에는 마하티리즘은 그냥 단순히 권위주의이다.

- ‘이슬람화’가 현재 문제인가.
▲‘이슬람화’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대한 열린 토론이나 토론을 허락하고 활성화하는 사회분위기가 전무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말레이시아 사회 내에서 종교적, 인종적인 갈등과 괴리를 오히려 양산해내고 있다. 늘 주장해온 바이지만 말레이시아는 다인종 국가이다. 따라서 국가가 건강하려면 서로 다른 인종간 관계가 건강해야하는 건 제일차적인 문제이다.

이슬람 경제 포럼과 관련해서는, 거기서 주장하는 바 ‘무슬림 국가간 또 무슬림-비무슬림 국가간 혁신적인 파트너쉽 구축’이란 야심이 과연 실질적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다. 무슬림 국가 대부분이 취약점은 밖에서 반강제 비슷한 요청이 있기전까지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국내 시민들에게 기본적인 시민권도 안 부여해주면서 어떻게 국가간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단 말인가?

-인종관계가 말레이시아 미래를 위해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는가. 국가통합 문제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인민정의당(PKR)은 정의에 기반한 국민통합을 주창한다. 우리 목표는 말레이시아에 앞으로는 인종차에 기반한 정치(racial politics)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집권 연합이 시행하고 있는 인종정치 정책이다. 말레이국민연합(UMNO)는 지지를 끌어 모으기 위해 계속해서 극단적인 말레이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추기고 있고, 이 결과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하고 있다. 중국연합당(MCA)나 인도의회당(MIC) 역시 각기 중국인 사회, 인도인 사회에 전적으로 얽매여 있다. 반대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종간 관계를 갖고 조작하는 이런 인종정치가 말소되지 않는 한 말레이시아 사회에 근본적인 혁신은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말레이시아의 역할과 영향력은 어떻다고 보는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와의 관계는.
▲말레이시아는 2005년 ASEAN 의장국이 됐는데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1997년 버마가 가입하도록 해놓았지만 아웅산 수지 석방은 커녕 버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에 그 어떤 보탬도 되지 못했다. 현재 ASEAN 내에는 분명 일반 시민들의 바람과 ASEAN 지도자들의 텅 빈 수사 간 단절이 존재한다.

 

ASEAN과 한국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최근 양자 간 FTA 체결(태국만 뺀 모든 ASEAN국가와 맺은)이 고무적인 일이라 본다. ASEAN은 남한의 5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며, 매년 2백만명의 남한사람들이 ASEAN 국가를 방문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무역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 이상으로 근본적인 인도주의적 문제점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ASEAN과 한국이 ASEAN+3 틀 안에 머무르는 게 중요하리라 본다. 한국과 더 긴밀히 협조해서 ASEAN국가들이 얻을 이익은 막대하다. 양자 간 무역량은 2005년 USD 535억불에 이르렀고 이는 남한 무역 총량 의 9.8%에 해당한다. 남한 기업은 ASEAN국가들에 같은 해 125억불 넘게 투자했다. 서비스, 투자 등 비상품 무역에 대해서는 남한과 ASEAN이 현재 협의를 진행 중 이다, 올 연말에 조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있다.

 

ASEAN과 한국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한국이 동북아 민주주의를 신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은 이점에서 아시아 전체 민주주의자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남한과 ASEAN간의 협력은 앞으로 이 영역으로 더 뻗어나가야 한다. ‘문화적 아시아’라는 특징은 경제적 이득 이상으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점이다.

“찾기 힘든 난민 인권, 의문사까지”
얍쉬이성(Yap Swee Seng) ‘말레이시아민중의목소리’(SUARAM) 사무국장

-SUARAM의 주요 프로그램은?
▲SUARAM은 87년 정치박해 때 법적 판결 없는 구류를 허여하고 있는 국내치안법(ISA)에 의해 강금 당한 경험이 있는 전 정치범들이 만든 단체이기 때문에 1차적인 프로그램은 역시 재판 없는 구류를 폐지하는 것, ISA를 폐지하는 것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이 재판 없는 구류를 허여하는 법이 세 가지있다, ISA, 긴급명령(Emergency Ordinance), 그리고 위해약물법(Dangerous Drug Act). 두 번째 프로그램은 경찰 폭력과 경찰 권력남용 감시이다. 그래서 데모마다 모니터하고, 경찰이 데모대를 해산하려고 폭력을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나 감시하고, 구금되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정도 또한 조사한다. 세 번째로는 국내 많은 난민, 특히 버마와 아체 등으로부터의 망명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영역은 인권과 관련된 자료구축이다. 매년 ‘인권리포트’를 발간하고, 웹 인권소식을 만든다. 동티모르나 아체를 위한 국제 연대를 촉구하는 일도 하고 있는데, 요즘은 버마에 더 집중하고 있다.

-난민은 매년 어느 정도나 되나.
▲유엔인권고등난민위원회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말레이시아 내부에 5만명 정도가 있다. 하지만 비등록자까지 합하면 아마 10만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말레이시아에 그들이 정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정부가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출입국도 어떤 법도 난민의 ‘난’자도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즉 정치적 망명자를 포함해서 모든 난민이 소위 ‘불법이민자’ 취급을 당한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이민법에 의해 언제든 구금당할 수 있고 벌금형에도, 심각한 폭력적 형벌에도 처해질 수 있다.

-아시아미디어회의(AMS)에 모인 서양 참가자들이 말레이시아는 가령 버마,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등과 비해서는 안전한 사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레시이시아는 난민, 특히 비등록 이민자가 살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사회이다. 현재 정부는 2, 3일마다 소위 ‘불법 이민자’를 소탕하기 위해 일제검거를 벌이는데, 내년 체포 예상치는 50만 명을 상회한다. 검거 중에는 난민, 비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각종 폭력행위들, 구타, 강탈 등이 벌어지고 이 와중에 사망하는 사건도 종종 생긴다. 최근 출입국이 행한 대규모 검거 와중엔 5명이 사망했다. 체포당한 난민들 역시 험악한 조치에 처해진다, 억류캠프가 비좁고 비위생적이어서 피구류자들은 잠도 못자고 또 병에 걸리기 일쑤다. 최근 베트남 여성이 아기와 함께 구금당하기도 했는데 이런 조치는 전적으로 반인도적인 처사이다. 많은 수가 위험한 자국으로 강제송환(rendition)당하면서 배 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기도 한다. 작년에도 2명이 죽었다.

또 다른 문제는 구류 와중에 이유 없는 사망이 일어났을 때 이를 두고 경찰 책임을 물을 수도, 처벌할 수도 없게 되어있는 법적 구조이다. 2005년에는 5건, 그 다음해에는 9건을 조사했는데 사법절차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6년 총 사망자가 14건이었다. 2004년 정부 약속은 구류 중 사망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달 안으로 법적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형사면책 분위기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 법적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이런 사건에 접하면 법무장관측에 사건 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낸다. 경찰서에도 사건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요청한다. 그 다음엔 인권위에 불만사항을 접수시킨다. 인권위는 공적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SUARAM이 올린 진정 두 건이 조사에 들어간 바 있고, 이는 경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법제 개혁도 감시하는데, 가령 정부가 경찰 개혁을 조사하기 위해 국왕위원회를 조직했을 때 우리는 구류 중 사망사건이 다수임을 발견하고 위원회가 특별재판소를 꾸려 이 문제를 다루도록 정식 제안했다. 기존 법은 사건이 일어나도 그걸 조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또 사건을 다루는 치안판사 측이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한 사전 지식 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우리쪽 제안을 받아들여 특히 의회안에 ‘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를 꾸려 형법(형벌절차법) 개혁에 착수하게 됐다.  

-‘이슬람화’가 인권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정부는 이슬람에 점점 더 많은 주도권을 쥐어주고 있다. 공적·사적 부문에서 다 그러한데, 공적 부문에서는 샤리아(종교)법정 판결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데서 드러난다. 공교육에서도 이슬람화 경향은 두드러진다. 또 정부는 이슬람 은행업도 증진하고 있다. 다른 부문도 똑같이 취급받는다면 괜찮을 것이지만, 이런 경향이 이슬람이 사회 내에서 지나치게 커져 기타 사법, 인권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걱정하는 무슬림도 많다. 가령 개종 같은 종교자유에 해당하는 권리를 두고 왜 국가, ‘법정 판결’에 기대야하는가. 이슬람으로 한번 개종한 이상 다시 배교할 수 없고, 샤리아법정에 가면 배교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당하게 된다. 헌법 11조에는 보장되어 있는 종교 자유가 실질적으로는 없다는 얘기다.  

-인종간 관계는 괜찮은 편인가?
▲그다지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 인종간 불편함, 묘한 긴장이 있는데, 인종적 정치로 인한 결과이다. 14개 정당의 집권연합인 국민전선(BN)은 오로지 인종 차에 의해 구성된 정당들의 집합이다. 가령 말레이국민연합(UMNO)는 말레이인, 중국연합당(MCA)은 중국인, 인도의회당(MIC)은 인도인들만 회원으로 받는다. 이런 경향이 사회 지배적이기 때문에 인종간 진정한 조화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말레이시아 사회 내 심각한 문제는 미디어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베리타 하리안(Malaysian Berita Harian)> <뉴 스테레이츠 타임즈(The New Straits Times)> <우투산 말레이시아(Utusan Malaysia)> 중요 주류 매체는 전부 UMNO 소유로 되어있다. <스타(The Star)>나 <성주일보(星洲日報 , Sin Chew Daily) MCA 소유고, 그것도 정부와 가까운 기업인이 소유주이다. 그나마 나은  <동방일보(東方日報, Oriental Daily News)> <선 (The Sun)> 등은 부수가 적다. 사회 진보 경향에 호의적인 매체는 전부 다 소규모 웹뉴스 뿐이다.


김레베카 객원기자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연구원

 

제9호 11면 2007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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