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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일본 전역에 확산된 '미래화폐' 붐

일본시민사회 프런티어[3]

지역통화로 커뮤니티 재생

‘덴덴, 앗피, 情, MOVE, LOVES…’ 이것들은 일본의 어느 지역 내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지역통화의 명칭이다. 지역통화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 이외에 사용되는 통화이다. 구미에서 주로 ‘렛츠’(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고 불려, 1980년대부터 실천되어 온 것이다. 그것이 1995년 이후 일본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약 10년간에 급속히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현재까지 약 600개 정도가 도입되었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에서도 1998년에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FM’(Future Money, 미래화폐)라는 이름으로 지역화폐의 운영을 시작한 뒤, 송파 품앗이의 ‘SM’ 광명 품앗이의 ‘그루’ 등의 예가 있다.  

지역통화의 목적은 주로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 ‘자원봉사 활동이나 집안일 등, 비경제적 활동에 대한 가치부여’, ‘순환적인 복지서비스의 실현’ 등이라 할 수 있다. 그 일반적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역통화는 은행이 아닌, 시민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주로 발행 및 운영된다 △지역통화는 특정한 지역이나 그룹 내에서 만 사용된다 △지역통화는 특정한 물건이나 서비스 밖에는 교환할 수 없다 △서비스의 가치는 주로 당사자에 의해 결정되거나 서비스에 소비한 시간을 기준으로 통화를 교환한다 △지역통화에는 이자가 없다. 경우에 따라서 ‘마이너스 이자’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통화의 가치가 떨어짐)를 실시하는 제도도 있다.

통화의 형태나 그 대상으로 삼는 서비스의 내용, 그리고 운영 시스템은 지역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다. 지폐나, 팁 등을 실제로 교환하는 방식, 통장기재 방식, IC카드 방식 등도 있다. 대상이 되는 서비스로, 당초에는 고령자에 대한 서비스나, 그 반대로 고령자에 의한 아이들에 대한 서비스 등 복지 서비스가 주류이었지만, 최근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서비스나 기술의 제공, 쇼핑까지, 그 사용 범위가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무라카미시(村上市)의 ‘키사라’

‘키사라’는 일본 북서부지방의 니가타현(新潟縣)에 위치하는 인구 약 3만 명의 작은 시에서 시민단체에 의해 발행 및 운영되어 있는 지역통화다. 우선, 참여하고 싶은 시민이 등록 용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과 ‘받고 싶은 혜택’을 기입한다. ‘할 수 있는 것’에는 아이를 보살핀다거나 과외수업의 도움, 고령자의 개호, 저녁 식사의 반찬 만들기나 집안일 도움, 옷 수선, PC 수리, 외국어 교수, 팜플렛의 디자인 등 그 범위가 다양하다. 그것들 모두를 리스트로 담은 것이 ‘키사라 메뉴’로서 1년에 몇 번 발행되어, 등록자 전원에 보내진다. 등록자는 이 메뉴를 보면서 서로 연락을 하고, 서비스의 교섭을 하게 된다. 지불은 서비스의 내용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1시간당 1키사라로 계산된다. 또 이 외에 가게나 회사의 등록도 있어 ‘키사라’를 사용하고 음식이나 쇼핑이 할인되기도 한다. 현재는 시내의 약 150명이 등록하고, ‘키사라 메뉴’에는 약 700개의 ‘할 수 있는 것’ 과 ‘받고 싶은 혜택’이 등록되어 있다.  

‘키사라’ 자체는 지폐의 형태로 운영된다. 사용할 때에는 지폐의 뒷면에 이름과 받은 서비스의 내용을 기입하게 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자원봉사나 복지 서비스를 순환적으로 촉진함과 동시에 지역의 인간관계의 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뿐인 고령자 자신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면서 사회에 참여 할 수 있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도쿄 시부야구(澁谷區)의 ‘ r ’

도쿄의 중심에 위치하는 시부야구는 패션이나 라이프 스타일 등 유행의 발신지로서 특히 젊은이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그러한 시부야에서도 2001년10월 시민단체인 ‘Earth Day Money Association’에 의해 지역통화 ‘r’이 도입되었다.

‘r’을 받으려면 이 통화 제도에 등록된 비영리의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하면 된다. 환경보호 활동이나 외국인 지원 활동, 에너지 절약, 복지 서비스 등이 있다. 이외에 문화나 교육, 국제교류 등의 이벤트에의 참여하는 방법 등도 있으며 한 번의 참여로 보통 50r에서 1000r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통화 제도에 등록된 여러 시민단체에 의해 주최되는 것이며, 각각의 시민단체에는 연간 50만r까지를 발행하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기부형식이다. 참여가 어려운 활동이나 국제적 캠페인의 경우에는 시부야 내에 설치된 기부기에 200엔(약1600원)분의 동전을 넣으면 200r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보통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난감 뽑기 같은 형태의 기계이며, 나오는 캡슐에는 ‘r’이외에 기념상품과 어느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싶은 지를 기입할 수 있는 용지가 동봉되어있다. 200엔 중 100엔은 ‘r’의 운영비로, 나머지의 100엔은 그 프로젝트에 기부되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은 ‘r’은 시부야에 있는 약 60의 카페나 미용실, 술집, 악세사리 가게, 헬스 등에서 1엔=1r로 계산하고, 한 번의 이용에 대해 100r에서 500r 정도를 한도로, 또는 요금의 몇 퍼센트을 ‘r’에서 지불할 수 있다.

여러 시민단체가 비영리의 프로젝트나 이벤트, 자원봉사 활동 등에서 인원확보나 자금 확보를 위해 이 시스템에 등록하고 카페나 술집 등도 가게 이미지향상의 기회로써 활용한다. 게다가 실제의 현금과 연동시킴으로써, ‘r’의 운영 자금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시민의 자원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촉진하고, 환경보호나 인권 옹호 등의 의식 계발을 넓힐 수 있는 도시형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역통화는 세제적 혹은 법적 과제를 많이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전에 성공적으로 도입하는데 상당한 노력이나 관계자들 간의 협력, 유통 실험 등이 필요하고,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통화 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우라 히로키 한국관광대 전임강사

 

제8호 16면 2007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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