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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환경

'철'없는 모기의 습격

사계절 전천후 진화의 증언

모기는 이제 사계절 해충이 되었다. 그들은 사계절 전천후로 살아남는 진화에 성공했다. 성공적으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자연선택을 이루었다. 장구한 시간의 진화과정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옛 속담에 '처서가 되면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다. 처서 이후에는 모기가 점차 사라져 물릴 염려가 적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 속담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원론적으로야 모기의 평균수명은 1개월 정도이다. 난방을 해준다면 1년 가까이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반경은 대략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흡혈을 해야 산란을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기에 대한 이러한 생리적 특징도 수정이 요구된다.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대형건물에서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은 희한한 뉴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건물이 수직으로 대형화되고, 지하 공동구가 발달하고 서식하기 좋은 유기물의 집산지인 대형 정하조가 늘어나면서 모기는 환경에 적응을 시도했다. 결국 지하 도시 전체가 그들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되고 환기통로나 배수구를 따라 건물 안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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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들은 적응을 위해 생리적 특징도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알을 낳으려면 반드시 흡혈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흡혈을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쥐 등 혈액을 다량으로 품고 있는 동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과정 없이도 교미하고 산란할 수 있다. 이 모기의 대부분은 빨간 집모기(Culex pipiens)다.

배설물이 정화돼 유기물이 풍부한 물에 그들은 유충을 낳는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는 자연 상태에서 여러 수생생물들의 먹이사슬에 포함되지만 천적이 없는 지하공간에서는 무한정 번식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이 공간은 절대번식의 터전이다. 말 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기의 터전은 지하공간뿐만 아니다. 간척지에서도 그들은 왕성한 번식을 자랑한다. 간척을 위해 제방을 쌓으면 염도가 높은 간척지에 민물과 빗물이 섞여 적당한 염도에서 번식하는 모기종인 이나도미집모기와 등줄숲모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증가한 모기는 번식을 위해 흡혈을 시도한다. 흡혈은 간척지 주변의 빨간 피가 흐르는 동물종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시도된다. 이런 이유로 해당 지역에서는 때 아닌 모기의 습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류의 정주를 가능하게 한 농업의 발달, 특히 수리답이 가능해진 이후 논은 모기의 발생을 도왔다. 이제는 개발로 사라지는 논을 대신해 도시화와 간척사업이 모기의 생존을 돕고 있다. 그것도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진화를 유도하면서 도움을 준다.

 

이러한 상태에서 자연의 자정능력은 사라져버린다. 더구나 그들은 화학방제제인 모기약에도 내성을 갖춰 살충제의 독성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의 편리와 문명의 배타성을 인큐베이터 삼아 생존하고 있다. 인구밀집의 도심에 이런 모기들이 대규모 전염병을 싣고 인간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13층이라는 고층공간을 비웃고 거실을 배회하는 모기의 여유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심재봉 시민기자 sjbo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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