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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환경

‘원전 진흥’ 산업부 규제권까지 가져가나

원안위 비상임위원 긴급호소문

 

밀양 현장에서 싸우시는 분들과 곳곳의 현장에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너무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어서 긴급 협조와 대응을 부탁드리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원자력 진흥 부서이자 원전비리를 책임져야 할 주무 부서인 산업부가 원자력사업자에 대한 규제권까지 가져가는 법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 부품 비리로 가동이 중단되었던 신고리1,2호기.

 

여러분 잘 아시는대로 후쿠시마 사고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원자력 산업을 진흥하는 부서와 이를 규제하고 감독하는 부서가 한 부처(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되어 있었습니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업무가 한 부서에 통합되어 있다 보니 원자력 규제 업무에 대한 독립성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야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법률이 제정되어 지난 2011년 10월 대통령 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설치되었습니다. 시민 여론에 밀려 원안위가 대통령 직속기구(장관급)로 법률로 보장된 독립된 규제기관으로 설치되었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에는 원전사업자의 들러리 역할만 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핵없는 사회를 위한 便옳碩오� 원안위 앞에서 몇 달간 야외 농성도 하고, 원안위의 제 역할을 촉구하는 수많은 기자회견과 규탄행사를 가졌습니다. 

 

원안위의 위상 강화가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박근혜정부는 인수위 시절, 규제와 진흥 부서를 다시 통합하기 위해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위원회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하여 원안위를 대통령직속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하시키는 선에서 정부 조직안이 개편되면서 여야 협상을 통해 전체 위원 9명(상임 2명 포함) 중 4명을 국회 추천으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야당 추천을 받아 저와 김익중교수님이 원안위 비상임위원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저희 두 사람이 들어갔다고 해서 원안위의 역할의 획기적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기(이명박 정권 원안위)와 비교시 여러가지 변화된 상황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2기 원안위에 저희 두사람이 들어가서 아직 뚜렷하게 바꾸고 있는 것은 없지만, 원전 업계나 진흥쪽에서 현재의 원안위가 본인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원안위에서 한빛 2호기 가동 중단 등 여러가지 원전업계가 원하지 않는 결정이 있어왔습니다. 원안위내 소수위원인 우리 입장에서 보면 원자력사업에 관대한 결정들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전업계가 이러한 상황조차도 뒤엎어버리기 위해 아예 자신들이 스스로 셀프 규제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원자력산업계가 새누리당 정수성(경주)의원을 내세워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사업자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인 ‘원전 사업자 등의 관리 감독에 대한 법률’ 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 해 원전 비리를 뿌리뽑겠다며 박근혜대통령이 주문한 산업부 중심의 원전 안전 관리 체계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산업부가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는 법안을 제정해서 규제와 과징금 부과 등의 규제권을 가지게 되면 원안위가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 ‣ 핵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사항 ‣ 원자력이용자의 금지행위에 대한 조치 및 과징금 부과에 관한 사항 등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문제는 현재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차관급으로 장관급인 산업부보다 법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산업부가 규제권을 가지게 되면 사실상 원자력안전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 기능이 원안위 설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그동안 운동을 해오면서 어렵게 시민사회가 구축해놓은 성과를 원자력마피아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정치인들을 조직해 제도를 바꿈으로서 원천적인 변화를 막아오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원전 비리로 한수원 전 사장 등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자 원자력계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셀프감독권’ ‘셀프 규제권’입니다. 탈핵운동으로 만들어낸 규제기관의 시민참여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사실상의 상위법을 만들어 진흥부서가 규제권한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원자력계의 탁월한 전략이 구현되는 셈입니다. 

 

저는 원안위에 시민사회 추천으로 두 사람이 들어간 것은 규제기구에 시민참여가 시작된 작은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 역량도 부족한 사람이 많은 분들의 기대를 안고 들어가 역할을 하느라 늘 긴장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원안위에 들어간 이후 단 한번도 탈핵을 염원하는 여러분들이 부여한 책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려고 하는 이 마당에 산업부가 사업자 규제권을 갖는 법률이 제정되면 원안위의 규제 기능이 절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땅에서 원자력집단의 기득권과 폐쇄성을 허무는 일은 결코 단 한번에 오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곳곳에서의 균열을 통해 독점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독점과 폐쇄성이 무너질수록 원자력의 실체가 세상에 더욱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원자력은 세상에 빛을 쪼이면 쪼일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산업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얘기가 많이 길었습니다만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원자력 진흥부서이자 원전비리의 주체인 산업부가 사업자 규제권을 쥐게 될 ‘원전 사업자 등의 관리 감독에 대한 법률’ 제정안 저지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 드리고, 이에 대한 활동을 부탁드립니다. 2월 국회에서 이 법률이 제정될 수 없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정말 긴요합니다. 시민의 연대와 참여만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김혜정 드림

 

김혜정 원안위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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