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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미국식 경제시스템 그대로 이식”

나프타에서 보인 미협상전략 그대로

국외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비주류 경제학 연구모임' (http://daskapital.x-y.net)의 운영자 조태희씨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씨는 캔자스시티 미주리대 (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과 제도주의 경제학의 입장에서 유효수요이론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논문을 쓰고 있다.

-한국 정부가 협정 원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공적인 협상'이고 '모든 국민들에게 자랑할 만한 결과'였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5월 중순에야 공개함으로써 여기 저기서 제기될 비판을 최소화하고 국회비준 강행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도 미국 행정부는 동일한 전략을 취했다. △늦게 협상자료를 공개하고 △협정문 전체를 불필요하게 고도로 전문화된 용어로 쓰며 △협정이 가져다 줄 잠재적 이익을 과대포장하고 장기적으로 누가 어떻게 이익을 얻고 누가 어떻게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하는지를 모호하게 기술하는 것 그리고 △신고전파 경제학자들로 구성해 소위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그것이 마치 경제학계 내에서 합의된 집합적 논의의 결과를 반영하는 듯이 포장했다.

- 한미FTA 협상단 75% 이상이 미국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학자들과 관료들이 미국적 사고방식을 갖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선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교육 배경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해방 이후 피바디 재단(오늘날의 한미교육위원단과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의 전신)을 통해 한국의 두뇌들을 미국에 집단적으로 유학시켜 미국 문화와 사회체제에 대한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이 한국의 각 사회영역에서 주도적인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시켜 준 것을 고려하면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렇게 역사적으로 형성된 친미 기득권 집단이 한국 정치체제가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된 이후에도 아무런 사회적 감시와 제재도 받지 않고 자신들이 선망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한국사회에 그대로 이식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한미FTA가 한국경제, 한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한미 FTA는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객관적 자료와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전파하는 시장이데올로기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출발해 수량모형을 통해 잠재적 수치의 변화를 계산하고 마치 그것이 진짜 현실인 양 믿게 하는 이데올로기 장치일 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FTA 기대효과 분석 보고서에서도 드러나듯 숫자 몇 개를 넣었다 뺏다 하는 것이 모형 자체로만 봐서는 결과치의 증감일 뿐이지만, 만약 이 결과를 믿고 정책을 수행할 경우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충실히 따른다 해도 그것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 영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빈부격차의 문제, 교육기회의 불평등, 높은 의료비용, 폭력적 문화, 높은 범죄율은 바로 미국식 경제모델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한미FTA에 대한 미국내 여론동향은 어떤가. 각계각층 의견이 서로 다르겠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제 주위에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학생들도 한미FTA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이유는 미국언론에서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에서도 4월 2일 협상타결 직후 한두번 보도하고 이후로 잠잠하다. CNN이나 지역방송에서도 한미 FTA기사를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대통령 선거와 이라크 전쟁 때문에 한미FTA 협정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는 듯하다.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다만 영미권의 경우 지금이 학기말이라서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한국 학생들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경우 당사국이 아닐뿐더러 양자간 FTA 협정의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잘 모르기 때문인지 관심과 호응이 생각보다 적다.

이향미 기자

 

제2호 4면 2007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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