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외압수사 의혹 규명 남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에 동원됐던 조직폭력배 오모(54)씨에게 김 회장측이 1억1천만원을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이 사건에 연루된 10여명이 구속기소됨에 따라 수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경찰의 자체 감사결과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경찰의 늑장&외압 수사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보복폭행’ 사건 중간 수사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서정범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김 회장과 진모 경호과장을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화그룹 협력업체 대표 김모씨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폭행에 가담한 경호원 등 7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김 회장의 둘째아들 등 7명은 가담 정도가 경미한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됐다. 검찰은 김회장 일행에게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때 적용했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다섯 조항(집단 흉기 상해, 집단 흉기 폭행, 공동 상해, 공동폭행, 공동 감금) 및 업무방해죄를 그대로 적용했다.
검찰은 “김승연 회장이 쇠파이프를 들었으나 경호원이 말려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112 신고내용, 신고자의 진술 등에 의하면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로 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또 “사건이 일어난 직후 비서실장 김모씨가 김승연 회장 개인자금으로 총 1억 천만원을 한화리조트 감사 김모씨를 통해 조직폭력배 맘보파 두목 오모씨에게 지급했고, 오씨는 4월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이 자금 제공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와 오씨가 캐나다 로 도피하는 것을 도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번 사건을 김철환 형사8단독 판사에게 배당하고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해 신속심리할 계획이다.
◇ ‘경찰 늑장&외압 관련 수사 =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또 다른 축은 경찰의 늑장&외압 수사 의혹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도 객관적인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자체 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서울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 등 김승연 보복폭행 사건 수사라인 전체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은 광역수사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하도록 지시했고, 퇴임후 한화그룹에 취직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김 회장 사건을 무마하려고 수사 지휘 간부들에게 전화한 사실이 경찰 감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의 감찰 결과만으로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청탁성 전화를 한 것 외에는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배경은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이택수 경찰청장은 “보고를 받지도 않았고 최 전 경찰청장과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으며 최고 책임자인 이 청장에게는 일체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김회장 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과 더불어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등의 한화그룹의 전방위 로비를 확인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남았다”면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청 특별수사팀(주임검사 서범정)은 이날 압수물 분석 등의 기초조사가 끝나는 대로 의혹의 대상인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청탁전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유시왕 한화 고문, 이택수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도 기초조사를 통해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