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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여성

가장중심 이데올로기 벗기

가족관계등록법 한계 극복 시민사회 공동 모색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남자에겐 양아들이 하나 있고 여자에겐 이혼 후 혼자 키운 딸이 하나 있다. 남자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가 있고 여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친아버지가 없다. 결혼을 앞두고 남자의 새아버지가 여자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들은 과연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어떤 형태의 가족이 될까. 이 같은 내용의 최근 모 방송국 주말드라마가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결말 자체가 궁금해서일 수도 있고 결말의 형태, 즉 낯선 가족구성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호주제의 헌법 불합치를 내린 결정문에서 가족관계에 대해 ‘가족은 한 사람의 가장과 그에 복속하는 가속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의적인 조직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일 호주제 폐지 이후 대체입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이혼&재혼 가정의 아이들의 성씨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에 따르면 드라마 속 남자와 여자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구성이 가능하고 남자와 여자의 자녀들은 모두 같은 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신분등록법인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신분증명서를 기본증명·가족관계증명·혼인증명 등 목적별로 분리했고, 원칙적으로 증명서 교부대상을 본인과 배우자·직계혈족 등으로 명확히 하며 신분 변동사항의 신고를 민원인의 편의에 맞게 개선했다.

지난 2003년 '1인1적실현공동연대'에서 출발해 현재는 이름을 바꿔 민주노동당, 한국여성민우회,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조직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은 신분등록법 제정운동을 진행하면서 목표로 삼은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이번 ‘가족관계등록법’의 한계를 밝혔다. 세 가지 원칙이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 이념의 실현과 개인 정보의 철저한 보호,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보호와 보장 등이다.

개인의 존엄에 관련해서 살펴보면 법률 자체가 가족관계를 우선으로 하고 개인을 그 가족에 부수하는 형태로 규정하는 사항이 발견됐다. 등록기준지의 경우도 실질적으로 현행 호적법 상 본적지와 같은 것으로써 혼인신고를 이미 한 여성들의 경우 남편의 등록기준지를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 외의 경우 굳이 여성들 개인의 등록기준지를 신청하기 위해선 실정법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목표에도 어긋난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새로운 법 개정에서는 다섯가지 종류의 증명서가 만들어지는데 이 증명서마다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력사항에 대해 변동부를 따로 발급하면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 보장의 측면에서도 여전히 미비한 점이 많다. 이혼·재혼·국제결혼·조손·동성애·동거·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는 여전히 가장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

2004.3.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을위한공동연대 발족
2005.2.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2005.3. 민법개정안 통과, 호주제 폐지
2005.8. 목적별법률안 공청회
2005.9. 출생, 혼인, 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 발의
2006.9. 신분등록법 공청회
2007.4.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정
2007.6. 대법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시행안 발표

지난 4일 국회도서관에서는 목적별신문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 공동주최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가족관계등록법’의 한계는 물론 목적별 신분등록법제정운동을 벌여온 공동행동 스스로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여성운동진영과는 호주제폐지운동과 겹치면서 더 소통하지 못하고 더 연대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앞으로는 법으로 제정된 이상 구체적인 시행령과 규칙에 관한 설계에 적극적인 개입과 모니터링을 펼치며 근본적인 민법개정운동으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전상희 기자

 

제7호 11면 2007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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