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들이 직무를 망각한 관광성 외유로 말썽을 빚고 있다. 국민들 비난이 거세지자 속속 귀국하는 가운데 공항에서 시민들로부터 미꾸라지 세례까지 받은 모양이다. 도덕적 불감증을 극도로 드러낸 이번 공기업 감사들의 행태는 차마 눈뜨고는 못 볼 광경이다. 더욱이이번 남미여행의 1인당 경비 800만원을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댔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산 가게를 맡긴 꼴이다. 공기업의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 보낸 감사들이 오히려 국민의 혈세만 축내기에 혈안이 되 있는 나라꼴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행정자치부가 발빠르게 100여개 지방공기업 임원의 모든 해외출장을 전면 유보하도록 한것은 그나마 다행이아. 해외출장 전면 유보 대상은 지방공기업 사장, 이사장, 상근이사, 감사 라고 한다. 이러한 권고를 넘어 행자부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평가, 감사 과정에서 외유성 논란이 있는 해외출장을 면밀히 실사하고, 지방공기업 임원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경우 각급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에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서열2위의 공공기관 감사에 대해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감사는 소속기관의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이다. 이같은 직무를 외면한 채 단지 세미나를 목적으로 남미로 출장을 떠난 것은 혈세낭비에 다름 아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관련기관의 감사가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감사는 해당 공공기관의 비효율적 운영, 부패와 도덕적 해이를 견제해야 하는 일차적 책임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대 연봉과 막대한 권한으로 공기업 감사가 그간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은 여러차례 지적돼 왔다. 이와함께 선거에 출마했거나 정치권에 줄대고 있던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낙하산 감사’로 임명돼 온 사례가 비일비재해 공모제 취지가 빛이 바랬다는 비난도 있어왔다. 공기업 내부의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정부와 국민의 개혁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공기업 감사들의 집단 관광성외유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이러한 비판을 인정하고 있긴 하다. 지난 2005년 10월 ‘공공기관의감사에관한법률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에는 각급 공공기관에 내부감사기구를 반드시 두도록 하고, 감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감사기구의 장을 임기 3년의 개방직으로 하도록 하며, 외부전문가의 감사 참여를 보장하는 등 공공기관 내부감사의 독립성, 엄정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국회다. 정부로부터 법률안을 제출받은 국회 법사위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국회는 하루빨리 공공기관 내부감사 개혁법안을 심의해 입법해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가기 전에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어디 가서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를 미리 철저하게 하게끔,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는 시스템도 빨리 정착해야 한다. 분명한 학습주제를 정한 후 각 교육훈련 기관에서 해당 주제에 관해 집중적인 교육훈련을 받게 하고, 귀국 후에는 학습하고 경험한 내용을 정부정책이나 행정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몇가지 개선방안을 이미 마련한고 시행하고 있다는 말을 앞세워 대충 땜질 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이러한 미봉책은 공무원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또 다른 정책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신문
제4호 19면 2007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