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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공통의 시민의식 공유 확산

일본시민사회 프런티어[1]
한일 시민사회의 만남과 의미

<시민사회신문>은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의 폭과 깊이가 갈수록 확장돼 가는 일본 시민운동을 폭넓게 조망하는 ‘일본 시민사회 프론티어’ 기획을 10회 연재한다. 기획을 맡아 준 미우라 히로키(三浦大樹) 한국관광대학 전임강사는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NGO백서’(공저)를 집필하는 등 일본 시민사회 소식통이자 한국 시민사회에도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 /편집자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함에 따라 동북아에 다시금 긴장이 감돌았다. 각국으로부터 비난과 분노가 표명되며, 국제적인 제재를 검토하는 유엔 안보리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한편 같은 시기 동경에서는 한일 시민단체가 ‘제4회 한일시민사회포럼’의 개최준비로 분주했다. 때마침 포럼의 테마는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시민사회의 공통과제.’ 10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여한 한일시민단체는 공동결의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 등 21세기 동북아의 새로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시민은 상호이해를 위해 오키나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그리고 한반도의 DMZ의 역사적 의미 등을 기억하고, 이것을 다음세대에 계승하는 교육 등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 “긴장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동북아 비핵지대’라는 한일시민사회포럼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종래, 한일 민간 레벨의 국제회의 등에서는 민감한 정치 문제는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토론을 했다고 하더라도 ‘공동결의’까지는 이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그 때는 핵실험 강행에 대해 어떠한 국제적 제재가 부과될지 극도로 긴장하는 상황에 있었고, 특히 일본에서는 납치문제로 인해 북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민의 힘에 의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안적 비전을 당당히 발표한 것이다. 왜 그때, 딱 이틀간의 일정에서 공동결의가 가능했었을까?

한일시민사회포럼은 2002년부터 시작되어 여러 가지 의견교환을 계속해 왔다. 이 포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많은 국제회의에서 공통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 늘어났다. 이러한 것들은 공통 인식이나 비전을 국경을 넘어 공유하는 시민사회 혹은 시민의식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과 또 그것이 크게 성장해 왔던 것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차이’ 인식에서 경험 공유로

공통된 시민의식이나 지리적인 가까움 등으로 서로 강하게 끌리는 두개의 시민사회이지만, 그 양국의 내부사정이 크게 다른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역사적 또는 사회적 배경 등으로 인해 양국의 시민단체는 조직형태, 활동수준이나 수단, 그리고 정치에 대한 입장 등에 있어서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앞서 말한 한일시민사회포럼 또한 이런 ‘차이’에 필연적으로 직면해 왔던 것이다. 2005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3회 포럼에서는 그런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주제가 됐을 정도이었다.

이에 대해 한일의 시민단체들이 과거 4회의 포럼을 거쳐 도달한 결론은 무엇인가. 각각의 시민사회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러나 사회적 과제에 대한 동일성도 한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양자가 교류를 계속 해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 그것이다.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바로 양국 시민단체간 교류의 현재 위치이다.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으로, 어느 쪽이 옳은가 하는 비교가 아닌, 동일한 사회적 과제에 대한 선구적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하는 노력이 생겨 그 결과 가능하면서 바람직한 공동행동이란 무엇인지 하나 둘씩 보이게 되는 것이다. 비핵지대구성도 단지 이상을 주장한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양국 시민단체에서 생겨난 아이디어나 경험의 공유에서부터 결론지은 하나의 성과이다.

몇년 전 일본에선 한국의 ‘낙선운동’이 크게 소개되고 실시되었다. 또 최근에도 한국시민단체의 국정감사 감시운동 등은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으론 수백 명의 학생이 큰 배를 타고 세계 각지를 항해하면서 상호이해를 깊게 한다는 일본의 ‘피스보트’가 한국에 소개되어, 2005년에는 한일시민 약 600명을 태운 공동 크루즈가 실현되었다. 그 것은 지금까지 ‘상호이해’의 상식을 뒤엎을 만한 규모와 아이디어였다. 선단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으로 각각의 시민사회는 더욱 발전하고, 양자의 교류에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일본 시민사회의 프런티어

그럼 일본 시민사회는 현재 어떤 상황이며, 그것을 이끌고 있는 선진적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현재 일본에서는 약10만에서 20만개에 달하는 임의 또는 법인 형태의 비영리 단체가 존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 중 약80%는 하나 또는 인접된 시나 마을 내에서만 활동하는 풀뿌리 단체들이고, 그 활동 스텝의 약60%를 여성 또는 고령자가 차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체가 어떠한 형태로든 행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지역적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 일본 시민사회의 현황이란 이러한 것이며, 활동도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우선, 행정부와의 협동을 중시한 지역 중심의 시민활동은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라는 행정과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하나가 된 새로운 활동체의 창출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저 출산 고령화 문제에서 여성이나 고령자가 활동의 중심이 되는 일본 시민사회에서는 복지 시설이나 서비스의 ‘소규모 다기능화’가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경향이다.

또 한편에서는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노력하는 시민운동으로 ‘지역통화’의 설립이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 약 600~700개 지역에서 지역통화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그런 지역 밀착형의 시민활동을 중시하면서 활동자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CB(Community Business)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지역에서 승용차를 공동 사용하는 ‘카 쉐어링(Car Sharing)’ 등이다. 국제적 활동으로서는 계속되는 국제분쟁이나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긴급지원활동에 관해서 시민단체나 학생조직, 정부, 언론 및 재계를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시키고, 정보전달, 자금조달, 현지활동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재팬 플랫폼(Japan Platform)’이라는 새로운 타입의 협동기관이 등장했다.  

한일 시민사회의 사이에 있어서 여러 가지 사회적 혹은 제도적 차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혹은 지역을 자신들의 손으로 보다 좋게 가꾸어나가자는 공통의 시민의식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양자가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널리 공유하여, 각각의 시민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하나 둘씩 동북아 시민사회의 공통 과제를 발견해 가는 것이 기대된다.


미우라 히로키 한국관광대 전임강사

 

제6호 11면 200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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