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들이 교육문제와 관련해 학교에 호소해도 소용없고 교육청, 교육부, 감사원, 청와대, 언론등 어느 곳에 호소해도 문제해결이 안될 경우 드물게 법적소송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법부 판결은 매우 보수적이다 못해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교육적 가치를 무시하거나 국민의 법 정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이 양극화와 사회의 양극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민주성은 그나마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자 위로인데 법원이 이를 무시하거나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과 관련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두가지 법원 판결이 교육계 안팎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두 사례를 보는 대한민국 법원의 관점은 보수적인 것으로서 그중 하나는 교육정보공개와 관련한 고등법원판결인데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고교평준화를 해체시키고 차별을 정당화하여 교육을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에 손을 들어주었고 다른 하나는 상지대관련 대법원판결인데 사학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하여 비리사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4월 27일, 서울고법 특별2부는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200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원데이터와 2002-2003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교육부는"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판결은 4월 30일, 국회에서 교육정보공개법이 통과되는데 중요한 근거논리로 활용되었다. 이 소송을 제기한 단체는 정보공개만능주의에 입각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심화되고 있는 교육양극화를 해소할 연구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구목적이라면 현재까지 공개되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교사들을 긴장시켜 학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정보는 중립적이나 그 사용용도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따라 정보 공개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야한다. 그러나 단위학교 홈페이지에 점수를 게시하면 전국단위의 일제식 모의고사 시험점수 한가지로 학교를 평가하게 되고 학교의 다른 교육적 활동은 무시되고 초중등교육은 더욱 입시에 종속되어 전국의 고등학교를 서열화시키고 특목고열풍에 버금가는 입시광풍에 시달리게 될것은 명약관화하다. 결국 참여정부가 명분이나마 지키고자했던 고교평준화와 대학입시 3불 정책-고교등급제금지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4월 17일,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전 이사장 등이 ‘임시이사들이 종전 이사인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 이사를 선임한 이사회결의는 무효’라면서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재 학교 정이사 파견시 구재단과 협의하라는 개정사학법의 조항도 문제가 많아 몇몇 대학들의 경우 구재단 이사들의 ‘ 비협조로 학교정상화의 첫걸음인 정이사 파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중인데 이들과 협의하라는 주장은 사학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리인 것이며 교육주체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몇 가지 교육관련 법원판결 사례만 보더라도 자신이 속한 대학입시의 수학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나선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 건의 경우 문제발생원인과 그동안의 과정은 무시된채 단지 석궁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고교등급제에 대한 형사 고발결과는 무혐의 처리되고 교복관련 대기업3사의 가격담합행위에 대한 법원판결은 몇 년씩 늑장을 부렸다. 법원은 판결결과에 따른 부작용을 예상하거나 교육적 가치에 입각하여 보다 세심한 판결을 했어야했는데 법원판결은 교육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법원측은 법조문과 법 논리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고 항변하겠지만 이는 요즘 들어 한국 사회가 보수화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법원은 교육공공성과 민주성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치에 올바른 판결로 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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