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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지역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것

[시민운동2.0]

학교를 다닐 때도 중앙과 지역 단위로 분화되는 경계를 몹시도 신중하게 넘나들던 기억이 난다.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가진 굵직한 사안은 늘 중앙에서부터 지방으로 번져간다.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의 큰 바람 중의 하나는 지역의 문제를 중앙의 문제로 만들어 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가능해 졌다. 부안이 그랬고 평택이 그랬다.

중앙사안, 지역선 '복마전'

그렇다고 지역의 문제가 전국적인 사안으로 받아져서라기 보다는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땀과 노력이 그러한 일을 만들어 냈으며 전국적으로 통하는 명망가들이 또한 사활을 걸고 함께 한 결과 였으리라. 아직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에 부친다. 물론 지역의 활동가들이 거시적인 나라 안팎의 진행 방향과 전개될 사안에 대한 명확한 정세분석이 있어야 할테지만 중앙의 상황은 지역에서 볼때 늘 복마전이다.

지역에서 작은 실천을 준비하고 조직하는 일은 매우 어렵게 조율되어져 나간다. 예를 들면 지자체 예결산 감시운동을 꽤 오래 준비 하던중 대통령 탄핵문제가 불거졌다. 대통령 탄핵은 거대한 태풍이다. ‘이 시국이 끝나면 이러한 힘을 결집하여 지자체 감시운동을 발전시켜 나가야지’ 라고 마음먹지만 대통령은 탄핵되지 않았고 지자체 예결산 감시운동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새롭게 준비해야할 과제로 늘 활동가들을 괴롭힌다. 

'동네 심부름꾼' 하며 배운다

작년 이맘때 내가 살고있던 임대아파트에 부도가 났다. 현행 임대주택법을 이용한 ‘분양강요’ 행위였다.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아파트내에서 “승윤이 아빠는 시민운동 하잖아. 앞장 좀 서줘”라고 할 때 ‘이럴줄 알았으면 부도임대아파트에 관심 좀 가질 걸’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근 5개월 동안 엄청나게 활동했다. 모르는 법은 배우고 모호한 주장에 대한 협상은 모두 내 몫이었다. 어찌됐든 우리 아파트 290세대의 임차인은 모두 하나가 되어 슬기롭게 일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임차인대표자 회장을 맡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내 손익이 바로 보이는 사안과 내 손익이 거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사안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우문에 가깝다. 그러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은 매 시기 이러한 판단을 수도 없이 한다. 가만히 보면 별로 어렵지 않게 판단 할 것 같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적절한 역량의 분배, 결국 양다리를 걸친다. 그리고 눈앞에 벌어진 일들과 사안에 대해 늘 분석하여 효과적으로 적당히 대응해 나간다. 부도난 임대아파트문제를 해결할 때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이 생겼다면 나는 당연히 임대아파트 문제에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우리 아파트 주민들에게 맞아죽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전국에 있는 많은 시민활동가들이 모두 부도난 임대아파트 같은 사안을 다루듯이 모든 과제를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전국적인 상황은 적당히 앞뒤 재어가면서 여유있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많은 시민활동가들이 작고 사소한 수많은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해 나갈 때 우리는 시민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시민운동을 둘러싼 법, 제도적 환경이나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인프라는 크게 확대되어있다. 실제로 지역에서 최고의 쟁점이 될 자치단체장 탄핵소추건은 아주 유용한 시민운동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까지 차고 넘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시민운동가 스스로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국의 모든 시민활동가가 이거 잘못하면 시민들에게 맞아 죽을수도 있겠다는 심정으로 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희망을 찾아보고 싶다.



박명배 열린사회를위한안동시민연대 전 사무국장

 

제4호 19면 2007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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