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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노동&인권

군인복무기본법 실효성 의문

 

'권리보장 외면하고 의무만 강조'

 

“군인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많기 때문에 군이 허울뿐인 기구와 법안을 만들어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홍보한다.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이 전형적인 실례다.” (이계수 건국대 교수)  

국방부가 군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겠다던 국인복무기본법이 의무만 강조되고 권리보장은 외면한 반쪽짜리 법으로 전락될 처지에 놓였다. 또 당초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군 외부의 요구를 적정수준 반영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군인복무기본법은 현재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이 확정된다. 지난해 12월 군인복무기본법안이 입법예고 된 후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국방부는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다.

먼저 국가인권위가 지난 4월 24일 ‘군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이행수단이 미비해 법안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표명을 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법안 제정 작업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대부분 부처는 법제정 과정에서 인권위가 의견표명하기 전에 문제를 제기하면 실무선의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며 “복무기본법과 관련해선 2차례 간담회와 수차례 실무진 접촉을 통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학술단체와 인권단체들도 국방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군인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 사무국장은 “민간인을 인권 정책팀 과장으로 채용해 전향적으로 병사 인권을 향상시키겠다고 내세웠지만 입법예고 후 법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인권 정책팀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통제하고 명령하는 데 익숙한 군 지휘부는 변화를 극도로 경계한다”고 말했다.    

군인복무법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먼저 기본법으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군인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규정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용이 부재하다는 점 △군인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제한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점 등이 거론된다.    

일례로 군인복무법 12조에 적법한 명령에 복종하고 명령받은 사항을 신속하게 실행할 의무 부분의 경우에는 실제 임무수행과정에서 명령이 위법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명령에는 이행을 금지하는 단서조항이 필수적이이라는 것이 법학자들의 견해이다. 또한 이 조항에는 인간의 존엄에 반하거나 직무상 목적과 관련 없는 명령에는 불응할 수 있도록 조문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무소속 국회의원은 “2005년도 논산훈련소 인분사건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명령은 불응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통신의 비밀과 알 권리, 평등권,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이 권리 조항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국방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구타·가혹행위 금지와 병 상호간 간섭 금지 등 개인적인 제재에 대한 규제는 군인복무규율 15조 사적 제재 금지 조항에 이미 제시된 내용이다. 대통령령인 복무규율 내용을 법에 조문화한 의미 이상을 부여하긴 힘든 것이다.    

또 기본법에 병 상호간 명령, 지시 금지 부분이 군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조항이라는 재향인회와 보수언론의 비판도 사실은 광범위한 단서조항 때문에 현재 지휘체계가 유지되는  일반적인 규정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지적이다. 복무기본단서조항에는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사수·조장·조교 등과 같이 편제상 직책 수행 △기타 법령이나 내규에 의해 병 상호간에 명령이나 지시를 할 권한이 부여된 경우에는 병 상호간 지시가 가능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복무기본법이 전향적인 인권개선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것이 인권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송기춘 전북대 법대 교수는 “기존에 군인복무규율에서 정하던 내용을 군인의 의무를 중심으로 권리를 일부 포함해 법률에 규정했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며 “인권침해 상황을 정당화하는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리고 지적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의 군대 의문사 관련 현장 조사 장면.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한편 법안 추진 과정의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입법예고 이전의 부처협의과정에서 다른 부처 또는 정부산하의 관련 위원회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인 법안제정 과정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법안 추진 과정에서 인권개선에 적극적인 위원회에는 법안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장관 등 군관계자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소속 민간위원의 법안 검토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범정부적인 위원회에서 의제로 다뤄 논의하자고 했지만 소수의견으로 묻혔다”며 “국방부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법안을 요구했지만 다른 부처에는 다보여주는 내용을 보안을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지금 정도의 변화도 전향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희송 국방부 인사근무팀 중령은 “그동안 인권위와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한쪽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향군인회 등 군 관련 단체들도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 중령은 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법 추진 과정에서 인권위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제한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심재훈 기자

 

제5호 3면 2007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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