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원문 공개와 동시에 운동진영이 반격에 돌입했다. 국회 비준 한달여를 남겨놓고 지난 25일에서야 공개된 협정문이 본격적인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협정문 국민검증에 들어갔다. 한미FTA 비상시국회의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5일 오전 10시를 기해 한미FTA 협정원문을 외통부와 재경부 등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정부가 약속한 시일보다 닷새나 늦은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협정원문은 협정 본문·부속서·부속서한 등 국문본과 영문본, 그리고 주요 용어집이 포함됐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오전 “이번에 공개된 한미FTA 협정문은 최종본이 아니며 협정 서명일인 다음달 30일 전까지 양국간 법률 검토(Legal Scrubbing)와 우리 법체제의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양측 간 합의하에 필요한 경우 일부 문안은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종훈 수석대표가 지난 22일 FTA특위에서 말한대로 미국의 신통상정책에 따른 ‘추가협의’가 있을 경우 그 결과를 반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협상원문 공개와 미국발 재협상과 관련해 범국본은 같은 날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FTA 협정문 국민검증을 시작하며’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이번 기자회견에서 범국본은 “미국측은 오늘 협정문과 함께 700여 민간자문단 검토보고서도 함께 일반에 공개했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국회의원들조차 협정문을 검토할 수 없었다”면서 ‘심각한 정보격차’를 지적했다. 또 범국본은 “정부가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대해 개탄하며 “정부는 재협상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협상 무효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범국본 정책자문단은 “3시간 만에 신속히 검토한 협정원문에서도 한미FTA의 독소조항과 불공정협상 예가 수두룩했다”면서 분야별 약식평가를 진행했다. 특히 문제가 된 쟁점에는 재적재산권 분야에서 ‘인터넷 저작권’과 관련된 부분으로 향후 인터넷 포털업체나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남희섭 변리사는 “18장의 부속서한(온라인 불법복제 방지)을 보면 무단 저작물의 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실상 모든 포털사이트와 P2P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 분야에서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1회’로 제한한 것 등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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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택 기자 |
한미FTA저지를위한여성대책위의 22일 집회에서 '광우병 의신 미국산 수입소 반대 어린이 선언'을 한 문한뫼 군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범국본은 “‘협상이 타결되면 반대하는 분들과 밤샘 토론을 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시민사회단체들의 공개검증 토론 제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고 있다“고 비판하며 ‘끝장토론’을 재차 제안했다. 또한 이번 약식평가에 이어 오는 28일부터는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협상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전 분야에 걸친 릴레이 분석평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FTA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협정문 한글본을 만들어 놓고도 비공개 열람 당시 국회에는 한글 협정문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옴으로써 국회 검증작업을 방해했다”면서 의도적 은폐행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국회 비상시국회의는 정책자문단과 함께 본격적인 협정문 분석작업에 착수해 오는 6월 임시국회 중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한미FTA 관련 반대운동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다음 달 2일 대학로에서는 한미FTA를 반대하며 분신한 ‘고 허세욱 열사의 49제 추모행사’가 개최된다. 지역별 한미FTA 저지 투쟁에 이은 전국 동시다발 ‘한미FTA 무효화 범국민대회’도 다음달 29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