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철, 학교 등 공공시설에서 석면 노출이 심각한 보건&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 보건&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석면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정부가 2009년 시행예정인 석면사용 전면 금지조치를 앞당겨 시행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면피해자 가족 증언 및 석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한일 공동기자회견이 보건의료단체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의, 민주노총 등 12개 단체 주최로 지난 17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 석면 대책위 관계자들과 피해자가족 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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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건강연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보건의료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17일 일본의 석면피해자들을 초청해 '구보타 쇼크'로 명명된 일본의 집단 중피종 발병 사례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택 기자>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석면이 대기를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광대한 범위에 피해를 초래하지만 국내에서는 피해 확산을 막을 종합적인 대책이 없다”며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석면 피해가 사회문제화돼 왔다”고 밝혔다.
석면은 가볍고 단열성이 강한 자제로써 단열, 마찰 용도로 건축분야에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석면에 장기간 노출되면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해 일본, 영국 등에서는 서둘러 석면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후루야 수기오 일본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 사무국장은 “1981년 석면 관련 국제조약이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석면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급증했다”며 “석면 공해로 공장 노동자뿐아니라 인근주민들의 피해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석면 피해자 가족 후루카와 가즈코씨는 “건강했던 남편이 59세가 되는 생일 직전 왼쪽 폐에 물이 차는 증세로 1년 2개월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78년과 2004년 사이 석면배관회사 구보타의 노동자 79명과 인근주민 1명이 석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2005년 ‘구보타 파동’을 계기로 석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석면피해를 발제한 김영란 강남서초 환경연합 사무국장은 “2002년 지하철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초 다시 17개 지하철 역에서 석면이 발견됐다”며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건축법상 석면자제가 포함된 철거는 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50여 만건의 철거 중 고작 150건만이 신고됐다”며 재건축 현장에서 석면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개발이익환수법 제정으로 앞으로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개발 예정지 451곳이 학교주변 100미터 안에 위치, 아동과 청소년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대체품이 없다는 이유로 수입을 허용하는 석면함유제품 수입금지 시기를 앞당기고, 환경부&노동부&건교부 등 관련 기관들이 통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노출된 후 30년이 지난 후 발병하는 석면 관련 질병의 특성상 산업현장의 피해자들이 보상받는 것이 힘든 여건을 감안, 정부차원의 보상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