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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경제

공정무역은 진화한다

두레생협·여성환경연대 전문회사 설립…교역 본격화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친환경적인 물건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 녹색소비자운동인 ‘공정무역(Fair Trade)’. 민중교역 또는 희망무역이라고도 불리는 공정무역이 우리나라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국내에서도 공정무역 상품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공정무역의 품목은 주로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먹거리나 화학용품을 쓰지 않은 수공예품들로, 시민단체들이 이를 직거래한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동티모르로부터 '평화커피(Peace Coffee), 아름다운가게는 네팔에서 들여온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유기농커피를 들여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두레생협은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과 팔레스타인 올리브유를, 여성환경연대도 네팔에서 의류와 생활잡화를 교역하고 있다.
이처럼 교역량이 늘면서 이들 시민단체들이 전문회사를 설립, 공정무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두레생협은 지난 2004년 에이피넷(APNet, Alternative People's Network for Peace and Life)을 설립했고,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12일 주식회사 페어트레이드를 설립,  우리나라 공정무역 첫 브랜드인 ‘그루(GRU)'를 출시할 예정이다.

 

'에이피넷', 생명살림운동 국제적 확산

 우리나라에서 첫 공정무역을 시작한 에이피넷은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사탕수수 농민들과 마스코바도 흑설탕을 처음으로 교역하기 시작했다.

네그로스섬은 필리핀에서 세계시장으로 수출되는 설탕의 80%를 공급해온 ‘설탕 단지’로, 주민들 대다수가 설탕 산업에 종사했다. 지난 1984년 세계시장의 설탕 가격이 폭락하고 2년후 설탕 산업이 붕괴됐다. 설상가상으로 가뭄과 태풍까지 겹쳐 네그로스 주민들은 기아와 빈곤으로 내몰렸다. 화학농법과 정제방식으로 이윤 추구를 해온 다국적기업에 의한 착취가 네그로스섬을 풍요의 섬에서 ‘악몽의 섬’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네그로스섬의 위기가 전 세계로 알려졌고 원조의 손길이 있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일본의 국제적 NGO인 네그로스 캠페인(JCNC)을 주축으로 ‘원조가 아닌 교역’이 제기되며 네그로스와의 대안적인 교역을 시작했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민중교역’의 출발이다. 이제 네그로스는 화학농법과 정제방식으로 생산한 ‘흰 설탕’이 아니라 유기농업과 재래기법으로 생산한 흑갈색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생산해 자립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두레생협

지난 12일 신촌 아트레온광장에서 열린 희망무역페스티벌에서 에이피넷 활동가들이 시민들에게 마스코바도 설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성미 에이피넷 운영위원은 “생협 소비자들은 유기농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죽어가던 땅과 생산자, 소비자 모두를 살리는 생명살림운동을 전개해왔고, 이젠 그 살림운동을 국제적으로 확산해나가야 겠다는 생각에서 민중교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이라크전쟁으로 황폐화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돕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올리브유도 교역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더욱 중시 여기는 에이피넷은 물품교류 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비자가 네그로스와  팔레스타인에  직접 방문하고,  생산자들 역시 한국을 방문해 서로를 알아가는 사람교류를 통해 탄탄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또 적정한 물품대금 지불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사회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금교류도 하고 있다. 500g 들이 설탕 한 봉지값 2천원 중 200원을 네그로스 농민들의 자립을 위해 지원한다. 에이피넷은 지난해 모은 천4백만원의 기금을 올 3월 네그로스를 방문해 대안무역그룹 산하 생산자지원조직(ATFI)에 전달했다. ATFI는 이 돈을 대출형태로 받아 트랙터 구매와 관개시설 건설,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드레스샵을 만드는 데 지원했다.
 
에이피넷은 올해 팔레스타인에서 들여온 올리브유도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기금을 모아 현지 생산자조직에 지원할 계획이다.

 

(주)페어트레이드, 대안경제 모델 찾기 나서

(주)페어트레이드는 지난 12일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열린 희망무역 페스티벌에서 유그농 면의류 ‘그루’의 첫 선을 보였다. ‘착한 면으로 나빌레라’라는 오가닉코튼 패션쇼는 여느 패션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객들의 인기를 모았다.

 

두레생협

(주)페어트레이드는 지난 12일 신촌 아트레온광장에서 오가닉 코튼 패션쇼를 열어 자체 브랜드 그루(GRU)를 선보였다.


그루는 20~30대를 겨냥한 티셔츠 위주의 제품으로, 원단은 인도 공정무역 인증 기업인 아시시 가먼츠(www.assisiorganics.com)의 유기농 면제품을 사용한다. 1994년 설립된 아시시가먼츠는 인도 빈민여성과 장애인 120명이 일하는 자활기업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005년 자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무역 패션쇼를 열었다. 모델 변정수씨나 가수 이상은씨가 홍보대사로 참여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www.ecofairtrade.co.kr)을 개설해 자연염색 옷과 홈데코용품,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의 가난한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여성환경연대 이미영 사무처장은 아시아의 환경파괴는 빈곤문제와 상통한다고 말한다. 공정무역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가난을 해결하지 않고는 환경문제 역시 풀 수 없다고 인식해 대안 경제 모델을 찾고 싶었다.”

(주)페어트레이드는 시민사회에 기반한 사회기업으로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여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소비자는 윤리적, 환경적 기준에 부합하는 로하스 제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희망무역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향미 기자

 

제4호 13면 2007년 5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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