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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바다는 피곤하다

이버들_에코에너지 [21]

 

바다는 피곤하다. 잊혀질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름유출 선박사고와 해안 곳곳에서 내뿜는 공장 매연, 화력·원자력 발전소에서 쉴 새 없이 내보내지는 뜨거운 바닷물인 온배수를 정화하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길 지경이다. 게다가 시화호나 새만금처럼 대형 건설사업이 시행될 때마다 갯벌이 망가지고 바닷물이 썩어가는 고역을 겪곤 한다.

새로운 방조제 사업

이렇게 피곤한 바다에게 한국서부발전은 새로운 곤혹스러움을 제안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태안군 이원면까지 2053m의 방조제를 쌓아 연간 52만kw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세운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부터 2012년까지 총사업비 1조20억원을 들여 건설되며, 연간 137만 배럴의 유류대체 효과와 54만여t 탄소배출 저감효과가 있다는 게 서부발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에 이어 해양수산부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사업 타당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서해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갯벌 지역이고, 조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변화시키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예측 당시와는 달리 인근 해역의 침·퇴적, 해양수질 악화, 수산자원 감소 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 반발 다시 재현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새로운 시화호나 새만금이 될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환경’을 강조한 에너지 확보 사업이 오히려 천혜의 자연 환경을 해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순 없다. 친환경이라는 이름만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개발은 오히려 친환경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높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조력발전소라는 이름을 위해, 혹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0년까지 5%로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을 이루기 위해, 효과성과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추진정책은 서부발전의 건설예산만 확보해주는 졸속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함정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당위성만 앞세워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점도 의구심이 든다. 한국서부발전에서 밝힌 비용 대비 편익 효과는 1.0을 겨우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돈이 되는 사업도 아니고, 천혜의 자연 환경을 파괴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있냐는 것이다.

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주민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의 민주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불가피한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제23호 10면 2007년 10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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