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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네 이웃의 석유를 탐하지 말라

이버들_에코에너지 [19]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그린스펀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린스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18년 동안 재임했고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가 ‘경기 침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세계 주식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 공화당원이자 시장주의 경제학자다.

공화당원인 그가 회고록 ‘격동의 시대: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을 통해서는 부시정권의 경제정책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는 회고록을 통해 부시정권에 재정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건의했으나 번번이 무시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은 자원전쟁

또한 ‘이라크 전쟁이 석유와 관계된 것이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인정하기가 불편하다는 게 슬펐다’고 털어 놓았다. 그동안 이라크전쟁 반대 진영에서 줄기차게 문제 제기했던 전쟁의 정당성이 결국 석유 때문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시장주의자이자 공화당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드러난 것이다. 그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하루 1천700~1천9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장악을 시도할 것이 분명했다며  이 지역의 원유 수송이 중요했음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런스펀의 회고록을 두고 미국 내 엇갈린 의견이 분분하다. 백악관은 대변인을 통해 석유는 이라크 공격을 결정한 부시대통령의 동기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가 최소 6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어 전쟁의 명분이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400만 명이 전쟁 난민이고, 이 중 60% 정도가 아이들로 알려져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눈총이 뜨거운 상황이다.

한편 미국 전사자도 증가해 2003년 개전 이후 2007년 6월까지 미군 사망자는 3천452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지난 4년 동안 미국이 사용한 전쟁비용은 4천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라크에 석유가 없었다면 과연 부시 정권이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들여 전쟁을 벌였을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도덕적 정당성 유명무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생태계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일방적으로 탈퇴해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받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다. 게다가 자신들의 편리 도모와 경제성장을 위해 이라크 전처럼 참혹한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스스로 자원전쟁이라고 밝힐 수 있을 만큼 뻔뻔한 미국이 테러 억제라는 억지스러운 도덕적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석유가 탐났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전쟁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제21호 10면 200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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