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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재해와 맞바꾼 개발

이버들_에코에너지 [20]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재해예방과 재해관리체계의 문제점, 과도한 개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재해 발생 기간 동안 놀러 다녔던 공무원들에 대한 감정적 성토와 정부의 재해대책 및 관리 소홀 또한 도마에 오른다.

그러나 잠깐의 시간만 흐르면 언론과 여론은 어느새 잊어버린다. 과도한 개발에 대한 문제제기는 언제 했냐는 식이다.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피해현장이 복구되기도 전에 새로운 대형 건설계획이 쏟아져 나온다.

지속가능한 삶

그 다음해에 동일한 일을 겪게 될지언정 당장 골프장을 건설해 세수 확보를 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고에서 예산이 나올 것이고, 원망도 중앙정부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자체의 마음은 느긋하기만 하다.  

제주도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23개 골프장에서 걷어 들이는 재산세가 무려 141억6천500만원에 달한다. 또한 앞으로 완공 예정인 골프장도 10여 개에 이르고 있어 골프장 건설에 따른 세수 확보는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세수 증대에 따라 제주도청은 즐거운 표정을 감출 수 없지만 골프장 건설이 수입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일반 제주도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하수를 대형 펌프로 뽑아 올리고, 잔디 보호를 명목으로 마구 뿌린 농약이 지하수에 스며들어 물 부족에 따른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임야를 깎고 투수성이 낮은 포장도로를 이곳저곳에 만들다보니 태풍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흘 동안 500mm라는 초유의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였지만 적정 용량의 배수 시설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개발 위주의 도시계획을 펼쳐온 것이 상상 이상의 화를 부른 것이다.

그동안 화산섬인 제주도는 빗물이 화산암 지질인 토양으로 급격히 스며들어감에 따라 침수 피해를 막아왔다. 그러나 해안가 위주로 건설되던 골프장과 관광단지가 기상과 지형을 이유로, 그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중산간 지역으로 올라가면서 빗물이 스며들 화산지대를 막아버렸던 것이다. 화산지대 일대의 물길이 막히면서 폭우로 불어난 물이 그대로 도심지로 밀어닥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작정 개발 반대 아니다

10여명의 인명 피해와 930여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긴 태풍 ‘나리’는 지나갔지만 앞으로 더욱 영향력을 키울 슈퍼태풍 등 급증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재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지만 변화하는 기상이변 적응 방안에는 누구도 흔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개발을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호흡해야만, 지속가능한 삶이 인간에게 주어질 것이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제22호 10면 2007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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