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결과 첫 검증자리였던 농업부문 청문회에서 우리 국민들의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협상의 내용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특히 국내에서도 아직 정립되지 못한 유전자조작생물체(LMO)의 반입 문제와 협상의 조건으로 내어준 쇠고기 수입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LMO와 광우병쇠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의 환경권 침해가 어느 수준인지 짚어보고 그 심각성을 집중 해부한다./편집자
한미FTA 타결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밀려들어 우리 식탁을 위험에 빠뜨렸다. 경제적 이익을 따지기 전에 생명안전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기에 시민의 이름으로 조속한 대책을 논의하고 촉구해야할 시기이다.
미국은 지난 2002년 1월 한미 통상 현황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자동차 협상과 맞물려 유전자조작농산물 표시제 완화와 수입 절차 간소화를 요구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의 즉각적이고 강경한 반대 입장 표명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없이 협상은 중단됐다. 하지만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자, 최대 유전자조작농산물 생산국인 미국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유전자조작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아무런 규제 없이 한국 시장에 내다 팔기를 원했다. 미국은 2005년 현재 유전자조작 콩, 옥수수, 면화, 유채, 호박, 파파야 등을 4,980만ha 에 재배, 세계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면적 9,000만 헥타르 중 55% 를 차지한다. 미국은 승인 등록된 유전자조작농산물만 해도 111건에 달하고 있다.
1989년 이전 미국산 농산물 수입량이 한국과 비슷한 규모이던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제 1, 2위의 농산물 수입국이 된 경험을 비추어 본다면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로 6번째(캐나다, 멕시코, 일본, EU, 중국 순)인 한국 역시 이번 한미FTA협상 이후 급속한 농산물 수입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것은 결국 다른 말로 미국산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밀려온다는 뜻이다.
밀려드는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대하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자세이다. 미국이 이번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생명공학산업협의회 등 유전자조작농산물 생산기업과 이익집단들의 의견을 들어 이를 협상에 반영했고, 한국정부 역시 시민의 생명안전을 협상테이블에 놓고 섬유수출시장 확대 등과 빅 딜(Big Deal)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지키려는 국가에서도 그린피스 같은 국제환경단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미승인 유전자조작농산물 혼입 문제는 비단 인체 안전성 뿐만 아니라, 환경 방출시 야기될 유전자 오염 등을 발생시키고, 이후 유기농업을 위태롭게 만들면서 특허와 재산권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도 현재 유전자조작식품과 농산물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부에서 인체위해성과 환경위해성 등을 심사하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 비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The 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의 국내 이행법안이 마련되어 있어 유전자조작생물체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기본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생물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환경협약을 한국정부는 산업자원부를 주관부처로 한 무역관련 법안으로 둔갑시켜 놓았고, 식용&사료용&가공용 유전자조작생물체 등에 대한 환경위해성 심사가 생략될 수 있고, 수입심사 승인과정에서 공공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점 등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미국,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 의정서에 가입하고 있지 않아 수출국에서 자발적으로 의정서 내용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틀은 무역규제라는 이름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수많은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준다며 밥상주권까지 내주면서 이익을 얻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은 바구니 속에 든 달걀을 보면서 허황된 꿈을 꿀 때가 아니라, 한미FTA를 통해 얼마나 많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이 허술한 국내 규제를 뚫고 들어오게 되는 지를 시민들에게 시급히 알려야할 때이다. 또한 국회비준이 되기 전까지 시민들의 우려를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동시에 빈틈이 보이는 국내 규제 법안을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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