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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설

남북정상선언, 이젠 실천이다

[사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월 4일에 서명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2002년 첫 번째 정상회담에 비해 무게가 좀 떨어지는 느낌을 주지만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한반도 평화의 숙원인 비핵화와 통일방안을 크게 거론하지 않은 점에서 낮은 평가를 할 수 있으나, 평화통일의 행동계획을 담은 청사진을 민족 앞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10.4 선언의 돋보이는 점은 평화-경제의 선순환 속에서 군사적 신뢰양성을 지향하고 있는 제5항에 있다. 제5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위의 몇 가지 사항을 남북이 실천하면 평화경제 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정예부대를 후방 배치한 다음 개성공단을 열었듯이, 해군의 요새인 해주를 평화경제의 거점으로 탈바꿈하는데 합의한 발상 자체가 눈길을 끈다. 이 발상 하나만으로도 해묵은 NLL 분쟁을 뛰어 넘어 분쟁의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 평화경제의 바탕 위에서 군사적 신뢰를 쌓는 새로운 해법이 서해 평화 특별지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 같다.

제5항의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은 개성공단의 실질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개성-신의주 철도의 공동이용에 관한 약속은,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평화의 연육교(Land Bridge)’를 앞당길 것이다. 제6항의 약속대로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북경 올림픽에 공동참가하면 민간차원의 ‘통일 연육교’가 탄생할 것이다.

제2항의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분단 악법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의 청산은 불가피한 듯하다. 남쪽 당국이 늑장을 부려온 남북한 기본합의서의 비준동의가 불가피해졌다.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각종 남북관계법 사이의 착종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4항의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제1차 정상회담 보다 한걸음 나아간 합의로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 쾌거다. 특히 북미를 중심적인 당사자로, 남북한을 보조적인 당사자로 여겨온 북한이, 남한과 더불어 미국?중국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갖겠다는 변화를 보여준 게 이채롭다. 평화협정 체결의 첫 번째 관문인 종전선언을, 남북한 공조-미국 중국과의 합의 속에서 이뤄내겠다는 발상의 전환에 찬사를 보낸다.

이번 정상회담은, 6.15공동 선언을 고수하기로 했다. 제1차 정상회담의 열매인 6.15 공동선언의 평화적 이행에 주안점을 둔 이번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 바란다. 결실을 맺는 방안으로 제시된 경제평화와 안보(군사적 신뢰양성)의 쌍두마차가 해주~한강어구, 개성~봉동, 개성~신의주, 개성~평양, 서울~백두산을 신바람 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10.4 선언을 통해 평화통일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가시권에 들어온 평화통일을 실체화하는데 시민사회가 앞장서야할 것이다.

 

시민사회신문

 

제22호 19면 2007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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