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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문화적 이해·수평적 시각의 전문가 양성을

<시민사회신문-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공동기획>'한국NGO 국제활동을 듣는다’

 

<시민사회신문>은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NGO 국제적 활동에 대해 듣는다’란 주제의 좌담회를 지난 17일 진행했다. 이번 좌담회는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구시민사회’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이날 좌담회의 진행은 김의영 경희대 국제교류처장이 맡았으며 송경재 연구교수, 김희강 연구교수, 미우라 히로키, 강민제 연구원 등이 질의자로 참석했다. /편집자


-질의=조사에 따르면 한국NGO의 국제활동이 90년대 이후 활발히 나타났는데 현장 전문가들이 보기에 그 전환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효우=60년대 말에는 기독교와 가톨릭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국제연대가 이뤄졌고 70년대는 한국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연대가 중심이었다. 87년에는 기독교의 후원을 받아 전노협이 아시아 지역 국제노동리더 국제회의에 참가해 약간 폼 잡는 형식의 국제연대가 있었다. 90년대 이후 NGO의 국제활동이 활발히 나타난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92년 UN 리우환경회의가 촉발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96년의 이스탄불 2차 국제주거회의 등 90년대에 국제회의가 5개 정도 있었고 한국은 따라다니면서 해석하고 조응하기에 바빴지만 결과적으로 회의를 통해 국제NGO들 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환경적 조건에서 본다면 교통·통신의 발달과 89년 해외여행자유화도 분명한 요인 중 하나이다. 운동사회에서는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가 충격이 돼 국제활동이 촉진됐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책으로 맑스를 공부하고 TV로 동유럽이 망하는 것을 봤다. 현장성이 없었다. 그래서 90년대 말 동유럽의 변화들을 직접 가서 보고 확인하자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게 일어났다.

정리해보자면 여행자유화, 교통·통신의 발달, 동유럽 사회운동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한국NGO의 조응 등이 원인이었다고 본다.

김상택 기자

<시민사회신문>은 지난 17일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NGO 국제적 활동에 대해 듣는다’란 주제의 좌담회를 진행했다.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조소라=해외원조단체의 경우를 덧붙이자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주로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6·25 이후 해외에서 한국을 돕기 위해 단체들이 들어왔고 이후 한국경제가 성장하면서 해외원조를 ‘받던’ 단체들이 ‘하는’ 단체로 바뀌게 된다. 이런 현상이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활발히 이뤄진다. 월드비전도 50년대에 들어와서 해외원조를 받아 활동하다가 91년부터 해외원조를 시작하게 됐다.
 
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해외원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기부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확인하면서 해외원조 규모가 줄어든다. 그러면서 국내원조활동을 위해 일하던 단체들이 해외원조에 눈을 돌리게 되고, 90년대 르완다와 에티오피아 문제 등의 세계적인 현상과 맞물리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의 해외원조를 바라보는 시각 변화다. 초기에는 우리가 받은 만큼 해외에 돌려주자는 개념이었다. 지금은 세계화가 되면서 젊은이들의 관심이 밖으로 돌려지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참여하는 통로로 해외원조가 기능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90년대 이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고성훈=굿네이버스도 91년에 시작했다. 내부적인 평가에 의하면 올림픽 이후의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원조를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생겼고,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또한 해외단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보여준 시스템과 모형들을 우리가 배우고 따라하면서 한국화하는 작업이 90년대에 많이 이루어졌다. 즉 자신감과 우리가 경험한 해외NGO 시스템을 받아들여 조직화하고 발전시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급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질의=촉발제가 됐다고 하는 92년 리우환경회의 때 환경단체들 많이 참여했을 텐데.

▲마용운=환경운동의 경우 태동할 때부터 국제연대와 지원이 병행됐다. 산업발달로 인한 공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런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도움과 정보를 얻으면서 연대활동이 시작됐다. 80년대는 이런 수준의 제한적인 국제연대활동이 있었고 92년 리우환경회의에는 대규모 NGO단이 꾸려져 참석을 했다. 당시 회의참가자들은 그 동안 해온 환경운동이 국제사회에선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돼 무척 놀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해외 큰 단체들과 만나기 시작하고 연대활동을 하게 됐다.

 

 

<좌>김의영 경희대 국제교류처장 <우>나효우 아시아NGO센터 운영위원장


-질의=한국NGO들의 국제연대활동은 왜 생겨났다고 보는가.

마용운=정부처럼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처럼 돈이 있는 것도 아닌 NGO의 태생적 한계들 때문에 국제연대활동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NGO들이 돈과 권력이 없다보니 서로 모여서 연대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환경의 경우 한 나라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환경가치를 추구해야 했다. 따라서 환경분야에선 특히 국제연대가 활발히 이뤄졌다.


-질의=90년대 전후해서 국제활동이 증가했는데 사람이 있어야 가능했던 것 아닌가. 당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마용운=인적자원이 풍부해지면서 국제연대활동도 활발해졌다. 90년대 이전에는 외국어공부에 시간과 돈, 열정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2000년까지는 단체에 한두 명 정도만 영어를 조금씩 사용할 수 있었고 그렇게 연대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 이후 새롭게 참여한 젊은 활동가들은 선배들보다 사용할 수 있는 언어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운동의 폭과 주제도 넓어졌다. 우리 단체에도 중국어, 독일어를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직접 해외 현장에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임영신=한국이 주체로서 국제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환경운동 영역과 여성운동 영역에서다. 여성운동의 경우 위안부 문제가 여성주의 시각이든 민족주의 시각이든 국제연대활동의 시작이었다. 초반에는 ‘민족의 딸이 당한 수치’ 등 민족주의 중심의 성격이 드러났었는데 2000년 동경국제법정에서 7개국 이상의 여성피해자들이 증언하면서 민족을 넘어 폭력의 문제로 인식되고 평화의 담론으로 확대, 재해석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의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담당자 중심의 국제연대활동이었다. 해외 단체들의 회의가 있을 때, 참석을 초대받았을 때에만 갈 수 있다. 가서 브로셔를 받고 브로셔를 주고 오는 등 ‘브로셔  외교’라고 지적받았었다.

평화운동 영역에서 지금 논의하고 있는 수준의 국제연대활동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평화운동이란 말도 생겨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라크 반전평화팀이 꾸려져 직접 이라크에도 다녀온다. 하지만 이 때 한국 활동가들은 국제평화팀에 거절을 당한다. 분쟁지역 현장경험이 없고 독자적인 의사소통능력이 없으며 위기대처 능력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서다. 물론 시위로 다져진 한국의 활동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돌아왔지만 이 때 지적된 문제점은 당시 한국NGO의 국제활동이 갖고 있는 명백한 한계였다.

세계를 향한 관심 국제 재건·구호 등으로
90년대 초반 이후 시민단체 관심·필요성

일국 넘어 국제적 이슈·운동 증가로 확대
참여 의미 두는 활동에서 ‘질적 변화’ 요구

그 이후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 2003년을 기점으로 국제연대는 현장중심의 활동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활동가들은 선배들보다 어학능력도 뛰어나고 해외 장기체류의 경험도 있어 세계에 대한 인식과 감성이 다르다. 이들을 통해 새로운 국제활동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공동행동을 하고 연대를 맺는 것의 가능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기대는 99년 시애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당시 WTO 3차 각료회의 반대시위에 전 세계에서 활동가 5만명이 모였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슈별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연대를 맺어 공동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좌>마용운 환경연합 국제연대팀 국장 <우>임영신 이매진피스 활동가

“질적 변화 시기 맞고 있다”

-질의=초기 국제활동은 몇 명 활동가들에게 집중됐는데 인력구조의 문제 때문 아니었나. 지금은 어떤지.

임영신=영어 잘하는 사람이 시민단체에서 저임금으로 버티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영어 소통이 가능한 몇 사람들에게 집중이 돼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지금은 활동가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고 영어 외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직접 현장에서 현지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질의=국제활동이 증가되었다고는 하지만 인적·물적자원과 사회적 관심의 부족 등으로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한국NGO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임영신=인적·물적자원과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국제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의 동기와 마음가짐 점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제활동을 해외기업이나 UN 진출 및 유학 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NGO를 출세의 욕망이 구현되는 공간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나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처럼 되고 싶다면서 문의를 많이 해오는데 내용을 보면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은 없다.

교회의 단기선교나 해외봉사단들도 왜 가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부족하다. 가서 어떻게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단 나가고 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NGO의 국제활동이 갖는 한계를 먼저 짚고 되돌아본 다음에 역할부족의 원인을 살펴보는 게 순서이다.

나효우=인적·물적자원이나 사회적 관심 부족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물론 인적·물적자원 많으면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할 때 영어능력보다 마음가짐을 본다. 자신이 가려고 하는 지역의 문화적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공감하면서 소통할 지에 대한 생각 없이 영어만 잘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국제활동에선 나와 다른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얼마 전 해외연수생들 사전연수에 참석했는데 깜짝 놀랐다. 가서 뭘 가르칠지에 대한 것만 알려주고 뭘 배우고 오자라는 논의는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국제활동을 해외로 나가서 외국인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러 해외에 나가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좌>조소라 월드비전 해외사업팀장 <우>고성훈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본부과장


▲고성훈=2005년 파키스탄 전쟁 났을 때 현장에 갔었다. 한국에서 온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2시간 떨어져있는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국경없는 의사회나 해외 다른 단체들은 현장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구호활동을 펼치는데 말이다. 아프간에서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됐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NGO들 간 국제적인 차원에서 연대감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각자 자신들의 활동을 한다. 국제연대 안에서 국제활동을 해결하려는 자세에 대해 NGO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인적자원이 부족한 문제도 심각하다. 영어, 체력, 재정능력 등이 뒷받침되어도 재난상황에서의 전문인력이 없는 게 문제다. 이들을 훈련해내야 하는데 훈련할 인력도 없다.

조소라=논의들을 들으면서 국제활동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계속 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정말 국제적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사람들 많이 데리고 나가서 한국사람들끼리 생활하다가 돌아오는데 그 무대만 해외라고 해서 그것을 국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제연대라는 것은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는 단체들이 연합해 활동하는 것인데 한국단체들은 현지에 나가 다른 국제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지의 지방정부나 현지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는 게 아직 부족하다.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언어능력도 반드시 필요한 게 이런 활동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서 꼭 지켜야 하는 국제적 기준과 지식 등이 제대로 공유되고 교육되지 않아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NGO들의 국제활동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효우=80년대 이후로 한국NGO의 국제활동에 있어서 양적 증가가 있었고 의제들도 진보적인 차원에서 나아갔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성장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점검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질의=한국NGO의 국제활동이 정말 영향력이 있었나.

나효우=좋은 영향력도 있었고 나쁜 영향력도 있었다. 지난 8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장선거가 있었다. 처음 직접선거를 치르게 됐는데 현재 인도네시아의 선거법상 무소속 후보는 선거에 나갈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 나가려는 사람들은 정당에 가입해 정당후보가 되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우리나라 돈으로 50억에서 80억 정도의 돈이 부패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무소속 후보들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운동을 펼쳤다. 국제NGO들이 공동으로 집집마다 방문해 사람들에게 현 선거법의 문제를 알리고 의견을 모아서 공동행동을 하게 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아내 앞으로는 인도네시아 전국 시·도에서 무소속 후보도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때 국제단체에서 들어간 사람은 3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현지 활동가들이었다.

영향력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의 자립을 어느 정도 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화적 요소로 현장에 접근하게 될 때 나중에 외부적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영향력의 기준이 될 수 있다.

2004년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의 아체에 갔을 때 주민들에게 물어봤다. 수없이 많은 국가와 단체들의 깃발이 꽂혀있는데 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NGO가 어디냐고. 옥스팜(영국의 구호단체)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옥스팜은 그냥 빵을 주는 게 아니라 이 동네의 주식이 뭔지,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 등을 자세하고 철저히 조사해서 나눠준다고 한다. 단체에서 온 활동가는 몇 명 되지 않지만 가장 많이 주민들과 만났다고 한다.

김상택 기자

좌담회 참가자들이 한국NGO의 국제적 활동에 대한 열띈 논의를 펼치고 있다.


고성훈=얼마 전에 파키스탄에 연락해보니 2005년 파키스탄에 전쟁이 나서 들어갔던 옥스팜 활동가들이 아직도 남아서 현지인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에선 장기적으로 그 지역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할 자원이 아직 부족하다.

앞서 자립도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 아체 지역이 쓰나미가 오기 전보다 10% 더 좋아졌다. 지역사람들이 줄 게 없는 단체들은 더 이상 상대 안한다. 에티오피아의 경우도 NGO들이 지역개발 같이 하자고 하면 그냥 줄 것만 주고 나가라는 식이다. 자립도를 키워줘야 하지만 우선 당장 급한 물품들을 제공하는 식으로 국제활동을 펼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NGO들이 안고 있는 숙제다.

활동가 역량·인식 강화 필요

나효우=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국제NGO는 230여개, 아체는 1천여개가 넘는다. 현지인들에게 단체 활동가라고 소개하면 말을 안 할 뿐이지 직접적인 돈과 물품을 원한다. 자립도보다 의존도가 높아졌다. 물량적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임영신=국제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인도네시아에 가서 10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는 대답 듣기 어렵다. UN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3만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해서 활동할 수 있는 자리는 채 100석이 안 된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현지어를 배우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지 활동가는 늘 부족하다.

한국의 글로벌에 대한 인식은 유럽과 미국, 호주 중심이다. 여행지 80%는 아시아인데 그 이유는 싸고 가깝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유럽은 선진문화고 우리가 배워야 할 곳인데 아시아는 우리보다 못 살고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런 생각을 바꾸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한국의 활동가들이 현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가가 한국NGO의 영향력에 변수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좌>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 <우>김희강 경희대 연구교수


-질의=대부분의 국제활동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 편중되어 나타난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느 지역까지 활동해나갈 생각인지 듣고 싶다.

마용운=환경문제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끼리 서로 얽혀있다. 중국의 황사와 대기오염은 주변국들에 영향을 주고 아시아 지역에서 철새들은 인근 국가들을 걸쳐서 지나가기 때문에 공동의 문제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자본과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을 감시하고 모니터해야 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아시아 지역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소라=구호개발단체들의 활동도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아직 구호개발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나 인프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국내의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게 힘을 얻기 쉬운데 아직 그 관심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유럽이나 중동을 돕겠다고 하면 그 지역을 왜 돕냐고 말하는 사람들 있다. 다양한 사업과 지역의 확장을 계획 중이다.

-질의=한국NGO의 국제활동에 대한 전망과 선결과제는.

임영신=한국엔 지역전문가가 부족하다. 지역학이 주로 발달한 나라는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으로 세계재패의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이들의 시각에서 연구된 지역학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다 보니 수직적 관계가 재생산되고 있다. 수평적 시각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지역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하고 언론과 학문 영역에서도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이제 국제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대대적으로 활동하려는 욕망이 매우 크다. 사실 국제활동을 하다보면 그 현장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국내의 언론과 시민들을 의식해서 활동할 때가 있다. 우리 안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 다문화에 대한 교육 등 총체적 접근을 통해 현지의 사정을 수평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결하고 그 이후에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 등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좌>미우라 히로키 경희대 정치학 박사과정 <우>강민제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활동의 목적을 생각하라

나효우=기업 사람들은 내수시장에 중국까지도 포함한다. 기업과 자본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그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내는 연구소가 세워져야 한다. 국제연대를 얘기하지만 각 국가들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활동가들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자들과 학생들, 활동가들이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아시아를 수평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훈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임영신=아시아 활동가들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이들이 10년 후엔 큰일을 해내리라 기대한다. 한국에 국제대학원 많은데 그들의 비전제시 방향이 앞서 지적한 출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의 정보와 자료들을 체계화하고 학문화하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센터를 만들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활동가를 직접 양성해내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질의=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이 국제활동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가.

나효우=한국은 역사적으로 외세 침입을 많이 당하다 보니 갈등의 관계에 익숙하다. 선경험이 있어서 아시아 친구들과 얘기할 때 그들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고난의 역사를 공유하면 빨리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업을 할 때 공감대 형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한국의 속도전은 국제활동에 있어서 빨리 결과를 내려고 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 년 내에 다른 단체와 국가들을 리드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한다.


사진=김상택 기자

정리=전상희 기자

 

제21호 9면 200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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