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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평화를 상실한 경제개발 사례

대선주자에게 보내는 평화담론[9]

 

신자유주의 물결 실패사례의 징후
공동체 해체와 ‘고독한 군중’ 양산


지금까지 평화경제의 성공사례를 예시했는데,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이러한 뜻에서 평화를 상실한 경제발전 사례를 기술한다.

제3세계의 난개발로 인한 비평화(peacelessness)

개발이란 인간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틀이다. 유엔은 개발의 요소로서 의식주와 의료, 학교교육을 중시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달성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젖먹이 어린이의 생존율, 수명, 문맹률 등을 ‘PQOL=Physical Quality of Life'(신체적인 생활의 질)이라고 부른다.(’平和を創る發想術‘(岩波ブックレット No.603, 2004, 35쪽)

PQOL은 잘사는 평화의 유엔식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PQOL의 정도가 낮은 개발은 잘사는 평화를 보장하기 어려운 비평화를 초래하며 PQOL의 정도가 높은 개발은 잘사는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 후자(인간을 위한 개발)가 바람직한데도 전자를 선택하는 제3세계 국가들이 허다하다. 제3세계의 비평화를 가져오는 개발은 대개의 경우 난개발(maldevelopment)이다. 난개발하면 할수록 비평화 체제가 강화되어 잘사는 평화의 길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평화(잘사는 평화)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신자유주의 물결까지 엄습하는 사태가 멕시코-한국 등에서 전개되고 있다.  

신자유주의-FTA로 인한 비평화(非平和) 경제

1)멕시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1994년 1월 1일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빠스(Chiapas)주에서 농민들에 의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사빠띠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신자유주의-FTA(멕시코의 경우 NAFTA) 추진세력에 맞선 무장투쟁을 선언했다. NAFTA라는 사망 진단서를 받은 민중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든 것이다.

EZLN의 전쟁 선언문·라칸돈 정글의 선언 등에 ‘신자유주의로 인한 비평화’가 집약되어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배고픔과 질병으로 고통 받아 왔으며, 단 한조각의 땅도 일자리도 건강도 교육도 민주주의도 독립도 평화도 정의도 없이 우리 조국의 부를 남의 나라로 약탈당하는 그러한 현실에 처해 있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우리 자신의 정부를 뽑을 권리도 없고, 외국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지도 못하며,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한 평화나 정의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변화의 길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우리가 이렇게 헛되이 죽어 갈 수만은 없어서 무기를 들었다. 전쟁을 초래한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의 비참한 처지를 영속시키려고 아우성인데 어떻게 평화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부 청사와 토지와 큰 사업체를 가진 영주들, 그 저택에 살고 있는 오만함이 아직도 전쟁과 우리 민족의 죽음을 부르짖고 있는데… 어떻게 이 땅에 평화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우리의 존엄한 죽음으로 포장된 길 위에서 우리 주민들에게는 전쟁일 뿐인 평화로 우리를 다시 끌고 가려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정당하고 고귀한 평화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전쟁을 위한 옷으로 갈아입을 것입니다…다시 정의의 손도끼를 예리하게 갈 것이며, 다시 한번 우리의 땅에서는 탄약 냄새가 날 것입니다… 우리의 그림자가 뛰어넘지 못할 담은 없으며… 우리의 그림자는 전쟁을 불러들인 사람에게는 고통을, 우리 민족에게는 죽음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평화가 선의와 함께 우리의 식탁에 앉을 때까지 더 많은 피와 눈물이 흘러나올 것입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때문에 ‘잘 사는 평화의 길’을 완전히 차단당한 치아빠스의 농민들은 EZLN과 함께 무기를 들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다. 일자리·땅·주택·식량·건강(의료혜택)·교육·독립·자유(해방)·민주주의·정의·평화의 11가지 사항이다.

이 11가지 요구사항은 인간으로서 잘 사는 평화를 누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인데도 멕시코의 민중들은 향유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FTA(NAFTA)로 인한 비평화경제(peaceless economy;평화경제의 역행)체제’에 있으며, 이 체제는 한국사회에도 적용된다.

2)한국의 ‘신자유주의-FTA 비평화경제’

한국사회가 아직 멕시코처럼 무장투쟁이 일어날 상황은 아니지만 신자유주의-FTA로 고난받는 민중들의 마음속에 봉기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듯하다. 신자유주의-FTA에 대한 심리적 봉기상황이 주로 농민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농민을 대변하는 농민운동 단체의 각종 문건은 평화적인 시위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김상택 기자

이와 같은 현상의 뿌리에 있는 ‘신자유주의-FTA로 인한 비평화경제 체제’가 작동되는 구조를 분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그나시오 라모네(Ignacio Ramonet) 등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인류 공동체의 파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현재 국가의 구조·전통적인 사회구조가 당치도 않은 방식으로 파괴되고 있다. 특히 남반구의 나라들에 현저하나 세계 곳곳에서 국가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무법지대·통치불능의 대혼란(카오스)이 일체의 법적인 규제를 벗어난 채 확대되는… 야만상태에 의해 함락된 국가가 되었다. 범죄조직, 마피아 연결망, 종교적·민족적인 광신주의, 금융투기, 대규모의 오직(汚職), 새로운 역병(에이즈, 사스 등), 극도의 오염, 이상 기후, 온실효과(지구 온난화), 사막화, 핵무기 확산 등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주요한 책임은 의심할 바 없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있다.

 

1989년 11월의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새로운 역사시대의 중요한 특징을 이루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이다. 그 힘은 지극히 강력하며, 그 때문에 우리들은 국민국가·주권·국경·독립·민주주의·복지국가·시민권과 같은… 근본적인 개념들을 다시 정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극단적인 자유주의 국면에서 세계화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바꾼다. 세계화는 예전부터 있던 공동체를 해체하고 사람들을 ‘고독한 군중’으로 분해한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상품화함으로써 인간 공동체를 해체하고 사람들을 고독한 군중으로 분해하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평화지향적인 경제(평화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

이그나시오 라모네는 새로운(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자괴(自壞)까지 예고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비생산적인 가치밖에 낳지 않는 금융시장이 기업경영의 절대적인 지배자가 된다. 기업은 주가의 상승과 주주의 최대 이익을 만들어 내는데만 집중함으로써 생산물·서비스 생산의 사회적 측면을 놓치는데, 노동자는 이를 위해 쓰다 버린 도구가 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을 증대시킨다. 더 나아가 지구자원을 급속하게 파괴하는 지속 불가능한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거의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까지 이른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는 위기의 심화와 보조를 나누며 세계를 제패하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의 자괴는 불가피할 것이다.”

새로운(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자괴를 예고한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논의가 한국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본다. 한국도 △국내의 신자유주의 기업이 주가의 상승과 주주의 최대 이익을 만들어 내는데만 집중함으로써 생산물·서비스 생산의 사회적 측면을 놓치고 △노동자는 신자유주의를 위해 쓰다 버린 도구가 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을 증대시키고 △자원을 급속하게 파괴하는 지속 불가능한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거의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심화된 끝에 거의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서 평화지향적인 경제(평화경제)의 싹이 자라날 수 없으므로, 평화경제를 위한 신자유주의 극복운동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김승국 평화운동가

 

제20호 15면 2007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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