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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정치

환경·경제성 고려않은 ‘몽상 개발'

대선연대 첫 유권자 검증 토론 '경부운하'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 검증에 유권자들이 나섰다. 3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07대선시민연대(대선연대)는 대선후보들의 핵심공약들에 대해 사회적 검증과정을 거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약에 대해서는 ‘공약폐기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이 채택됐다.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경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 유권자 대토론회는 경부운하 예정노선의 지역주민 및 시민단체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가쟁명식으로 진행됐다.

오성규 대선연대 삶의질정책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87년 노태우 대통령의 새만금 공약은  지금까지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빚은 것처럼 경부운하 공약 역시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어마어마한 공약이기에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전에 검증하고, 논란을 종결시켜야 한다”며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비현실성 곳곳에서 드러나=먼저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이명박 후보측이 내놓은 경부운하 계획에 대해 우리나라 강이 운하가 가능한지, 경부운하로 물동량 전환이 가능한지, 운송시간의 경쟁력이 있는지, 골재판매로 사업비 충당이 가능한지, 수질오염 문제, 먹는 물 대체 가능성, 사업의 경제성, 경부운하로 4만불 시대를 여는 것이 가능한 지 등 10가지 쟁점을 들어 비교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홍 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의 토목공사 설계를 할 때는 기존의 수위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경부운하는 6미터~9미터의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하상을 굴착하는 식으로 수위를 변동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설계 원칙을 무너뜨릴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강과 낙동강에 15개 이상의 수중보를 설치한다고 했는데, 높이가 3~5미터라면 소규모댐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하천이 호수로 바뀔 경우 환경부에서 수년에 걸쳐 세운 하천관련 기본계획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부운하 건설의 이유로 물류 경제성을 든 것도 도마에 올랐다. 오선근 철도지하철 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2012년 KTX가 완전개통되면 기존의 경부선이 화물 전용선으로 대체되어 물류 운송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인데 철도에 비해 물동량이 떨어지는 운하 건설은 중복투자”라고 지적했다.

골재판매로 사업비 충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토목업에 종사하는 최상철 세인엔지테크 대표는 “이 후보측이 말하는 7천억원의 원사대금은 2배정도 부풀려졌을 뿐 아니라 운반비가 원사대금의 2배나 들기에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여건 고려않은 헛공약=경부운하 예정 노선인 경북 문경, 구미, 경기도 여주, 팔당댐 인근 지역단체 관계자들도 경부운하는 지역의 환경이나 여건을 전혀 고려치 않은 ‘헛공약’이며 엄청난 국토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석태 문경발전연구소 이사장은 “자연환경이 빼어난 문경은 경부운하로 인해 환경파괴의 절경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부운하 계획을 보면 조령관문을 비롯해 6개 관문과 수중보가 들어서면 시내나 계곡이 없어지고 호수로 변한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기 위해 조령산에는  21.9km 길이의 터널이 뚫린다고 하는데 누가 이러한 인공구조물을 보러 문경에 오겠냐”며 성토했다.

IT산업이 발달한 구미지역에는 송유관, 광케이블, 가스관, 폐수관 등의 산업시설이 강바닥에 매설돼 있기에 하상굴착을 해야 하는 운하건설은 더욱 얼토당토 않다는 것. 배문용 구미낙동강공동체 위원장은 “구미의 지역여건을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상 9미터를 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구미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여주지역 최대의 홍수사태를 통해 수위변동의 위험성을 목격했다. 작년에 본천인 금당천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1km 구간을 복구하는데 42억원이 들었다”며 지역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경부운하 건설로 관광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경부운하 종단도를 보면 여주갑문을 사이에 두고 땅의 높이에 비해 수위가 10미터 차이가 발생한다. 배가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 9미터를 더 파거나 5~6미터의 시멘트 장벽을 쌓아올리게 된다. 시멘트 장벽 구간을 몇 시간에 걸쳐 배를 타고 통과한다고 생각해보라.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장벽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향미 기자

 

제20호 4면 2007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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