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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이버들ㅣ에코에너지

고슴도치 딜레마

이버들_에코에너지 [1]
 

짝사랑은 못할 짓이다. 혼자 보고 싶어 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기뻐하고, 혼자 화를 내고, 혼자 포기하고, 혼자 아파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 몫의 사랑의 고통도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코도 그러했다. 제우스가 요정들과 바람을 피우는 동안, 헤라에게 계속 말을 걸어 헤라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게 에코의 임무였다. 결국 제우스의 바람기를 알게 된 헤라는 화가 나 에코에게 벌을 내린다. 다른 사람의 말만을 반복하고, 그 밖에 아무 말도 못하게 된 것이다.
 
훗날 자기애가 강한 나르키소스를 사랑한 에코는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수 없어 결국 거절당했고, 상심한 나머지 야위어 가다가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도, 일도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아무리 중요하고 의미 있어도,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환경운동가들이 아무리 목 놓아 외쳐도 시민들을 향한 짝사랑뿐이라면, 그것은 못할 짓이다.

생태계 개발을 추구하는 경제학(economy)과 자연 생태계의 보전을 지향하는 생태학(ecology)은 전혀 다른 학문처럼 여겨지지만, 라틴어 오이코스(에코.eco)를 어원으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정된 자원과 재화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따라 학문의 방향과 성격이 판이해진다. 한정된 자원을 보호하면서 공생할 것이냐, 성장과 번영을 위해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생태학과 경제학으로 나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학과 경제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경제위기론에 직면하면서 한국 사회는 경제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상호 의존의 원리에 기초한 생태와 경제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파괴된 환경을 회복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소요하게 될 것이다.

반면 환경운동가들도 시민들이 목말라하는 경제적 요구를 무시한 채, 시민들이 대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패러다임을 강조한다면 그들을 향한 짝사랑으로만 끝날 수 있다.

심리학 용어에 고속도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시 때문에 상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가시의 거리만큼 심리적 거리를 적당하게 둔 채 지내야 서로 덜 상처받는다. 만약 그리스 신화의 에코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나르키소스를 사랑했더라면 그녀는 덜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 무작정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알리기보다는 그와의 소통을 우선했더라면 에코는 메아리로만 남진 않았을 것이다.

경제와 환경은 이제 더 이상 반대방향으로만 달려갈 수 없다. 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물결치듯 밀려오고 있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차장

 

제3호 15면 2007년 5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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