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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이동통신광고,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시론]

 

한 청소년이 370만원이라는 휴대폰 요금에 대한 충격과 정신적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의 일이다. 그 부모가 자식을 잃은 통한으로 해당 회사 앞에서 외로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본 후로 내게 이동통신사들의 광고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지난해 말, 휴대폰가입자가 4천만명을 넘어 1인 1휴대폰시대로 접어들어 이동통신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전 세계를 주름잡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달한 한국의 이동통신은 단순히 생산 및 공급자의 자기발전적 노력과 성취를 위한 피땀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이동통신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간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청소년들을 대한 무분별한 착취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
최근 서울YMCA가 청소년 1천명을 조사한 결과 한달 휴대전화 요금이 3만8천원으로 평균 한 달 용돈 3만1천원보다 보다 액수가 많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듯 주변 부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녀의 휴대폰요금 때문에 진통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섹시하게 때로는 현란하게 강조하는 소통의 중요성은 이미 집집마다 부모자식 간 벌어지는 휴대폰 요금 갈등으로 인해 도리어 소통부재 현상을 낳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 휴대폰 소지와 사용 때문에 벌어지는 교사 학생간 갈등은 부지기수이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 교실을 아예 예술의 전당 공연장처럼 통화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할 정도이다. 청소년들의 핸드폰사용은 일상화되어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집과 학교에 있어도 몸만 있을 뿐 마음과 휴대폰 위의 손놀림은 이미 외부를 향하고 있어 이는 고스란히 이동통신 사용량과 연결된다.

막대한 수익을 남기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홍대 앞에 복합공간을 설치하네’, ‘공익지원사업을 하네’ 등 부산을 떨지만 이렇게 면피용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휴대폰요금 인하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가 “휴대전화 요금제도를 일부 조정하고 청소년과 저소득층에 대해 유리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일 정통부도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휴대전화 요금이 적정 이윤의 폭을 넘어선 과다 책정으로 폭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같은 부정적 여론을 인식했는지 ‘노인 청소년 소량 이용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의 휴대전화요금을 내린다고’고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근본적 해결이 아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사회적 약자의 요금 인하는 말할 것도 없고 미성년자 선불제를 적극적으로 채택하여야한다.

지난해 10대 자살이후 사회적 비난에 직면한  KTF를 비롯하여 SKT, LGT 등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통화료를 월 최대 20만원까지만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등 소극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금액은 가당치 않았다. 이에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청소년 요금 상한제에 정보이용료를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비판이 커지면 조금씩 후퇴하는 식이다.

지난해 자살 사건이후 당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미성년자는 선불제만을 채택’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의 요지는 청소년에게는 다달이 미리 신청한 금액만큼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하는 선불요금제를 의무화하는 것인데 업자들의 ‘자율’ 주장에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다.

미성년자 선불제는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나는 2~3년 전 베트남의 호치민시에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선불카드를 구매하여 그 액수만큼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금액을 초과하면 더 이상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는다. 전화를 걸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걸려오는 전화도 받을 수 없다.

현재 외국 여러 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구좌가 있는 사람이라도 이동통신 사용에 대해 자제가 안되는 사람, 신용계좌가 없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제도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선불요금제를 도입해야한다. 이번 기회에 선불요금제 형태를 비롯하여 청소년보호요금제에 관한 확실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는 세계 산업경쟁에서의 우위를 핑계로 IT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장려와 지원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약자,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삶을 평온하게 지키는 것이 절대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건강한 균형을 위한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정의 평화를 깨고, 개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이동통신요금제도가 결코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필요조건일 수는 없다.


김정명신 함께교육 공동회장

 

제19호 18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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