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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위기는 과제를 부른다

[시민운동 2.0]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누구나 걸어온 과정을 되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계획한다. 이러한 과정은 연말평가 등 시기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하나의 전환점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환경이든 노동이든 운동이 위기가 처해있다며 운동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의 운동이 하나의 전환점에 직면했다는 자각에서 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운동이 하나의 전환점을 분명히 맞닥뜨리고 있는가? 아직 그러하지 못하다.

 

운동의 변화모색 어디서 부터 

이것은 새로운 운동 모색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지기보다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서 알 수 있다. 오히려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며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자성이 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운동의 위기는 어디서 초래될 것인가.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소통을 꼽고자한다.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고립되고 있다는 느낌이 우리 운동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다.

내용으로 충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완성된 이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그 이전의 소통방식이었던 선도투쟁, 대리투쟁 형식의 소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운동의 주체들도 인식하여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운동의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대리운동이나 선도운동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점을 조사하여 신문 등 언론을 활용하며 대정부 압박을 가하는 것은 기존 방식의 한계에 머무르는 것에 지나지 않다.

 

운동의 위기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면서 운동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시민들과 소통할 것인지 소통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새로운 대안 모색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듣는 법을 배워야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그가 최상층의 권력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를 내고, 나와 다르다고 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맞다고, 옳다고 믿는 부분과 그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것이 운동이다.

 

차이를 조율하는 지혜

 

다음으로 자본주의 광풍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급격히 자본에 종속되어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는 노숙자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치부되고 농업은 비교우위에서 떨어지는, 그래서 폐기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해 시민사회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운동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광풍에 대해 우리가 어떤 매개 고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이 운동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이상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지속되어야 하지만 이상에 대한 과도한 열정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자신을 벗어나게 한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한낱 점쟁이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명의 개인과 하나의 조직이 할 수 있는 일, 여럿이 뜻을 모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을 구분하여야 한다. 개인의 역량, 조직의 역량, 조직을 둘러싼 역량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일에서 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주·객관 정세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실현가능한 단계의 목표를 세울 때, 우리 사회의 운동은 발전할 것이다.

 

 

윤기돈 녹색연합 조직국장

 

제19호 19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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