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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시대의 절박한 요청

[시민광장]

 

지난 9월 3일 17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우리 후손들의 삶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한미FTA문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문제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주요 현안들을 다뤄야 한다.

그 중에서도 4년 가까이 상정조차 못하고 자동 폐기될 위험에 놓인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냉전체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냉전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17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오로지 대선을 앞둔 정치공방으로 기본적인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마지막 정기국회의 숙제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대의 절박한 요청이다. BDA문제 해결이후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스스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확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6&15공동선언 발표이후 지난 7년간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남북교류와 협력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경의선 연결을 비롯하여 한 해 10만명이 넘는 남쪽인사가 북쪽을 왕래하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 정세의 의미 있는 진전으로 마련된 2차 남북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냉전체제를 무너뜨리고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열어가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유엔에 가입하여 국제법상 엄연한 하나의 국가인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대결과 대립을 부추기며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시대와 법이 상충한다면 시대를 바꿔야 하겠는가, 법을 바꿔야 하겠는가? 지금이야말로 20세기 대표적 냉전유물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통일시대 평화시대를 예비하는 법과 제도를 새로이 정립해야 할 때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마녀사냥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 앵글을 구속당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21세기 서점습격사건 인터넷 미르북 사건, 국가보안법 단골손님 한총련, 전교조 통일교사 사건 등 지난 상반기만 10명이 넘는 인사들이 구속되었다.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는 말은 현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은 통신비밀보호법, 통신망법 개악을 통해 하이테크적 날개를 달고 전 국민에 대한 감시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진보진영의 활동을 위축시키고자 자행된 전형적인 공안탄압이며,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존폐위기에 내몰린 공안세력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공안사건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겠다’던 자신의 말을 기억이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국민과의 약속, 기억하나

 

17대 국회는 개혁과 민생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기대와 열망 속에 출발하였다. 그러나 17대 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모아준 과반수 의석으로도 국가보안법의 문구 하나 고치지 못하고 4대개혁입법들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 더욱이 국민적 동의도 없이 한미FTA를 미국에 내어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몰았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눈치가 아니라 수구세력과 미국의 눈치를 보다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호기롭게 등장한 열린우리당은 지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여기서 뼈저린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시대적 요청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17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이를 명심하고 밝아오는 통일시대, 평화시대에 조응하고 진보와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대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황순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상황실장

 

제19호 19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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