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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내 인생의 첫수업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

내 인생의 첫 수업 [16]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반 친구 중 머리에 부스럼이 심한 아이가 있었다. 머리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부스럼이 심해 친구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책상과 의자가 하나여서 2명이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교실 생활 내내 짝꿍과 몸을 부딪치면서 지내야 했다.

문제는 이 친구 옆에 앉기를 모두가 주저한다는 것이다. 학년이 바뀌고 반편성이 이루어질 때면 필자와 키가 비슷한 이 친구와 같이 앉게 되는 것이 싫어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뒷줄로 옮겨 다니곤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본인이 원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설움까지 견뎌야 했다. 혹시라도 짝꿍이 되면 책상에 선을 긋고 혹시라도 몸이 닿을까 떨어져 앉고 부딪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가차 없이 괴롭힘을 주고. 이제 와서 그 친구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      

친구야, 용서를 빈다

방학이면 우리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과 함께 산사에서 일주일간을 함께 한다. ‘아토피 Zero 산사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생들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왠지 낯선 곳에 남겨지기 싫어 우는 아이들, 그 모습을 차마 떨치고 일어서기가 어려운 한 어머니는 일주일간 부엌데기가 되고 만다. 무공해 자연 속에서 뛰놀고 유기농 먹거리를 먹으면서 천진한 아이들은 천천히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을 깨우친다.

증상은 어떠할까. 어느 아이는 온 몸이 검은 반점이다. 아마도 이 아이는 대중목욕탕도 수영장도 가지 못할 것 같다. 또 다른 아이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온 몸을 긁는다. 덩달아 교사들도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잠을 설친다. 이 아이는 수면부족 때문에 저체중이다. 유일하게 중학생이 한 명 있었다. 본인은 참가하기 싫었는데 부모의 떠밀림에 의해 억지로 참가한 경우이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순간 순간 폭력을 참지 못한다. 공부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도 반항하는 태도가 잦아진다고 한다. 아토피 때문에 성격이 빗나가고 있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어른들이 만든 환경 때문에 아픈 아이들이 많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현대 의학으론 완치가 어렵다.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보고서도 발표되었다. 필자의 초등학교 친구처럼 놀림 받고 열등감에 빠진다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누가 이 문제 해결할 것인가

어느 지인이 언제인가 코엑스에서 21세기 미래를 여는 전시회를 다녀온 소감을 얘기한 적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모회사는 미래의 기술로 만들어질 디지털 전자제품을 화려하게 선보인 반면 스웨덴에선 온 회사는 특이한 모자를 선보였다고 한다. 백혈병이나 암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이 모자를 쓰면 머리카락이 자라게 개발하는 중이다. 이 얘기를 전달한 지인도 필자도 큰 충격을 받았다. 미래의 인간에 대한 배려는 더욱더 발전하고 실용적인 디지털 전자제품일까? 아니면 병으로 없어진 머리카락을 새롭게 자라게 하는 특수 모자일까?

아토피 아이들을 보면 까마득하게 초등학교 엣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은 당당히 사회의 일꾼으로 살고 있겠지만 성장기의 고통이 심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는 말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불안정하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아토피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이나 과자, 탄산음료을 먹는 것을 줄이겠습니다”. 한 아이의 선창에 따라 다른 아이들도 함께 제창한다. 여기까지가 아이들의 몫이다. 아토피를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막고 치료책을 내놓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필자도 함께 말이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

 

제19호 16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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