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문화

"평화·희망 메시지 가득하길"

새만금 흰발농게가 뭍에 사는 지렁이에게

 

뭍에 사는 지렁이에게

편지 잘 받았어. 먼저 편지를 보내줘서 고마워. 새만금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는 걸 지켜보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먼 곳에서 나를 기억하고 편지를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환경책 큰잔치’를 소개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동안 나만 힘든 것 같고, 나와 내 친구들이 죽어 가는데 아무도 관심없는 것 같고 뭐 그랬었는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더라구. 그래서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어.

편지에서 소개해줬던 환경고전과 올해의 환경책 목록은 잘 봤어. 그리고 네 말대로 이름만 들어본 좋은 책들이 많더라. 앞으로 두고두고 열심히 읽어야지. 또 함께 보내준 목록들 중에 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선정된 환경책에 관심이 더 가더라.

‘개미귀신의 꿈’과 ‘농게의 모험’은 효제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김종문 선생님이 쓰신 책이던데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아. 게다가 내가 주인공이니 꼭 읽어볼 수 밖에 없잖아. 나카노 히로미의 ‘똥도감’은 똥은 더럽고 쓸모가 없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수잔 E. 굿맨도 ‘똥의 진실-너도 나도 똥 싸요!’이란 책에서 똥 자체로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과학책이야.

곤충학자인 김정환과 글쟁이 조유경이 함께 만나 ‘세상에 장수풍뎅이가 되다니’란 책을 썼어. 많은 어린이 친구들이 좋아하는 장수풍뎅이가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재밌다. 문영미의 ‘우리 마당으로 놀러와’는 아파트처럼 삭막한 도시풍경에서 벗어나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삶의 터전 마당이 4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쓴 책이야.

환경정의

2007년 어린이 환경책 10권


새들의 천국으로 주목받는 습지인 ‘주남저수지’ 생태보고서는 강병국이 완성했어. 생태보고서지만 딱딱하지 않고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지. 여기선 내년에 람사총회가 열린다고 하네. 그 전에 미리 읽어두면 내년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김남중의 ‘주먹곰을 지켜라’는 동화책인데 동화책답지 않은 현실비판과 기술, 유전자 조작과 애완동물 문제 등을 밀도 있고 세밀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다뤄냈다고 평가를 받았어.

프랑스의 동물 사진작가 부부 롤랑 세트르와 쥘리아 세트로가 낸 아이들과 동물을 함께 찍은 사진산문집 ‘지구 걷기: 아프리카에서 남극까지 아름다운 생명을 찾아서’는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알려줄 것 같아 제일 먼저 읽어볼 생각이야. 나무를 통해 환경을 이해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는 부자 얘기를 다룬 레미 쿠르종의 ‘커다란 나무’도 물론 읽을거고.

청소년 환경책 권장도서 20권 목록에도 재밌어 보이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던데 너도 읽어보고 우리 나중에 같이 토론해볼까? 니콜라스 로트의 ‘출동! 그린팀 고래를 구하자’에선 그린피스 산하 그린팀이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 합류한 어린이들 이야기가 나와. 어릴 때부터 옳은 일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아이들을 보니 우리를 위해서도 힘써줄 어린 친구들이 어딘가에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어. 또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다룬 토마스 야이어의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과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과학과 기술, 사회가 세 바퀴로 가는 자전거이길 바라며 쓴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도 재밌을 것 같아.

이외에도 가브리엘 키서의 ‘마라의 시간여행’, 권복규의 ‘생명윤리이야기’, 유시무라 진의 ‘소수매미의 수수께끼’, 구혜경의 아프리카 초원학교, 셜리우즈의 ‘야생동물 이야기 시리즈’, 말콤 보세의 ‘열대우림의 깊은 꿈’ 등 청소년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의 범위를 쉽고 재밌게 확장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긴 좋은 책들이 선정되었더라구. 욕심 같아선 모두 읽고 싶지만 한 권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나갈 생각이야.

사실 환경책이 이렇게 많다는 걸 너의 편지를 통해 얻은 자료를 보고 알게 됐어.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까 환경책이 이렇게나 많이 발간된다는 건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이전에 발간된 환경책들이 환경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게 했지. 그래도 이렇게 끊임없이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와 내 친구들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이번에 나도 믿게 됐어.

자료를 좀 찾아보니깐 이번 잔치를 준비한 사람들이 환경책이란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전제로 겸손하게 환경위기에 대한 예측과 인지와 해결을 위한 시도가 제시되고 평화와 희망을 다룬 책’이라고 하네. ‘환경책 큰잔치’를 통해서 이런 환경책들이 더 많아지기를, 또 한 편으론 아예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이만 편지를 마칠게.

우리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자. 그럼 안녕.

새만금에 사는 흰발농게가.


 

 

 

 

 

전상희 기자

 

제19호 11면 2007년 9월 10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