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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문화

"모두를 살리는 환경책 볼래?"

뭍에 사는 지렁이가 새만금 흰발농게에게

 

새만금에 사는 흰발농게에게

난 뭍에 사는 지렁이라고 해. 아직 서로 만난 적도 없는데 불쑥 연락해서 조금 미안하네.

바짝 말라가고 있다는 새만금 소식을 들을 때면 그곳 친구들 걱정하다가 거기서 록페스티벌을 한다느니 골프장을 짓겠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나서 온 몸이 뻣뻣해지곤 해.

나도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사는 게 조금 힘들어졌어. 나름대로 시골에선 좋은 흙을 만드는 존재로 인정받았는데 말이야.

근데 작년에는 신나는 경험을 했어. '환경책 큰잔치'라는 행사에 지구를 살리는 7가지 중 하나로 선정돼서 사람들에게 내 존재의 의미를 뽐냈었거든. 올해에도 ‘환경책 큰잔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환경정의와 불교환경연대, 조계사 주최로 잔치를 연대.

10일부터 15일까지 6일간 열리는 잔치인데 올해 선정된 환경책을 발표할 거야. 매년 누적돼 선정되고 있는 우리시대 환경고전 18권 목록에는 너도 읽어보진 않았겠지만 많이 들어본 책들이 있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김종철의 ‘간디의 물레’,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등이지. 꼭 읽어봐야겠다. 그치?

환경고전들 말고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12권의 책들은 환경책 큰잔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준비한 사람들이 며칠동안 논의하고 밤샘 토론하면서 정말 힘들게 골랐대.

장 피에르 카르티에와 라셀 카르티에가 쓴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농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일치를 온 몸으로 추구하는 프랑스의 농부 철학자의 이야기야. 김병수의 ‘사람에게 가는 길’은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 공동체운동을 선택해서 열심히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도 농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이 담겨져 있어. 이미애의 ‘사막에 숲이 있다’는 한국에도 큰 피해를 주는 황사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내몽골에 있는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고 정말 열심히 애쓰는 한 부부의 이야기지.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가 같이 쓴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연에 남기는 발자국을 뜻하는 말로 최근 국민총생산(GNP)의 대안 경제지표로 거론되나봐. 계량적인 수치로 환경을 얘기해줘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울 듯 해. 이시무레 미치코의 ‘슬픈 미나마타’는 지명이 병 이름이 되어버린 너무 슬픈 이야기야. 질소비료공장의 폐수가 바다를 오염시켜서 발생한 병에 걸린 미나마타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환경정의

2007년 올해의 환경책 12권


야마오 산세이의 ‘어제를 향해 걷다’는 25년동안 섬 생활을 하면서 기록한 일기로 앞으로만 내딛고 있는 문명사회를 되돌아보게 해. 최근 또 갈비뼈가 발견된 미국산 쇠고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콤 켈러허의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도 선정됐어. 곧 닥칠지 모르는 석유고갈시대를 대비하지 않으면 ‘에너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장 뤽 벵제르가 경고하는 책도 있어.

데이비드 스즈키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란 책을 통해 대학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환경운동가가 된 저자의 고민을 같이 나누고자 했어. 리처드 루브의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도시개발로 자연 공간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은연중에 자연을 두려워하게 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과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줘.

클라이프 폰팅의 ‘진보와 야만’은 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걱정하지. 존 J. 롤렌즈의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은 내가 책을 읽기만 해도 자연 속에 푹 감싸여 살다온 느낌이 들게 해.

이외에도 다음 100년을 살리는 140권의 책도 누적돼서 발표되고 어린이 환경책 10권, 다음 100년을 살리는 어린이 환경책, 청소년 환경책 권장도서 20권 등도 발표된대. 이건 자료를 보낼테니 직접 어떤 책들인지 살펴봐도 좋을 것 같아.

참, 그리고 매년 우리사회의 환경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에게 주는 상인 ‘한우물상’의 올해 수상자는 얼마 전 돌아가셔서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한 고 권정생 선생님이셔.

자, 이 정도면 너도 ‘환경책 큰잔치’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잔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분명 너와 네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좋은 생각과 고민을 나누려는 것일 거야.

그럼 언젠가 우리가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이만 줄일게.

뭍에 사는 지렁이가.

 

 

 

 

 

 

전상희 기자

 

제19호 10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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