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시민사회

“시사저널 사태 딛고 사회약자에 시선을”

15일 창간호 선보이는 문정우 시사IN 편집국장

 

"전 세계 독립언론 연대 네트워크 만들고 싶다"
시민사회의 지지·도움 감사… “자산이자 빚”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오는 15일 창간호를 선보인다. 사측의 ‘삼성기사 삭제’로 1년 넘게 편집권 수호 투쟁을 벌여온 전 ‘시사저널’ 기자들이 만든 매체다. ‘참언론실천시시기자단’이란 이름으로 벌여온 그들의 고투는 시민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다.


‘신생 매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그 의미와 무게가 가볍지 않은 시시IN의 문정우 편집국장을 지난 4일 창간호 준비로 바쁜 독립문 앞 편집국에서 만났다. 문 편집국장은 “소외 계층을 뒤로 한 친 자본 언론과 길을 달리하는 전 세계 독립 언론의 연대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를 시작으로 1989년 시사저널 창간멤버로 입사해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편집장과 대기자를 역임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이제 창간호 발행이 열흘 남짓 남았다. 소회부터 묻고 싶다.
▲돌이켜 보면 지금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사저널과 결별을 선언할 때만 해도 앞길이 막막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기자들을 다시 현장으로 돌려보내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관심과 도움을 준 이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과연 좋은 기자였는지 되묻고 또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게 된다.

-자본금 등 매체 창간 준비는 어떻게 이뤄졌나.
▲우선 기자들이 모은 돈 4억원을 포함해 소액 주주 등 전체 투자금만 17억원 정도 모아졌고 매체가 나오기도 전에 구독료를 내 주신 분들이 3천5백여명이 넘어서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연 구독료 15만원씩 약정하신 분들을 모두 포함하면 5천명이 넘는다.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50억원원을 목표로 1, 2대 주주 후보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창간호 발행 전까지 36억원 정도를 가지고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소유 개념의 대주주는 들어올 수 없다. 많아도 30% 지분 이하의 주주를 선임할 것이다.

“독립언론 열망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창간 전 각계 도움의 손길이 화제를 모았다.
▲굉장히 사연이 많다. 백수로 한달 생활비가 7만원인데 5만원을 보낸 이부터 군인 봉급 15만원을 전해준 이까지 다양하다. 특히 자식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많게는 수천만원씩 투자해 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부담이 크다.(웃음)

-그같은 성원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IMF환란 이후 우리 사회가 너무 돈에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시대에 편집권과 양심을 걸고 밥벌이까지 내던졌다는 사실에 무모하지만 신선하다고 느낀 것 같다. 돈의 노예가 돼서 숨도 못 쉬겠다는 반감과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각성이 많이 퍼져있었다. 시사저널 구성원들의 투쟁이 이를 결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로선 과분하고 행운이라 느낀다.

-1년여의 투쟁이 쉽지 않았을텐데.
▲법원과 경찰까지 사태를 지켜보고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노사간의 부딪침 뿐 아니라 시사저널 사장은 자기 행위를 비판한 칼럼리스트와 독자들까지 고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까지 오게 된 큰 이유다. 검찰의 잇따른 불기소 처분은 보수적인 사법부마저 기자들의 행동이 맞았다는 판단을 한 것임에도 저쪽은 요지부동이었다.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그들의 힘의 논리를 우리가 바로잡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 힘의 논리에 우리가 결국 자멸하지 않을까, 뿔뿔히 흩어지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었다. 새 매체를 창간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몇 달씩 봉급을 받지 못하는 생활고 보다 더 힘든 것이었다.

지배·수익구조 모범 창출할 것

-현실의 고충과 고민을 딛고 다시 시작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초기부터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독자모임이 자발적으로 꾸려졌다. 그런 이들이 없었다면 단언하건데 여기까지 못왔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격려하고, 돈도 많이 모아줬다. 사태가 나며 시사저널 사상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직장폐쇄로 돈 한푼 없이 시작한 노조 통장에 이들의 성금이 답지하며 ‘노조 통장은 화수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도움이 컸다.


정말 기자들이라는 게 과거엔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살았는데 여름에는 선풍기를, 겨울이면 제주에서 귤 박스를 보내주는 이들에게 많이 배웠고, 지탱하는 힘이 됐다. 동아투위 선배들이나 민가협 어머니들도 왔다. ‘국민들이 없는 돈 호주머니를 털어 내는 것은 당신들 물귀신 노릇을 하기 위해서다. 이 싸움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못 빠져 나간다’라고 말하더라.

 

-시사IN의 운영원칙은 무엇인가.
▲우선 편집권과 경영이 철저히 분리되는 구조다. 정관과 노사 단협 등을 통해 지배구조 건전화를 이룰 것이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서도 상당히 모범적인 구조가 되리라 생각한다.


편집방향은 언론사다운 매체를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뉴스 가치만을 신봉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임에도 우리 언론계는 이같은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정론을 상품가치로 정기 구독자 모집에 매진하고 있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수익구조도 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지대수익을 올려야 한다. 과거 시사저널이 자유로웠던 시기는 지대수입 대 광고수익이 5대5, 좋았을 때는 7대3까지 갔었던 시기다. 그 때가 가장 힘이 있었다. 그래서 무가지가 넘치는 시대라 해도 정기구독자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적어도 본사에서 관리하는 독자가 3~4만부 정도라면 수익에 있어서나 영향력에 있어 건전한 언론을 만들 수 있다.


아마 처음에는 신생 매체이고 태생이 그래서 광고도 많이 붙지 않겠지만 매체가 좋아 찾는 정기구독자를 다수 확보하면 광고도 무시못할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 토론과 이성에 굴복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다수의 감정이나 다른 조건, 가치에 휘둘리는 그런 조직이 돼선 안된다. 우리 스스로 규율을 세울 것이다. 아울러 과거 자신의 힘을 절제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언론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겠다.

-편집방향도 묻고 싶다. 창간호에서 특별히 준비한 기사는 있는가.
▲바닥에 떨어져보니 언로에서 외면당하는 약자의 입장을 알게 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이 지면에 반영되리라 본다. 밖에서 보니 자본의 힘은 정말 세더라. 우리는 행운을 타서 여러 곳에 알려졌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많다. 이곳에 시선을 던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창간호에 ‘삼성 복수혈전’을 예상하는 것 같은데 일단 그동안 해오던 대로 뉴스를 생산할 것이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편집국장의 편지도 써놨다. 길게 보고 차근차근 일궈가며 매체의 힘을 독자들과 만들겠다. 8개월 가량 현장을 떠나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

나눔의 문화 가르쳐준 시민사회에 감사

-매체 역량강화와 독립언론 역할 수행을 위한 비전은.
▲사회적 약자의 양산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겠나. 세계화의 흐름 속에 더욱 수탈당하고, 수천년 걸쳐 이룬 문화가 말살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아울러 언론으로부터의 소외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해 자본에 관대한 이른바 주류 매체들에 대응하는 독립언론들도 각국에 많다. 이들과 전세계적인 독립언론 연대체를 구성해 기사교류도 하고 현장사진도 상호 공급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루고 싶다. 사실 국제뉴스와 국내 기사가 차별되는 개념이 깨지고 있다. 세계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는 시대에 맞춰 시사IN을 ‘대한민국의 지방지’ 역할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시사저널 사태는 특히 시민사회의 주목을 많이 끌었다. 단체들의 호응과 지지 역시 컸다.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태가 터지자 50여개 시민단체들이 ‘짝퉁 시사저널’ 불매운동, 취재거부운동도 벌이고 자리를 마련해 후원회도 벌여줬다. 아름다운재단의 경우 그동안 사회적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음에도 모임을 조직해 줬다. 그밖에 환경재단이나 여성재단 등 많은 단체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고마움과 함께 배운 게 크다. 나눔의 문화였다. 자기의 재능과 돈, 시간을 나누는 사회가 영글고 있었다. 외곽에 있었을 때는 충분히 알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런 힘을 우리가 받았다. 이 저변이 확대되면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재환 기자

 

제19호 3면 2007년 9월 10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