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지구촌

일본 시민사회를 인터뷰하다

피스&그린보트에서 만난 사람들[3]-그린피스 재팬

 

우경화 심각 정부 기업 견제활동 어려워져
세계시민사회 연대통해 시민운동 미래 모색

평화, 환경, 인권, 빈곤 등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 고양을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이다. 한국의 시민운동도 이제 울타리를 넘어 국제적 협력과 연대에 적극 나설 때다. <시민사회신문>은 일본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지구촌 곳곳에 평화와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피스보트’(Peace Boat)와 ‘그린피스재팬’(Green Peace Japan)을 만나 일본 시민사회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호시카와 쥰/그린피스재팬 사무국장
유난히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호시카와 쥰 사무국장. 언뜻 보기에 시민운동가의 풍모는 아닌듯하다. 25년간 통·번역 일을 해오다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는 독특한 이력을 알게 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 할수록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신념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외유내강. 이 단어가 그의 이름 앞에 잘 어울린다.  






□쿠시부치 마리/피스보트 공동대표
선내 곳곳을 뛰어다니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스태프와 게스트들을 챙기는 쿠시부치 마리 공동대표. 학창시절 자원봉사활동의 인연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해 피스보트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를 희망하는 그녀는 최근 일본 헌법9조 개정 반대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두 단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호시카와 쥰=그린피스재팬은 세계 40개국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국제NGO그린피스 일본지부다. 1989년 만들어졌으며 올해로 18년째다. 과거에는 핵폐기물 처리 등 핵문제와 관련해 활동했었는데 현재는 4개 분야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생태계 보호, 유전자 조작식품 반대, 헌법9조 반대, 지구온난화와 에너지문제다. 이곳에서 2005년부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쿠시부치 마리=피스보트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을 항해하며 국제교류를 추진하는 단체다. 시민적 차원에서 지구촌 시민들을 직접 만나 평화, 환경 등 지구적 문제를 얘기하고 연결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1983년 첫 출항 해 내년이면 25주년을 맞는다. 82년 일본 역사교과서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침략을 은폐·왜곡하는 일본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직접 전쟁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 하고 순례하는 자리를 만들려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평화, 환경, 인권, 국제 전쟁문제 등을 주제로 세계 일주를 하고 있으며 걸프전, 이라크전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크루즈 항해를 하고 있다.

-지금의 단체에서 일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호시카와=도쿄출신으로 지난 25년간 가고시마에서 영어책을 번역했다. 대부분 평화, 환경, 인권 등 사회적 투쟁을 다룬 책이었는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직접적으로는 고이즈미 총리시기인 2005년 중의원 선거 이후 일본사회 우경화가 심각했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언론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지인들과 독립 미디어를 만들어 일반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 영어 기사를 소개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게 됐다. 그린피스재팬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후원활동을 해왔으며, 이후 그린피스재팬 대표로부터 제의를 받고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쿠시부치=냉전 이후 글로벌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처음 피스보트를 탔다. 인도양에서 아라비아해협을 건널 때 걸프전이 발발했는데, 미국군함이 피스보트를 감시하고 정찰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전쟁에 반대하고 그 목적을 전파하기 위해 활동하는 우리를 오히려 미국전함이 감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배에서는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쟁 발발 소식을 승객들은 모르고 있었다. 승객들에게 전쟁소식을 알리면 바로 패닉상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스태프들하고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때 정부가 정보독점을 통해 정보조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곤 일본 정부나 미디어가 가공해 전달하는 뉴스 외에 세계를 돌며 직접 현장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전파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NPO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정도는 어떤가.


▲쿠시부치=98년 NPO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NPO법인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가 약 3만개인데 대부분 복지, 교육, 의료, 환경 등 분야에서 일하는 작은 단체다. 법 제정 이후 NPO등록 단체 수가 늘고 차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있으나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는 많지 않다. 대부분 파트너십이라는 이름으로 의료, 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분야에서 정부가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을 협력해 이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호시카와=일본의 시민단체와 NPO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NPO는 행정의 보조적 수단으로 정부와 협력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경우 일본 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경화 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물론 단체수도 적다.

-일본의 시민단체와 NPO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호시카와=한마디로 구분하기 어려우나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NPO는 NPO법에 따라 NPO법인으로 등록된 단체들이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예산 등의 지원을 받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한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단체는 NPO법인에 등록하지 않았다.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등록하고 정부가 시키는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정부와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 헌법9조 개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두 단체의 입장은 어떤가.


▲쿠시부치=일본사회가 우경화 되면서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일본은 국제 평화를 희구하고 국가 교전권을 인정치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을 목적으로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의 무력 사용 제한을 없애려는 노력이 증대지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우려하는 아시아 각국의 우려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 단체는 이를 막기 위해 세계시민들에게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호시카와=그린피스에는 그린(환경)과 피스(평화) 두 개념이 병행한다. 1971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그린피스 운동이 시작됐을 때 알래스카 주변 알루션열도에서 지하 핵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부터 그린피스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와 환경을 나눠 생각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전쟁이 일어난 뒤엔 평화는 물론 환경도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헌법9조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쿠시부치=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들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내년 5월 헌법기념일에 도쿄에서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세계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전세계 1만 명이 모이는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때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분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피스보트 안에 사무국을 두고 세계 실행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실행위원회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

▲호시카와=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40개국 그린피스 지부와 함께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인데, 여러 나라에 있는 그린피스 지부들이 헌법9조를 지키기 위한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활동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 필리핀,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부들과 적극적으로 헌법9조 수호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연결할 계획이다.


-한국 시민단체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재정문제다. 어떻게 운영 하는가.

▲호시카와=그린피스는 개인기부만 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다. 경제수준이 비슷한 외국 그린피스와 비교해 회원 규모가 작은 편인데 현재 그린피스재팬 회원은 약 6천 명 가량 된다. 최저 연회비가 6천 엔인데 이걸로는 재정을 충당할 수 없다. 재정 적자분은 국제그린피스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결 하고 있다. 재정독립이 목표다.

▲쿠시부치=피스보트는 별도의 회원조직 없이 크루즈 참가비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약 3만 5천여 명의 승객이 탑승 해 전 세계를 돌고 있다. 보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 외에 세계 일주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 경우 3개월간 진행된다. 지금 항해하는 배는 선박회사 소유로 연간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친환경적인 배를 건조해 직접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일본의 미디어와 시민운동의 관계는 어떤가.


▲쿠시부치=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된 데에는 언론의 영향도 컸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한결같이 보수적이다. 야스쿠니참배 반대나 핵시설 반대운동 등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의 경우 확실한 보도를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호시카와=시민운동과 언론의 관계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와 파트너십을 만들어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잘 소개 되지만,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반대하는 활동의 경우 잘 다루질 않는다. 예를 들어 포경이 국가 정책이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마치 테러리스트 활동처럼 취급한다. 언론매체가 시민운동을 외면하거나 부정적으로 다루다 보니 그런 단체에 지원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린피스재팬과 피스보트 같은 단체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진보적 시민운동에 대한 전망을 부탁한다(두 단체를 중심으로).


▲호시카와=일본사회 전체가 우경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깊다. 집도, 직장도 없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우파에 기대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진보적인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을 확산하는 데에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보적인 언론과 연계해 이런 활동을 전파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생각한다.

▲쿠시부치=일본의 시민사회가 강해지려면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 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들은 적 없는 뉴스를 외국에 나가 듣고 깜짝 놀라는 일본 젊은이들이 많다. 인도인들의 눈에 일본이 어떻게 비치는지,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인들이 알아야 한다. 이럴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할 것이다. 빈곤, 환경, 평화 등 일본시민사회의 미래는 세계시민사회와 연대해 나가는데 전망이 있다.

송성수 본지 기획실장

 

제18호 9면 2007년 9월 3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