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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지구촌

한일동주(韓日同舟)의 짜릿한 만남

피스&그린보트에서 만난 사람들[4]

 

환경보호는 작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교류, 어학실력 아니라 소통하려는 마음

거침없이 부서지고 깨지고 다시 시작하는 것. 젊음의 특권이다. 인류는 그들에게 이 특권을 부여했으며 이를 통해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지난 세기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은 서로 싸우고, 경쟁하고, 협력하며 동아시아를 이끌었다. <시민사회신문>은 피스&그린보트의 여정에 함께한 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지구환경보호와 문화교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편집자

참석자=유태선(26) 추계예술대 전자음악 전공, 최소리(20) 서울대 국악과 전공, 이승철(23) 서울대 국악과 전공, 나카시마 사토시(21) 국제문화학과 학생, 이영환(20) 서울대 사회과학 전공, 안상준(22) 경희대 역사학 전공, 미키 타츠야(23) 게이오대 종합정책학과 전공, 애다 나오코(27) 시립 유치원 양호 선생님, 최인성(22) 국민대 언론정보학 전공, 와타나베 켄타(22) 세계일주 하고 싶어 배를 타게 됨, 텐다(24) 록카쇼무라 메신저, 슈바이데 레오(16) 고등학생, 이창현 국민대 교수, 호시카와 쥰 그린피스재팬 사무국장

-피스&그린보트는 한일교류를 통해 지구촌에 평화와 환경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먼저 이 배를 타게 된 동기를 간단히 소개해 주기 바란다.

유태선

▲유태선=이 행사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한 배에서 일본 대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다양한 교류를 하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환경문제에 대해 스스로 자극 받고자 신청했다. 일본 학생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폭넓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 이 배에서 일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의 생활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해 기간 중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음료 캔도 물에 씻어 버린다. 작은 부분이지만 일상에서 하나하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있다. 

▲미키 타츠야=예전에 3개월짜리 세계일주 크루즈를 탄 경험이 있는데 이런 항해의 경우 일상생활과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피스&그린보트’에서도 보름간 배에서 먹고 자면서 시부야 시내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돈이나 직업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이자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실험장이다.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디에 파워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호기심의 교류가 공감으로

 

최소리

▲최소리=국악공연팀 ‘가락’의 일원으로 항해기간 중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해외동포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전통음악을 전해주기 위해 탑승했다. 공연연습을 하면서 사람들과 더욱 친해졌고 일본, 러시아에서 공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두근거렸다. 배를 타기 전 환경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항해를 하면서 내가 환경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한국에 돌아간 후 주변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싶다. 

 

애다 나오코

▲애다 나오코=얼마 전까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중학교 사회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 배를 탔다. 24시간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한국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고 이런 새로운 경험이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해 신청하게 됐다.  

 

슈바이데 레오

▲슈바이데 레오=러시아 관광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평소 평화와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피스&그린보트 참가 신청 후 동경 요코하마에 있는 피스보트센터에 가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곳에서 환경, 빈곤, 차별 문제를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TOP! CO2’ 등 환경 관련 프로그램이 재미있었고,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지 많이 배웠다. 


-2007 피스앤드그린보트는 ‘STOP! 지구온난화’라는 기치아래 출항했고 환경과 관련된 각종 강연과 선언이 있었다. 이번 항해를 통해 환경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나.

 

텐다

텐다=아버지가 록카쇼무라에서 원자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록카쇼무라 메신저 활동을 하고 있다. 록카쇼무라 메신저는 원자력 재처리시설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환경과 이산화탄소에 대해 지식도 많지 않고 생각도 많이 하지 않았다. 인간이 불을 쓰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아온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는 것은 막고 싶다. 그것이 내가 록카쇼무라 핵재처리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런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저 호기심이 있는 정도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이것을 제대로 알리는 활동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radio bird"란 인터넷 라디오를 만들어 방송 중이다. 

안상준

▲안상준=사촌누나가 환경단체에서 일하지만 평소 환경문제에 별관심이 없었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록카쇼무라를 알게 되면서 내 자신이 너무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구온난화는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일이다. 여기에서 깨달은 것을 집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변사람들에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알려나가겠다.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나카시마 사토시

▲나카시마 사토시=2년 전 피스보트를 통해 세계일주를 한 것을 포함하면 이번이 두 번째 항해다. 처음 탓을 땐 평화를 주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생각하진 않았다. 전쟁이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면 환경은 국가보다 인류의 문제이자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하다. 환경문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록카쇼무라 메신저 활동을 하면서 하나 둘 배워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기 농가를 방문하고 있는데 활동보다는 체험수준이다. 일상생활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와타나베 켄타

▲와타나베 켄타=기항지 프로그램 신청을 늦게 하는 바람에 록카쇼무라 재처리공장 방문팀에는 끼지 못했다. 대신 하치노헤에서 자유여행을 신청해 렌터카를 빌려 현장에 찾아갔는데 실제 그 마을이 너무 쇠락해 공장이 오히려 구세주처럼 보였다. 공장이라도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사람이 죽게 되는 건 슬픈 일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한 미래를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름동안 한 배에서 이름조차 몰랐던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다. 특히 언어소통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일 양국 젊은이들의 교류는 어땠나.

 

최인성

▲최인성=일본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다. 처음 일본학생들을 보면서 이 친구들은 환경문제나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틀에서 벗어나 넓은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러워했는데, 막상 일본학생들은 한국학생들에게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서로를 잘 몰랐고 대화가 부족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록카쇼무라에 다녀와서 한 일본인이 눈물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후 록카쇼무라 메신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애다 나오코=한국인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사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학실력이 아니라 소통하려는 마음이 이란 것을 알았다. 한국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한국인들이 일본의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는 과거 미국이 일본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해 한 일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기 와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미키 타츠야

▲미키 타츠야=처음 일본인들만 있는 피스보트를 탔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승객의 반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활 속에서도 마음만 열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됐다. 일본에서 친한 친구들도 일 년에 한두 번 보기 힘든데 보름 동안 24시간을 같이 지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이곳은 여러 가지 것들을 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공간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많은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평화와 환경은 같은 의미다

-이 항해를 통해 특별히 느낀 점은 무엇인가. 혹 바뀐 점이 있다면.


▲최인성=얼마 전부터 한일간 전쟁&식민지 역사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이 배를 타면서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 특히 일본사람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환경에 대해서는 여행안내서에 따라 내 젓가락을 가져올 정도 밖에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나 록카쇼무라를 방문하고 다양한 록카쇼무리 메신저 등 환경모임에 참여하면서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역사는 교류하고 대화해야 할 것이지만 환경은 개별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환경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역사문제로 끝나고, 역사문제로 시작해도 환경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통해 평화와 환경이 다른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한 배를 탄'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이 지구촌 환경보호와 교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유태선=배에 설치되어 있는 탄소나무 계산기를 통해 평소 쓰고 있는 전기, 연료량 등을 계산해 보니 내가 심각하게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운동은 말이 아닌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실천해야 가족이 바뀌고, 마을이 바뀌고, 나라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작은 실천부터하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퍼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여행 후 현실로 돌아가서도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실천을 할 계획이다. 

▲에타 나오코=환경보호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1회용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젓가락을 가져 오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이승철

▲이승철=환경문제에 대해 그다지 관심 없었고 공연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난삼아 탄소나무 계산기로 내 일상생활을 측정해 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조금만 줄이면 돈도 아끼고 동시에 수천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서울에 가면 연습실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고 자동차도 가급적 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까

 

이영환

▲이영환=사회운동 방법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처음 피스&그린보트를 타고 실망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STOP! 지구온난화’라는 주제를 내걸었지만 환경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몇 어른들은 탄소나무 프로그램을 해보시고 ‘차 한 대 타는 건 기본인데 이런걸 왜 줄이냐’고 반문하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나중에 이산화탄소 배출 20% 줄이기 실천본부‘ 발대식에 참여해 ‘STPO CO2’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보통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넓혀 나가는 것이 환경운동을 확산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일 각국에서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환경(운동)문제는 무엇인가.

 

호시카와 쥰

▲호시카와 쥰=지구온난화 방지와 이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다. 일본의 경우 정부와 산업체가 온난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일종의 정보조작이다. 교토의정서이 따르면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6% 줄여야 하나 오히려 8% 증가시켰다. 이는 정책적으로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 채 기술로만 해결하려 했기 때문인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둬 땅에 묻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발생량을 줄일 것인가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잘못된 접근을 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 호주 등 교토의정서 준수 거부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틀을 만들려 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의 협조를 얻으려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G8회의에서 이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일본의 환경운동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실천은 잘 되고 있지만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는 취약하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같이 거대담론에 대한 조직적 대응에 정부와 시민 모두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은 한국이나 유럽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이창현

▲이창현=자본주의는 끝없이 인간의 소비욕구를 촉진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는 어쩔수 없는 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환경파괴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일 수 있다. 매스미디어의 상업적 운영과 광고의 끊임없는 소비 조장이 지구가 당면한 위기의 한 원인이다. 이제 감시의 눈을 기업의 굴뚝이 아니라 매스미디어와 광고에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최대 공해 발생국인 미국적 생활이 표준이 되는 세계가 아닌 새로운 국가 모형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꼭 필요한 소비만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줘야 환경을 지킬 수 있다. 이를 위한 운동에 한일 환경단체가 협력해 앞장서야 한다. 한일은 유사한 산업화 과정을 겪어 왔으며 그 부산물인 환경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있다. 아시아의 생태, 생명공동체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 최대 공해발생국이 될 중국을 제어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20% 줄이기 실천본부’를 창립한 것은 새로운 환경운동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송성수 본지 기획실장

 

제19호 15면 2007년 9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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