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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현장문화의 결을 보듬고 싶다"

송경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비정규직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KTX-새마을, 이랜드-뉴코아 여성노동자들과 문인들이 만나는 ‘공장문학의 밤’ 행사가 지난 24일 저녁 서울 구로구 기륭전자 앞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의미를 기리고, 2007년 노동운동의 중심에  우뚝 선 여성노동자들과의 연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전국노동자문학연대가 마련했다.

 

문인들은 지난달에는 LG칼텍스와 한국합섬 노동자들과 함께 문학의 밤 행사를 마련한 바 있고 다음달에도 울산과 마산창원에서 이번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애오개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에서 송경동 시인을 만나 행사 취지와 의미를 들어봤다.

 

-행사 개최 배경은.
▲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문인들이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 생산현장에서는 문화라는 게 없다. 일과 노동밖에 없다. 좀더 인간적인 문화, 꼭 노동만이 아닌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접목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자생적인 노동자문화, 공장문화 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거의 사라져서 우리가 가서 문화적인 계기들을 만들면 그것을 지켜보고 느껴본 노동자들이 문학의 힘이 이런거구나, 문화의 힘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껴볼 수 있도록 찾아나가려고 한다. 그런 생각에서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송경동 시인

- 최근의 노동 문학, 노동자 문화가 많이 침체됐다고 봐야 하나.
▲ 두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실제 사람들의 삶이 많이 각박해졌다. 860만 비정규직 시대에 자기 삶의 최소한의 자리가 늘 위태로운 사람들, 기본적인 생활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화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느껴보고, 즐겨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 문화 자체가 산업화, 상품화되어 버렸다. 문화는 소비하는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인드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직접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도 있는지.
▲ 현장에 있는 율동패나 노동자들이 만든 문화 소모임, 기륭 노동자 분들이 짤막한 총극을 꾸미기도 하고, 3년여 동안 싸워온 과정에서 썼던 글들을 낭독하는 시간 등이 마련됐다.

 

-이번에 발표하는 ‘이제 그만 눈물을 멈추어요’는 어떻게 지어졌나.
▲ 홈에버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점거농성을 할 때 현장에서 느꼈던 느낌들을 기록한 것이다.

 

- 비정규 노동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는데 어떤 마음가짐인가.
▲ 이번에 만나는 분들은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분들이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여성들이면서 장기투쟁을 해온 분들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나 노래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내심 걱정스럽다.


90년대 후반이후 우리 문학에서 늘 비어있는 자리가 비정규직 문제이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만나게 되면서 우리 문학에서 빠져 있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과 소박한 자리이긴 하지만 그렇게 만나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이향미 기자

 

제17호 6면 2007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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