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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창간주체들의 분투와 건승을

시민사회신문에 바란다[마지막]

 

우선, 시민사회신문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모진 시련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새싹을 틔워내신 여러 분들의 용기와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렇지만, 걱정됩니다. 잘 자랄 수 있을까? 신문의 창간이나 경영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막연히 잘 되길 바랄 뿐입니다. 또, 관련 공중의 일원으로서 할 만한 일이 있다면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전문적 영역 구축해야

매스미디어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중 ‘EPS모델’이 있습니다. 소수의 엘리트(Elite)들이 보는 단계, 이질적인 다수 대중이 보는 대중화(Popularized)단계, 동질적인 공중이 보는 전문화(Specialised)단계를 거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제창한 로벤스타인이란 학자는 서구 선진국들은 20세기 후반에 전문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합니다.

전문화 단계의 독자 규모는 엘리트 단계보다는 많지만, 대중화 단계보다는 적은 수준에서 안정화된다고 합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분업이 고도화되고, 직업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특정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공중이 형성되는데, 바로 이들이 핵심 독자층인 것입니다.

독자규모는 줄어들지만 이들은 지불능력이 있고 정보입수와 소통에 적극적이어서 내용만 알차다면 약간 더 비싸더라도 그 신문을 유료구독 할 의사가 있습니다. 또 구매력 있는 세분화된 시장의 일원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특정 분야의 사회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동적 행위자들이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타깃이 됩니다.

우리나라 신문도 이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전통적인 대중지들은 패키지화와 일요판 특화 등으로 ‘부분 전문화’의 노정을 걷고 있고, 주 월간 신문들은 ‘전체 전문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잘 발달된 분야의 전문지, 인기 있는 취미나 레져 분야의 전문지, 부유한 사람들의 스타일을 다루는 전문지들이 시장에서 자생력을 얻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문화된 미디어에는 마케팅 개념이 적용됩니다. 특정 분야의 관심을 공유하거나 이해관계로 연결된 사람들을 발견하여 그들을 타깃 오디언스(수용자)로 정합니다. 그들이 기꺼이 호응할 만한 정보들이 무엇인지 정하고, 그것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취재시스템을 만듭니다. 또 그 분야의 이슈들에 대해 독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참여시스템도 갖춰야 합니다. 물론 그 독자들에 관심 있는 광고주들에 대한 영업도 준비해야겠지요. 이는 이윤추구를 위한 경제적 과정인 동시에 특정 분야의 공중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두 가지는 따로 또 같이 잘 되어야 합니다.

통찰할 수 있는 신문으로

저는 새로 출범한 시민사회신문이 어떻게 하면 그 두 가지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재정적 충족을 위한 시장의 측면에서, 그리고 시민운동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숙도 측면에서, 시민사회신문이 터잡은 영역은 분명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염치없지만 저로서는 창간주체들이 난제들을 잘 풀어나가리라 바라고, 믿고, 지켜볼 뿐입니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하나마나한 투정 같기도 한 세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시민단체 종사자들이 다른 시민단체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감 잡을 수 있도록 신문을 만들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둘째, 시민사회신문을 보면 누구라도 시민운동의 방향과 현황 및 과제에 관한 토론에서 뭔가 소신 있는 한 마디 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셋째, 시민사회신문을 꾸준히 보면, 견제와 균형의 삼각관계에 있는 ‘국가-시장-시민사회’의 현주소를 나름대로 통찰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시민사회신문의 분투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동의대 교수

 

제16호 14면 2007년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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