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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경제

파산신청, 도덕적 해이?

신청기준강화 금융계 책임회피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개인파산제의 신청기준을 강화해야하다는 금융기관과 일부 대권 후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조사내용이 나왔다. 주식투자, 주택구입, 도박, 사치 같이 과다한 소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파산 신청은 극히 일부인 반면 실직으로 인한 생활비와 보증채무, 의료비 등 불가피한 이유로 인한 파산신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소득 100만원 이하인 신청인이 6할 이상을 차지, 개인파산을 사회양극화에서 파생된 문제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생계형 개인파산 신청=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16일 2007년 상반기 ‘나 홀로’개인파산 신청 이용자 250명을 대상으로 파산 관련 내용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 

조사결과에 따르면 채무가 증대된 이유는 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비 문제가 33.2%(142명)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사업 자금 27.8%(119명), 보증채무 9.6%(41명), 의료비 8.2%(35명), 교육비 7.0(30명) 순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서 도덕적 해이의 사례로 제시하는 주식&도박&사치와 주택구입으로 빚이 늘어난 신청자는 각각 1.2%(5명), 1.6(7명)에 불과했다.   

월소득은 대상자 중  62.8%인 157명이 100만원 미만이었고, 100-150만원 17.2%(43명)로 신청자 중 8할이 빈곤층 및 차상위 계층이었다. 파산신청자들은 대부분 불안전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월세보증금 1천6백만원 이하의 세입 거주가가 49.6%(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인이나 친족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경우도 40.8%(102명)이었다. 반면 전세 거주자는 3.6%(9명), 자가거주자는 1.2%(3명)이었으나, 근저당설정이나 가압류 등으로 실질재산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사법부 검증 능력 무시”=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파산신청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일부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5일 `파산제도의 경제적 역할 및 제도개선 방향'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보다 다소 높은 파산신청을 근거로 한국에서 파산제도가 남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보고서는 개인파산 등으로 손쉽게 채무를 면제받으려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파산제도를 남용할 경우 도덕적 해이, 소명의식 저하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동현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은 “최근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이 개인 파산 신청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부의 심사능력을 신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잠재적 파산 상태에 이른 국민이 100만 명을 상회하는 실정에서 이들을 구제하기보다 외면하려는 태도는 카드 남발 등으로 국민부채 증가에 일정 역할을 한 금융기관이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도 “파산신청에서 도덕적 해이가 우려될 만한 사건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개인파산이 급증하고 면책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파산제도가 남용되거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가족 걱정에 파산 못한다”=파산상태에 있으면서도 파산을 주저하는 이유로 40%에 이르는 신청자들이 “본인 및 가족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18.1%)와 “파산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17.2%)“을 들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파산자에 대한 차별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중 금융기관들은 파산자 가족에게 대출업무 등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저소득 주민을 위한 전세자금 무이자지원 등 각종 생활안정자금 혜택에서 파산자는 배제되고 있다”며 “파산 문제가 구조적 빈곤에서 야기되는 측면도 큰 만큼 그들을 사회적 낙오자로 터부시하기보다 정상적인 경제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의 도덕적 해이 주장은 파산자들의 절박한 심정과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재훈 기자

 

제16호 2면 2007년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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