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원자력통제기술원, KINS 등 규제기관 “방치 의혹”
【대전】한국원자력연구원의 농축 우라늄 관리 부실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연구원측이 문제의 핵물질을 법 절차에 따라 과기부의 허가도 득하지 않은 채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과기부와 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정부 규제기관도 핵 사찰 이후 현재까지 원자력연구원 측에 아무런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향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연구원측이 분실한 후 소각된 것으로 확인되는 문제의 핵물질은 원자력법 상 ‘핵연료물질’로 분류되며 이를 사용, 보관 등을 하기위해서는 반드시 과기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국내 원자력규제기관인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 측이 분실한 것으로 알려진 2.7㎏의 핵물질은 원자력법 상 핵연료물질에 해당하며 이를 보관. 사용하기위해서는 반드시 과기부 장관의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 사용자인 원자력연구원이 법 절차에 따라 과기부의 허가를 득하게 되면 규제기관인 KINS는 이를 관리대상으로 설정, 엄격하게 관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자력연구원 측이 사전에 법적 절차를 이행했다면 분실과 같은 사고는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향후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검증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핵 물질 분실사고는 법적절차를 제대로 이행치 않아 발생한 인적사고라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원자력연구원 측 관계자는 “문제의 핵물질은 지난 2004년 IAEA로부터 핵사찰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에 있다”며 “핵사찰이 진행 중이므로 IAEA에만 등제를 하고 국내 규제기관에는 등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분실시점과 관련 “2004년 IAEA 핵사찰 이후 2005년과 2006년 8월에 정기사찰을 받았으며, 이후의 정황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해 분실시점이 사실상 올 초가 아니라 지난 2006년 8월 이후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원자력연구원 측의 해명에 대해 KINS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 측의 해명은 원자력연구원이 수행한 조치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핵연료물질은 발생과 동시에 원자력법 상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의무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는 위법행위”라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원자력통제기술원은 IAEA의 업무 파트너이다. 당연히 원자력통제기술원이 우선적으로 고지를 받게 된다”고 말해 이번 사고와 관련, 원자력통제기술원의 역할부재론을 제기했다.
원자력통제기술원은 지난 2006년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분리, 독립 설치됐으며 정부로부터 핵물질 및 원자력 시설의 물리적 방호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원자력통제 전문기관이다.
원자력통제란 핵비확산과 관련된 국제규범에 따른 국가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법·행정·제도 등의 제반사항을 말한다.
이번 원자력연구원 측의 핵물질 분실사고 경위와 관련, 원자력통제기술원 측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분실사고가 난 후 원자력통제기술원 측은 전화 통화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 유성주민자치위 |
1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구즉동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정운) 대표 9명은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서 “원자력 안전의 항구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라는 시위를 가졌다. |
과기부 관계자의 지적도 KINS와 유사했다.
과기부 방사선안전팀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측이) 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우랴늄 물질은 허가 관리대상이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IAEA의 핵 사찰 이후 과기부와 KINS 등 규제기관이 원자력연구원 측에 법 절차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또 밝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 며 “ 과기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지 않다”고 말해 이번 핵 물질 분실 사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소홀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KINS 관계자는 “KINS는 원자력 전반에 걸쳐 과기부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원자력법 상 ‘허가’라 함은 사용자가 핵물질을 보유, 사용하기 위해 밟아야 할 법적 절차이며 이같은 절차가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KINS는 관리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원자력통제기술원 측이 사용자 (여기서는 원자력연구원을 의미)에게 계도를 시킬 의무는 없지만 2004년 핵 사찰 이후 법적 절차를 밟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들에게 이같은 법적 절차 이행은 상식적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연구원 출입 통제관리 부실
한편 이번 핵 물질 분실 사고와 관련, 원자력연구원 측의 정문 출입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소재 4개소의 원자력발전소가 방사성폐기물은 물론 일반폐기물 등 모든 폐기물의 반출 시 방사성선량률을 반드시 측정하는 등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에 반해 원자력연구원의 출입통제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것.
이번 핵 물질 분실사고도 이같은 출입통제의 부실도 한 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자력발전소처럼 일반폐기물의 반출 때도 방사성선량률을 측정했다면 이번 핵 물질 분실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는 원자력에 대한 대 국민 신뢰도를 확보하는 원자력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원자력연구원 측은 지난 2004년 당시 우라늄 235의 농축비를 높이는 과정에서 원자력발전(가압경수로형)이나 연구용으로 설정하는 농축비 2~3%를 훨씬 넘는 10%대로 농축한 사실이 노출돼 IAEA로부터 핵사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IAEA는 2004년 핵사찰에 이어 2005년, 2006년 8월에 정기사찰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분실사고와 관련, IAEA 측은 지난 7일 예정된 정기사찰을 수행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우발적 손실로 원내 재고량에서 감축처리해 총량에서 빼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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