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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환경

“초원에 살어리랏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내몽고 초원탐방

 

환경운동연합은 분당 이우학교 고등학생 16여명과 함께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10박11일의 일정동안 중국 내몽고의 초원지역을 탐방하고 전통 유목생활을 체험하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내몽고 초원탐방’을 다녀왔다. 초원탐방을 다녀온 조한혜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함께 사막화에 직면한 내몽고 지역의 실상을 따라가보자. /편집자

 

만뚜 가는 길

 

지난 달 23일 중국 북경을 떠난 지 하루하고도 또 하루의 반이 지났다. 우리 팀을 실은 버스는 북경으로부터 1천40여km 떨어진 내몽고 자치구 시린꺼러멍 동우치를 지나 하염없이 펼쳐져 있는 우주무친 초원 사이의 길을 따라 열심히 달리고 있다.

목적지인 만뚜로 가는 길. 군데군데 없던 길이 많이 생겨나 있고, 광활한 초원을 이루는 구릉의 곳곳에는 흙이 파헤쳐진 흔적들이 보인다. 개인에게 분배된 초지에는 경계를 짓는 울타리가 끝없이 늘어서 있고, 유전이 개발되는 곳에는 정착지가 형성되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멈출 줄 모르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저기가 바로 은광산이야!”라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붉은 노을 너머로 멀리 광산의 형태가 눈에 잡혔다. 이번 탐방기행에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박상호 팀장은 “3~4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은광산은  하루에 1만7천톤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낸 광석을 세척하고 그 물을 그대로 버려 초원의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6일 환경연합 기행팀은 내몽고 마지막 초원인 우주무친 초원의 내린꺼러(몽골어로 ‘실개천’이란 뜻)를 찾았다. 백석산 정상에서 바라 본 내린꺼러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사막화된 우주무친 초원

 

가뜩이나 비가 적게 내려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와 같은 광산개발과 개간지 확대, 발전소 건립 등은 초원의 풀을 말라 죽게 했고 푸른 초지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초원생태계의 모습을 점점 잃게 만들었다. 도로와 다리확장 공사로 초원의 물길은 끊기고 부족한 수자원은 고갈됐다. 우주무친 초원 주변의 여러 작은 호수들과 습지들은 이미 말라 없어진 지 오래다.

지역의 목축민들은 계속되는 초원퇴화의 현실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몸소 느끼고 있다. 시린꺼러멍 우주무친 초원지역 만뚜에서 초원보전 활동을 하고 있는 빠이스헐롱(29&몽골족 목축민)은 “유목민족 생활 이래 이렇게 초원이 퇴화된 적이 없다”며, “2004년 이후 초원이 변해가고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초원생태계 그대로 자연과 하나되어 생활하던 유목민들에게 이러한 초원퇴화는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이다.

실제로 내몽고 지역은 최근 20여 년간 급속한 개발과 과도한 인간 활동으로 약 90%가 사막화되었다. 그나마 내몽고에서 아름다운 초원을 유지하고 있는 시린꺼러멍 우주무친 초원지역도 지금 급속도로 다가오는 사막화의 위협에 생태계 파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박상호 팀장은 “중국의 황사와 사막화 문제를 좀 더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초원의 기능을 복원하는 것과 초원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좀 더 다양한 시도로 사막화 위기에 처해있는 초원지역 만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환경연합은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길림성 초지조성사업에 이어 2006년부터 중국 NGO ‘자연지우’등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내몽고 초원의 사막화방지 협력사업 ‘희망의 풀씨심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목의 삶이 남아 있는 만뚜 초원문화 보전에도 나서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5일 환경연합 기행팀이 아르시오트 호수에서 풀씨심기 활동을 하고 있다. 2m 높이의 물로 가득 차 있던 호수는 초원퇴화 등으로 인해 말라버려 알칼리 토양을 드러낸 채 척박한땅을 이루고 있다.

유목생활 체험 초원문화 이해

 

기행팀은 일정 중 초원퇴화로 말라 알칼리 토양으로 변해버린 아르시오트 호수를 찾았다. 그곳에서 기후와 토양 조건에 맞는 초지를 조성하기 위해 풀씨를 뿌렸고, 갈대로 바람을 막았다. 소와 양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으며 노니는 만뚜의 드넓은 초원과 수천 년 동안 푸른 초원 사이로 자리잡은 자연 그대로의 강, 내린꺼러를 보면서 초원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기행팀은 만뚜 지역에서 4일간을 머물며 현지 유목민들의 지혜로운 삶과 전통적인 문화를 체험했다. 몽골족 전통의 이동가옥 ‘게르’를 지어보고 또 그곳에서 함께 몽골 음식을 먹으며, 몽골어와 몽골노래도 배웠다. 아침마다 소젖을 짜고, 멀리 우물에서 물을 길러왔다. 유목민의 교통수단이었던 말을 타면서 푸르른 초원을 내달렸고 소똥을 주워 불을 지폈다. 초원생태계로부터 얻은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해 자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전통적인 유목생활을 경험해보았다.

이번 기행에 함께했던 이우학교 박상우(17) 학생은 “욕심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이곳 주민들의 생활과 아름다운 초원을 보면서 이곳을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초원에 대한 감동과 이곳 상황을 많이 알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생태도시센터 박상호 팀장은 “현지 생태에 가장 적합한 복원과 보전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과 중국 민간단위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한혜진 환경운동연합 홍보팀 부장

 

제15호 6면 2007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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