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人/최종규ㅣ책이야기

노래방엔 없는 노래

책으로 보는 눈 [14]

 

그제, 아내와 노래방에 가서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르고픈 노래는 목록에 없더군요.

이를테면 김현식 님 노래 가운데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이나 ‘어화둥둥 내 사랑’이나 ‘할렐루야’는 없습니다. 정태춘 님 노래에서 ‘아, 대한민국’이나 ‘우리들의 죽음’이나 ‘버섯구름의 노래’ 같은 노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중가요처럼 되어 버린 노래마을 ‘나이 서른에 우린’ 같은 노래도 노래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안치환 님 노래 가운데 ‘수풀을 헤치며’나 ‘당당하게’, 또는 ‘저 창살에 햇살이’는 있어도, ‘고향집에서’나 ‘시인과 소년’이나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는 없습니다. 이지연 님 노래에서 ‘바람아 멈추어 다오’ 쯤은 있어도 ‘내일이 밝아올 텐데’나 ‘차가운 미소만이’는 없어요. 언니네이발관 노래는 제법 많이 올라와 있으나 ‘동경’이나 ‘쥐는 너야’나 ‘로랜드 고릴라’라든지 ‘미움의 계절’ 같은 노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래꾼 이름에 따라 찾아보기를 하다가 그만두게 됩니다. 아주 많이 사랑받던 노래꾼이 아니고서는 그의 ‘인기노래’를 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정숙 님은 ‘그 사람이 울고 있어요’ 하나를, 장덕 님은 ‘님 떠난 후’와 두어 가지를, 우순실 님은 ‘잃어버린 우산’에 두 가지가 더 올라와 있을 뿐이네요.

그러고 보면,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들을 수 있는 대중노래는 사람들 귀에 익숙한 노래나 널리 불리던 노래로구나 싶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가 이 나라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시 작품이 되고, 교과서에 작품을 싣는 시인쯤 되어야 비로소 팔릴 만한 시인 대접을 받습니다. 고등학교 문학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아이들이 신경림 시인 이름쯤은 알아도 신경림 시인 시집 하나 사서 읽을 틈이 있을까요. 조태일이나 정희성, 고정희나 최승자, 김해화나 백무산, 조혜영이나 권태응을 알 수 있을는지. 신동엽 하면 ‘껍데기는 가라’는 알 테지만 ‘산문시 1’을 알 수 있을까요. 김수영이나 김남주는 얼마나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노래방에는 대중노래와 트로트, 어린이노래와 서양노래에다가 일본노래까지 있으나 민중노래나 노동노래란 없습니다. 민중노래나 노동노래가 라디오며 텔레비전에 두루 소개될 수 없다고 해도, 노래방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대중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다면, 민중노래도 노래방에서 즐길 수 있어야지 싶은데.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큰 새책방에서 ‘베스트셀러 목록’과 ‘스테디셀러 목록’을 내걸며, 훨씬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책을 좀 더 보기좋고 널찍한 자리에 수백 수천 권씩 쌓아 놓고 판다고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수많은 출판사마다 다 다른 뜻과 마음으로 펴낸 갖가지 책들이 ‘적어도 한 권씩’ 꽂힐 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일중독 벗어나기’, ‘몽골리안 1만 년의 지혜’, ‘위안부 리포트’, ‘진보의 미래’,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심이의 엄마 생각’, ‘오모니’ 같은 책도 책손하고 가까워질 자리를 얻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hbooklove@empal.com

 

제15호 13면 2007년 8월 13일자

 

사업자 정보 표시
시민사회신문 | 설동본 | (121-865) 서울 마포구 연남동 240-6 504호 | 사업자 등록번호 : 105-20-38740 | TEL : 02-3143-4161 | Mail : ingopress@ingopress.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서울아0263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