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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시민사회

풀뿌리 언론의 힘!

2007대학생대안미디어캠프

 

공중파 방송과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재벌 언론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를 뒤집어 보려하는 대학생들이 직접 대안 미디어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성공회대 대안언론실천모임 ‘청개구리’ 소속 학생 60여명은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과 대구, 옥천, 전주, 울산의 대암 매체를 찾아 도는 ‘2007대학생대안미디어캠프’를 다녀왔다. ‘머리와 가슴이 만나 발로 뛰는 캠프’를 지향한 이들의 현장 스케치를 지면에 담았다. /편집자


 

"어머니는 위대하다"
성서공동체FM 주민참여 프로그램

지난달 17일 ‘2007대학생대안미디어캠프’ 공동체라디오반 사람들이 ‘성서공동체FM, SCN’(이하 성서FM)에서 공동체라디오를 배우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특별한 자리가 마련 돼 있었다. 바로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과 ‘주민발언대’를 제작하시는 ‘어머니’들과의 만남. 각기 다른 두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계신 분들이었지만 그 만남의 끝에 남은 느낌은 단 한 문장, ‘어머니는 위대하다’였다.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이하 담장엄마)은 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키우면서 겪은 일이나 느낌을 방송의 소재로 사용하는 방송이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뭐가 가장 좋은지 묻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엄마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담장엄마들은 성서FM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 학교의 시설을 바꾸는 등의 일을 해내기도 했다. 교육청 등을 찾아가 ‘우리 이번에 이런 방송을 했습니다’라고 대본을 주기만 하고 나오면 그 전에 찾아가 1백번 말했던 것 보다 좋은 효과가 있다는 담장엄마들의 말에서 ‘방송의 힘’을 절감할 수 있었다.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방송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는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한다.

‘주민발언대’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만난 어머니들의 프로젝트는 ‘성서에 공공도서관을 만들자’였다. 이분들은 도서관을 짓기 위해 도서관 부지선정과 건물의 설계 등 보통의 사람들은 할 엄두도 못내는 일까지 스스로 하셨다고한다.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이곳에 도서관이 왜 있어야하며, 지금 선정된 부지보다 넓은 부지를 가져야 하고, 왜 이런 설계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일일이 다 전달했다고 한다. 이제 주민발언대분들은 성서에서 뭔가 훌륭한 변화가 있으면 ‘혹시 이것도 SCN?’하고 생각한단다. 담장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주민발언대분들도 방송을 하면서 방송의 힘을 알았다며 청취율과 상관없이 공동체라디오가 왜 필요한지를 전했다.

2007 대학생 미디어캠프가 서울 대구 옥천 전주 등에서 열렸다. 참가 학생들의 모습


성서FM의 이경희PD는 “저 두 모임이 서로 바빠서 만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의 역할과 풀뿌리 방송의 대본작성과 제작, 진행까지 맡아서 하시는 어머니들의 열정을 보며 다시 한 번 느낀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공동체라디오반

 

“현장은 사내TV에 나오지 않다”
이병삼 현대차 노조 영상패 ‘시선’ 대표

 

'울산'하면 단연 떠오르는 현대자동차 노조에는 영상패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영상은 얼마 전까지 사내TV에 나오지 않았었다. 사측으로부터 심의를 받고 방영을 거부당한 것이다. 영상패와 사측의 갈등. 영상패는 사측에 순응했을까, 저항했을까? 지난달 17일 현대자동차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이병삼 영상패 ‘시선’ 대표를 만났다.

그는 현대차 노조의 영상위원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듬해인 1988년 입사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영상운동을 이끌어오고 있다. 노동운동의 가장 큰 한계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알릴 통로가 없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방영이 막힌 영상은 어떤 내용인가
▲서재 뒤에 비밀 금고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글로비스 비자금’ 사건을 다뤘다.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세습과 이를 위한 비자금 조성 등을 비판하고 자본가의 가장 악랄한 범죄라는 ‘임금체불’을 꼬집기도 했다.

-이미 수많은 매체들이 다루었던 소재인데 왜 방영이 막혔나
▲가장 억울한 점이다. 우선 노조 방송의 송출 구조를 알아야 한다. 사내 케이블은 회사 소유이다. 송출권도 회사 몫이다. 그래서 통제가 가능하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사측의 거부감이 심했다. 사내 방송을 포기하는 대신 강한 논조로 인터넷 방송을 하느냐, 아니면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사내 방송을 지속하느냐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다. 슬프지만 심의조항을 두는 선에서 타협했는데 그것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회장 일가를 비판하는 내용은 송출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방송이 막힌 이후 협상의 지지부진으로 1년 간 방송을 할 수 없었다. 2007년 6월 방송이 재개되기까지 참으로 힘든 순간이었다.

-자금이나 기자재를 어떻게 충당하는지
▲조합원 회비로 방송이 운영된다. 과거엔 노조 내부에도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노조 예산의 일정 부분을 영상에 확보하기 위해 꾸준한 설득이 필요했다. 지금은 노조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인터넷방송, 인터넷신문, 공동체라디오, 종이신문 등으로 미디어운동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영상운동이 효과가 있나
▲사실 사내방송으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사내방송을 통한 문제제기로 한 번 더 노동자들에게 현안을 상기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영상패에 어떤 기반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소재와 형식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현대차 내부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주위의 연대투쟁도 다루고 있다. 영상 하나 만드는데 1주일을 매달린다. 편성 시간의 제한 탓에 생기는 속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묵묵히 꾸준하게 달릴 것이다.

“귀족이 밤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귀족노조’라는 딱지가 붙은 산별 전환 이전 국내 최대의 단일 기업 노조였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한탄이다. 보수 기득권 세력의 표적이 되었기에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울산지역 노동계는 미디어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을 떠올렸고 그 수많은 시도들 중에 현대차 노조 영상패가 존재하고 있었다.

인터넷미디어운동반

 

“독자와 기자의 소통 경험”
‘옥천신문’에서 발로 뛰며 배우다

 

지역신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중심의 소리가 아닌 세세하고 낮은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 정도였다. 결국 지역신문을 보는 독자의 입장이 아닌 이를 관찰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옥천에서의 2박 3일은 지역신문에 대한 나의 얕은 지식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지역신문이 무엇인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첫째 날의 ‘취재방법론’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여러 강연들 중 최고였다. 취재방법론이라는 강연에서 늘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서만 배웠다. 이번 강연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인터뷰를 하려면 그 사람의 분위기, 살아온 배경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알아야 한다. 아마 여러분들은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막 인터뷰를 하러 나갈 우리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일간지의 수많은 인터뷰들 중 사람들의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제대로 바라본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말 한마디에는 지역신문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지역신문 기자야 말로 지역민들과 함께 숨 쉬는 기사를 쓸 수 있겠구나….

다음 날 지역민들에게 옥천신문에 대한 쓴 소리를 듣고자 나선 취재에서 옥천신문의 존재에 대해 한 번 더 감탄하고 말았다. 대부분 주민들이 옥천신문을 보는 이유를 ‘자신들과 그 주변의 관련된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옥천신문의 기자들이 ‘기자’로서의 역할만 했다면 지금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범한 주민들의 억울한 이야기, 읍내의 보완해야 할 점 등 정작 들어주어야 할 기관에서는 소홀하지만 옥천신문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었기에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지역신문으로서 당연한 역할을 한 것인데 이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옥천신문은 옥천 주민들의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신문반

 

사람을 향하는 미디어
전주센터의 노인미디어 교육

 

‘지역미디어센터.’ 지역, 미디어, 센터라는 단어 하나하나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모아두니 도대체 무엇인지 낯설기만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누구나 자유롭게 미디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디어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보면 미디어교육, 영상창작지원, 독립영화 지원과 상영 등이다. 그 많은 일 중에서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이하 영시미)에서 하는 노인미디어교육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전체 강연을 듣는 대안미디어 참가자들


‘노인미디어교육.’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함께한 교육은 포토에세이 교육이었다. 프로그램 내용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고 그것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CD에 담아 간직하는 간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들과 결과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일단 디지털 카메라를 교육받을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그런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운 데 그 기회를 영시미를 통해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노인’들만 교육을 받는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었다. 젊은이들과 교육을 받으면 습득속도의 차이가 커서 교육받기가 꺼려지는 점이 있는데 노인미디어교육은 다들 같은 속도로 배우니까 훨씬 편안히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노인미디어교육 수강생 중 인상적이었던 분이 계셨다. 유한웅 할아버지는 영시미의 교육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매하게 됐고 그 카메라를 통해 사진의 매력에 빠져 교육에선 없지만 포토샵이나 사진 기술 등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익히고 있었다. 이제는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다. 영시미의 노인미디어교육이 인생에서 제2의 꿈을 찾게 도와주기까지 한 것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CD를 간직하는 게 노인미디어교육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지역미디어센터, 그리고 미디어교육은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이었다. 전주에 가서 깨달은 작은 진실이다.


지역미디어센터반

성공회대 대안언론실천모임'청개구리'

 

제14호 11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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