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개선권고안 17일께 발표
소라미 변호사 |
“NGO 대표단의 역할은 한국정부 망신 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달 31일은 뉴욕 UN본부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한국정부 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과 CEDAW 위원 11명 못지않게 바빴던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복지위원회 소속 활동가들로 구성된 한국 NGO 대표단이 그들이다. 민변 소속으로 NGO 대표단의 뉴욕행에 함께한 소라미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31일 뉴욕 UN본부서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심사 5일 전에 도착해서 낮에는 위원들 상대로 점심미팅 잡아서 한국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고자 했고 밤에는 5분 스피치와 프리젠테이션, 최종 보고서, 추천질문 준비로 잠 잘 시간도 없었어요. 심사 당일에는 정부 발표를 유심히 듣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찾아서 쉬는 시간에 위원들에게 알리고 재질문을 요구하는 활동도 벌였습니다.”
CEDAW 협약당사국들은 4년마다 정부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그와 관련해서 청문회 형식으로 심사를 받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여성차별철폐에 힘쓴 국가적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NGO 대표단은 정부가 밝히지 않았거나 왜곡해서 발표한 내용들에 대해 반박보고서를 제출하고 직접 회의에 참가해 로비활동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반대활동을 펼친다. 한국은 지난 1986년을 시작으로 심사를 받아오다가 주최 측의 원활하지 못한 운영으로 지난 2002년 심사가 미뤄진 후 약 9년 만에 다시 심사를 받았다.
“정부 심사하기 전인 30일에 한국 담당 위원들을 대상으로 NGO 브리핑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심사할 때 보니까 이랜드나 KTX 등 비정규직 여성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브리핑할 때 지적했던 문제들과 위원들에게 뽑아 준 추천 질문들이 많이 언급 되더라구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도 많이 나와서 위원들의 역량과 준비도에 놀랐습니다.”
심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UN과 별개로 NGO 대표단을 멘토링 해주는 NGO 단체가 준비한 세션도 열렸다. IWRAW(International Women's Rights Action Watch)는 위원 중 한 명의 펀드로 운영되는 단체로 대다수의 NGO 대표단이 도움을 받고 있다.
“회의장의 구조에서부터 시작해서 위원들을 상대로 어떻게 로비를 해야 하는지, 위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슈가 무엇인지,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페이퍼를 언제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등을 교육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기대도 안하고 갔었는데 무척 재밌었고 인상적이었어요”라고 소 변호사는 말했다.
다른 국가 폐해 확인
CEDAW의 국가별 심사는 한 주에 4~5개국이 같이 진행된다. “헝가리, 뉴질랜드, 요르단, 싱가포르, 쿡아일랜드 NGO 대표단과 함께 IWRAW의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에는 케냐 정부심사를 참관했구요. 일반적인 여성문제 외에도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따른 국가별로 심각한 여성문제가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헝가리나 뉴질랜드는 소수민족 여성들의 문제가, 케냐는 에이즈나 빈곤문제가 심각한 여성문제라고 합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론 ‘한국 여성들은 경제적으로나 인권적으로 그들에 비해 비교적 나은 편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이번 한국정부 심사 때에 위원들이 가장 의아해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고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한국에서 왜 여성들은 경제, 정치 영역에서 배제당하고 있으며 어떻게 여성노동자의 65% 이상이 비정규직일 수 있는지가 궁금한 위원들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와 성매매, 국제결혼 중개업체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부 심의 때 위원들이 자주 언급한 내용들은 권고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 변호사가 귀띔을 해준다.
권고안이 발표된다면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개별 행동강령들이 권고안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주 일반적인 얘기들이 담기겠지요. 그래도 한국은 UN에서 하는 말은 귀담아 듣는 편이니까요. 또 이후에 단체들이 이슈파이팅이나 정부정책을 모니터링할 때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공유 예정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소 변호사는 “말레이시아의 샨티 위원이 이랜드 사태 질문을 던지면서 여성들이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는 민간영역이라고 방치한 정부가 어떻게 투쟁이 시위가 되자 불법이라는 이유로 즉각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었는지 지적했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UN 권고안은 17일 전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NGO 대표단은 앞으로 권고안이 발표된 후 이번 심사에 참여했던 내용들을 가지고 국내에서 보고대회나 자료집으로 묶어 공유할 예정이다.
제15호 7면 2007년 8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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