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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평화는 밥’이다

대선주자에게 보내는 평화담론[3]

 

대선 두가지 화두 평화+경제
후보들의 담론, 근본적 화두

올해 대선의 두 가지 화두인 ‘평화’와 ‘경제’를 합성한 ‘평화 경제’를 가장 열심히 주창하는 예비주자는 정동영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다. 대선 예비후보들 중에서 평화의 감성이 가장 발달된 두 의원의 평화경제론을 한마디로 줄이면 ‘평화는 밥’이다. 평화라는 밥을 먹으며 잘사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된 두 의원의 발언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정동영 의원의 평화경제론

그는 지난 2004년 7월 1일 통일부 장관 취임사에서 "경제는 평화이고 평화는 곧 경제라고 믿는다"며 평화경제론의 말문을 연다. ‘평화체제는 경제와 직결되어 있고(평화의 경제의 선순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평화경제론을 화두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김상택 기자

2007 반핵반전 동아시아 국제회의가 지난 5월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일본인 인사가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철수를 요구하는 '차압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어 대선 예비주자가 된 정 의원은 ‘평화는 밥’, ‘평화는 돈’으로 압축되는 평화경제론을 내세우며 평화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이와 관련된 발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선의 시대정신은 평화의 문제와 밥과 빵의 문제, 즉 경제문제이다.”(2006년 12월 12일 국민대에서 열린 '북악정치포럼' 발언) "평화가 돈이며 시대정신은 평화와 서민경제에 있다."(2007년 3월 6일 충북 평화?경제포럼 창립 대회 강연)

그는 ‘평화’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이른바 ‘평화경제론’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돈’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반대 상태인 소극적 의미의 평화가 아니다. 경제 협력과 군축·감군으로 이어지는 ‘적극적 평화’다. 최대 현안인 사회 양극화 해소와 경제 재도약의 계기도 여기서 찾는다. 개성공단과 같은 ‘평화경제 특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한다.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새로운 시대 비전은 개성공단을 성공시켜 공존하는 평화경제에 있다"(2007년 5월 9일의 청주대 특강)라고 역설한다.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한 유럽석탄철강 공동체(ECSC)처럼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한의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통해 ‘평화체제’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자는 발상이다. 그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갈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주목한다.

그에 의하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 경제의 욱일승천을 가능하게 해 줄 핵심 전략이다.”(2007년 3월 25일 평화?경제포럼 전국 출범식에서의 발언) 이처럼 ‘평화가 경제도약을 위한 생산요소’라는 발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등을 통해 생산요소를 교환하는 생산관계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생산관계와 평화의 함수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남북한의 소통·교통·상호관계·상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언급하는 ‘교통’(Verkehr) 개념을 정 의원의 평화경제론에 적용할 수 있겠다.

어쨌든 그의 평화 성장론(평화를 통한 경제 성장론)은 개발연대에 속하는 이명박· 박근혜 후보와 발상 자체가 다르다. 그는 운하 대통령인 이명박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평화 대통령이 되길 희망한다. 그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을 겨냥하여 "운하를 파거나 기차를 배에 실어 (열차)페리를 하는 것은 과거형 비전"이라고 주장한 뒤 "철조망을 걷어 용광로에 녹여버리고 시베리아, 중국을 지나 독일, 영국으로 가는 것, 아들과 딸에게 세계에서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형 비전"이라고 말했다.(2007년 3월 6일 충북 평화?경제포럼 창립 대회 강연) 그리고 그의 평화 성장론은 선진평화를 강조하는 손학규 후보와도 다른 인상을 준다. 손학규 후보의 ‘선진’ 속에 개발론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손학규 후보가 아직도 개발연대의 품 안에 있으므로 그러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의 평화경제론

민주노동당의 대선주자인 심상정 의원은 지난 5월 8일 한반도 평화 연속 토론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경제 공동체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분단체제를 허무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여는 방안이며 “평화는 곧 밥이요, 한반도 발전의 동력”이라는 시대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평화가 밥을 준다’는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심의원의 ‘세 박자 경제론(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의 두 번째 항목에 해당된다.

그가 강조하는 ‘한반도 평화경제 공동체’는 아래와 같이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제1단계는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상징적으로 종식시키는 종전선언기로서 한반도는 전면적 신뢰회복체제의 위상을 지닌다. 제2단계는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 바야흐로 한반도에서 안정적인 평화체제의 토대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제3단계는 한반도에서 통일시대로 부를 수 있는 ‘1국가 2체제 2정부 형태의 한반도평화 경제공동체’가 결성되는 시기이다.

그는 평화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서민에게 기본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서 철도, 전력, 통신, 수도, 먹거리 등 5대 공사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동질의 서비스를 갖추고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을 정해 서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반도 호혜 경제협정도 강조한다. 이미 남북한 경협과 관련된 4대 합의가 있으나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한반도 호혜경제협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남북경협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6·15 공동선언 제4항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초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는 북한 개발을 지원하고 평화경제 발전을 위한 중장기전략 수립을 남한이 주도하기 위한 7대 과제, 평화경제 공동체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밥상 공동체’서 평화의 밥을

위와 같이 두 예비후보(정동영·심상정 의원)의 공통점은 ‘평화가 밥’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한 평화경제론에 있다. 20여명의 대선예비 주자들 중에서 가장 평화의 감수성이 뛰어난 두 의원이 ‘평화의 밥을 먹는 평화경제론’을 역설하고 있다. 두 의원의 내공이 쌓인 평화경제론이 대선 정국을 가로질러 평화의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이는 두 의원만의 발명품이 아니다.

이미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평화가 밥’이라는 말씀이 쏟아져 나왔다. ‘평화가 밥’은, 민초들이 ‘등 따습고 배불리 먹으며 격양가를 부르는 상태’가 평화임을 강조하는 말씀이다. 북한(김일성 주석)식으로 표현하면, 이 밥에 고깃국 먹는 게 평화이다. 현재 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북한 인민들이 평화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이 밥은 자유롭게 먹으나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부차이로 격양가를 부르지 못하는 남한 민중들에게 평화는 먼 이야기이다.

이 밥에 고깃국 먹는 게 평화라면 이처럼 쉬운 일이 없을 텐데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밥그릇의 면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사회상을 대변하는 ‘10대90의 사회’에서 10의 사람들이 90의 밥그릇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밥 그릇 사이의 불평등이 사회의 평화를 망친다. 평화란 곧 평등(밥 그릇 사이의 평등)인데 이걸 이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90의 사람들과 10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밥을 나누어 먹는 밥상 공동체가 잘사는 평화의 길임이 분명한데도 이게 쉬운 일이 아닌 지점에서 사회의 모순이 쌓이고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90의 민중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항쟁을 준비한다. 동서양의 민중항쟁은 모두 ‘밥그릇을 빼앗긴 비(非)평화-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10대90의 신자유주의 사회상’을 극복함으로써 잘 사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게 최대의 관심사이다. 그래서 ‘평화의 밥을 골고루 먹으며 잘 사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경제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평화경제론에 더욱 심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고대부터 지금까지 제기된 ‘밥이 곧 평화’, ‘평화는 밥’ 담론은 다음에 소개한다.      


김승국 평화운동가

 

제14호 8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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