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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노력 아쉽다”

[특별기고]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

 

국제법적 평화의정서 마련
집행력있는 관리기구 신설
지속가능한 보장문서 채택

2007년은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15주년, 6·15 남북공동선언 7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한반도의 평화는 9·11 테러리즘, 이라크전쟁,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UN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2006.10.15)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심각하게 도전받아왔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1월 16일 베를린 북미간 대화에 이어 2월 1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이행조치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의 등을 담은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2·13 합의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는 북한 핵실험 후 조성된 대북제재 국면상황에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긍정적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로 북미간 큰 쟁점이 돼온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묶인 금융문제 해결,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쇄, 6자회담재개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로써 북한은 핵폐기의 수순에 들어가고, IAEA 사찰의 수순을 밟음으로써 한반도는 드디어 평화프로세스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50년 이상 동안 지속해온 냉전시대의 상징인 한반도의 정전협정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가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하곤 했다. 2005년 9·19 6자회담 공동선언 제4항은 “6자는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속하기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직접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평화협정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 11월 18일 하노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한다면 한국전 종전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또 지난 4월달에 정파를 초월한 미국 민간연구소도 한국종전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한국전의 종전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매우 적극적 방안과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국전 종전 및 평화체제회복의 구체적 방안과 그 이후 평화보장 관리문제에 대비하여 충분한 국제법적, 군사적 그리고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세밀한 준비를 착실하게 적극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북미 변화 움직임 확연

그러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떠한 수순에 따라 할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접근 모델로서 우리는 1991년 12월 13일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라고 남북이 합의하고 있다. 이 합의서는 평화체제구축의 가장 걸림돌인 당사자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였다.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남북임을 합의한 동시에 평화상태가 있기 전까지는 현 정전체제를 준수해야한다는 매우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기본합의서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합의한 문서(제10조), 불가침 및 불가침 경계선을 합리적으로 합의한 문서(제10조 및 제11조), 군사적 신뢰조치·군축 등 군사정전위를 대신할 '남북군사공동위'를 처음 약속한 문서(제12조~15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의 실천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4단계 로드맵과도 그 괘를 같이 한다. 즉 한반도 평화통일의 로드맵 4단계는 화해협력단계(남북기본합의서 실천 단계)-평화체제구축단계(정전체제를 평화협정으로 전환)-남북연합단계(남북정상 남북연합헌장 체결)-1민족 1단계(통일국가 완성)로 나누어진다.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을 통해 화해협력의 제1단계가 완성되고 자연스럽게 다음단계인 평화체제 구축단계로 연결되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다음과 같은 크게 3가지 수순과 차원(국제법, 군사적, 국제정치)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첫째로 국제법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에 근거하여 전쟁종결(종전선언)과 평화회복을 위한 평화체제구축(평화의정서)을 위한 국제법적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남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에 기초한 전쟁상태를 법적으로 종결하고 평화상태를 국제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선 국제법상 전형적인 평화조약(peace treaty)형보다는 포괄적인  평화체제(peace regime)가 바람직하다. 국제법적 전형적인 평화조약은 최소한도 영토조항, 전쟁범죄관련 처벌 및 배상문제를 포함해야하는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종합하여 볼 때 이러한 요소는 도저히 포함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의 세부합의서의 일환으로 군사적 신뢰구축이 수반되는 현상유지적 성격을 지닌 ‘남북기본합의서 평화의정서’를 양 정상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평화공동선언의 형태로 채택한 다음 각자의 국회에서 비준동의서를 교환하는 것이다. 여기서 남북한은 평화의정서의 당사자가 돼야 할 것이다.

둘째로 군사적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이후 정전협정상 군사정전위 및 중립국감시위원회를 대신하여 한반도군사문제를 관리하고 위반사항을 감독하기 위한 집행력 있는  ‘평화관리기구’의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평화유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군비통제노력이 실제로 진행돼야 한다.  평화체제구축 후 새 평화관리기구로서 불가침보장과 비무장지대의 총 관리 주체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이미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정전협정상 군사정전협정위원회 대체)가 돼야하고  불가침보장 및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구체적 감독기구는 ‘5자(남북한,미국,중국,UN) 평화감시위원회’(중립국 감독 위원회 대체)나 혹은 동아시아 군소국으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유지군(PKO)’도 그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남북군사공동위원회와 한반도 평화관리위원회의 설치)    

셋째,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새 평화체제를 장기적으로 담보,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 다자 평화보장체제(평화보장문서)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상기 평화의정서 및 평화관리기구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6자회담과 UN 안보리에서 보장과 지지를 동시에 받는 ‘한반도 평화보장조약’을 채택하는 것이다(2+4 모델) 분단국 사례 중에는 독일의 조약정책을 참고하는 하는 것이 좋다. 1975년 8월 1일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최종결의에 의한 동서독 기본조약(1972)의 국제적 보장 및 관철사례를 세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평화의정서문서와 평화보장문서의 후속 법적 조치를 위해서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그 부속협정 체결사례의 검토도 요망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문제를 포함한 6자회담을 장기적으로 한반도 새 평화체제를 보장 하는 ‘동북아 다자간 평화회의’로 발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회 놓치는 일 없어야”

이미 부시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한반도의 종전선언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구축이 바로 동북아평화를 위해 매우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적극적 자세에 비해 그 당사자인 남북한이 이 문제를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남북한은 조속히 남북장관급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이 문제를 심도있게 협의하고 의논하는 것이 순서 일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복잡한 북핵문제를 풀기위해 핵폐기라는 단일사안에 집중하기보다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에너지 및 경제지원, 대미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핵문제와 동시에 해결하는 입체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미국 부시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나 테러리스트 국가명단에 과거에 넣었음도 불구하고 가장 최근 힐 차관보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북미간 수교를 서두르고 있는 정치적 저의를 우리는 정확하게 간파해야 한다. 정부당국이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은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우리는 우방국을 설득하고 국내외 강한 여론을 일으켜야한다. 한반도 분단에 책임있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6자는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에도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구축에 가장 유리한 현 국제정세를  한반도 문제의 주체인 우리는 결코 실기해서는 안 된다.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

 

제14호 2면 2007년 8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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