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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오피니언

힘 없는 한국, 힘 있는 한국

[기고]아프간피랍과 이랜드사태 참혹한 심정

 

잠을 청하는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이다. 열대야의 숨막히는 더위보다 더 뜨겁고 기진맥진하게 하는 전쟁속에서 비단 그것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머나먼 타국 아프간에서 목숨이 백척간두에 놓인 피랍자들과 그들의 가족 생각만 하면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게 어쩌면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이 내 동생,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그에 못지 않게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뭐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쫓겨난 이랜드 비정규직 아줌마들의 생각까지 더하면 이게 왠 난리통인가 하는 자괴감에 정말 요즈음 하루하루가 참을 수 없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이지경까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국가가 그렇게 가지 말라는 아프간에 마치 수학여행가듯 웃고 기념촬영까지 하며 심각한 내전의 땅에 겁도 없이 날아간 피랍자들과 그들을 사지의 땅에 봉사와 선교라는 미션을 내세워 죽음의 사선으로 내 몬 관련 재단과 해당 교회의 무사안일이 화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애초부터 미국의 힘에 눌려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 심정으로 이라크와 아프간에 비전투병의 봉사 운운하며 군대를 파견했던 그 순간부터 이런 일은 예견되어 있었다.

고 김선일씨의 죽음, 고 윤장호 하사의 죽음, 잇따른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씨의 목숨값을 치루었지만 사태의 해결에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힘의 한계를 확인하고 있는 이 자괴감과, 미국의 패권전쟁을 탓하면서도 다시 미국에 다시 그 힘을 발휘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는 100여년전 이미 도산 안창호가 예견했던 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확실한 것은 미국민 목숨은 사람 목숨이고 한국민 목숨은 파리 목숨도 아닐텐데, 자신들을 돕기 위해 38선을 중심으로 가공할만한 적대적 화력이 서로를 향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국가임에도 미국의 요청에 대해 군대를 파견한 피의 혈맹국 한국 민간인이 수십명이나 죽음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가족과 일터로 다시 돌아오길

미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나지만 지금은 미국을 향해 화를 내기보다는 자존심 상하지만 너희들이 좀 나서서 힘을 좀 써 보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게라도 피랍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우리의 자존심이야 잠시 접어둘 수 있지 않을까?

이랜드의 부당 노동행위를 발본색원해 고소고발까지 하겠다던 정부가 힘없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농성을 해산시키고 남의 일 바라보듯 하고 있는데,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 하는 탈레반이나 몇 푼이나 받는다고 그저 우둔하게 일하게만 해달라는 평범한 아줌마들을 상대로 힘 있는 자의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이랜드와 우리 정부나 도대체 뭐가 다른가.

 

힘 있는 자 앞에선 맥없이 힘의 행사를 포기하거나 한계를 강조하면서 힘 없는 자들에게는 가혹한 힘의 휘두름을 통해 정의를 논하려 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한국이라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달려가고 있는 기관차가 맞기는 한 것일까. 어디서부터가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은 아닌가.

이 숨 막히는 답답함이 어서 풀어져 피랍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이랜드 노동자들이 그들의 정든 일터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영일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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