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은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이며 오늘날의 기준으로 평가해도 최고의 지도자 경영자인 장보고대사를 기념하는 동상을 세우기로 하고 사업을 시행해 왔다.
청해진 본영이 있었던 완도읍 장좌리 옆 동네 죽청리 마을 앞 바닷가 언덕 위 약 51.711제곱미터 넓이의 터에 15.2m 높이의 무역선 형태의 건축물로 좌대를 삼고 그 위에 15.5m 높이의 장보고대사 동상을 세우고자 하는 일이다.
좌대인 무역선 형태 건축물과 동상 제작 설치 예산으로 총 28억 원을 책정했으며, 공원부지와 주차장 등의 부지를 매입하고 조성비용은 추가 지출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완도군이 계약서 공개를 거부해 정확한 착공일자를 확인할 수는 없다. 2005년 9월 26일 공개 자료에 따르면 애초 준공계획일은 2003년 12월 30일이었다. 그러나 2007년 6월 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초 준공계획일이 2004년 1월 6일로 되어 있다.
같은 공개 자료에 2007년 9월 준공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좌대 조성사업이 중단상태여서 계획대로 공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완도군은 장보고동상 조성사업을 '왕립조형연구소'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완도군은 수의계약의 근거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 1항 4호 바목. 아목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 규정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완도군이 왕립조형연구소의 작품인 동상과 좌대의 설계안을 채택하고 이를 건립하고자 할 때는 동상 제작은 왕립조형연구소에서 맡고 좌대는 무역선 형태의 콘크리트 건축물이니만큼 일반 건설회사에 발주했어야 했다. 주차장. 조경 공사 등도 같다. 건축설계사무소가 설계도를 작성했다고 하여 건축설계사무소가 건축까지 맡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본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첫째. 장보고의 직책 명칭이 장군인가? 대사인가? 라는 점이다. 당나라군에서 무령군 소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할 때는 장군이었다. 그러나 신라에 돌아와 왕으로부터 '청해진 대사'라는 직책을 부여받고 군사를 모병하고 부리며. 청해진과 호남 일부를 다스릴 권한과 함께 대외 무역과 외교권까지 행사할 권리를 부여받음으로써 명실 공히 총독과 같은 특명전권대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보고 대사의 동상 그림을 보면 누가 보아도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으로 지구적 비전을 실현해가는 특명전권대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갑옷을 입은 평범한 무인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완도군이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처럼 완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삼고자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장보고라는 영웅의 품위를 낮추는 동상을 제작. 설치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다.
둘째로는 장소성의 문제다. 장보고 동상은 큰 바다에서 멀리 들어온 좁은 바닷길 가에 있어 넓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이며. 드넓은 바다를 통하여 세계를 품에 안은 영웅의 기상을 드러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동상이 세워질 언덕 바로 아래쪽을 깊이 파내고 4차선 도로를 건설하고 있어 눈으로 보기에도 풍수적으로도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동상 좌대인 무역선 뱃머리가 넓은 바다가 아닌 상황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도로는 큰 바다를 통하여 세계로 나아가는 장보고 대사의 진취적인 기상을 볼 수 없다.
넷째로는 뱃머리는 상황산을 바라보는데 장보고 동상은 뒷면인 좁은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역시 드넓은 거친 바다를 항해하며. 우리 민족. 우리 고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상상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로는 좌대의 기본 형태를 철근콘크리트 무역선 형태로 만들고 그 바깥에 5x5cm 정도의 목재를 콘크리트 못으로 고정하고 맨 바깥에 동판을 부착했다. 여기에 쓰인 목재에는 방부제 처리를 안 했다. 배의 갑판 양옆 현판 맨 위 뱃삼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재는 목재 전체를 방부 처리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위쪽만 방부도료를 발랐을 뿐이다. 목재가 깊숙이 갈라져 비가 오면 목재 속까지 빗물이 들어가 쉽게 썩게 될 것이다.
완도군은 2007년 6월 4일 공개한 자료에서 목재를 방부처리 했다고 답변했으나 방부 처리한 증빙자료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는 이유 없이 답변하지 않았다.
완도군은 동상건립의 목적으로 “해상왕 장보고의 위대한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자 해양개척의 상징물로 해상왕 장보고 동상을 건립함으로써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우리 국민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해양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동상을 제작. 새로운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완도군의 말처럼 세계적인 해양영웅 장보고 대사 동상은 대한민국과 완도군을 대표하는 '랜드 마크'로 세계적인 상징조형물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완도군이 시행하는 대부분 일이 그렇듯이 국민과 지역주민. 전문가 그룹의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와 노력이 너무도 부족했다고 본다. 그 결과로 지금의 방식대로 동상을 완성하더라도 대한민국과 완도를 상징하는 상징조형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치행정의 인식과 발상의 전환 없이 6~70년대 개발독재식 불투명한 밀실행정으로는 새로운 세계화 시대를 앞장서 이끌 수 없다. 자치행정은 우선 공개 행정과 투명행정이어야 한다. 감추기에 급급한 3류 밀실행정으로는 결코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세계적인 상징조형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장보고 동상 조성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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